장로 말이라도 믿을 장로가 있고 믿으면 큰일 날 장로가 있다
장로 말이라도 믿을 장로가 있고 믿으면 큰일 날 장로가 있다
  • 김종희
  • 승인 2007.12.19 22: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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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옥한흠 목사의 이명박 장로 지지 발언과 해명 발언을 듣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듣고 잠이 확 깼다. 이미 예상된 결과였지만,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의 기분은 좀체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보도가 아침잠을 깨웠다면,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가 설교 시간에 이명박 후보 지지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부인했다는 보도는 밤잠을 망가뜨렸다.

CBS 권혁률 기자가 쓴 기사 일부를 보자.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가 자신의 설교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옥한흠 목사는 18일 방송 출연차 CBS를 방문한 길에 기자를 만나 자신의 설교는 결코 특정인을 지지하는 내용이 아니었는데 잘못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도했다면서 설교 당시 문제가 된 ‘이명박 동영상’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옥 목사는 만약 사전에 동영상을 봤다면 그 같은 설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중략)

옥 목사는 “그 사람이 장로인 이상 내가 안 믿을 수 없지 않느냐. 그 사람의 말을 내가 믿는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검찰에서도 그 사람을 무혐의 처리해서 내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그런데 그것이 삐딱하게 듣는 사람들 귀에는 어느 후보를 지칭해서 그 사람을 찍어라 한 것으로 느낌을 받기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하략)

이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났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옥한흠 목사의 해명을 들으면서 ‘아, 역시 이명박을 지지하는 발언이었구나’ 하고 판단할 것이다. 삐딱이라서 그렇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말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양심을 갖고, 골방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자를 선택하라’는 말이 특정인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한 것이라면, 문제의 동영상을 미리 보았든 안 보았든 그것이 발언에 작용할 리가 없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발언이 아니라면, 동영상을 보고 난 다음에 그런 말을 안 할 까닭이 없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더 이상 길게 끌고 갈 것도 없다. 게다가 말꼬리 잡지 말라고 시비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니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옥한흠 목사는 장로 말이기 때문에 믿었다고 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감사했다고 했다. 국민의 50% 이상이 검찰 발표를 불신하고 있는데, 검찰의 발표를 듣고 감사했단다.

장로도 믿을 만한 장로가 있고, 믿으면 큰일 날 장로가 있다. 그가 장로이기 때문에 그 말을 믿고 안 믿고 할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정말 진실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분별해서 믿고 안 믿고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진실에 대한 분별력이 중요하다.

옥한흠 목사가 감사하게 받아들인 검찰 발표는 BBK에 대한 것뿐이었다. 이명박의 문제가 BBK만이던가. 지금까지 사실로 드러난 것만 해도, 자신이 소유한 빌딩에 불법 성매매 업소가 들어와 앉아 있다는 의혹이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해서 수도 없이 위장 전입을 하고, 일도 안 하는 자식을 직원인 것처럼 속여서 월급 주어 탈세하고,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아내가 불교에서 법명을 받아놓고는 교회에 돌아와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딱 잡아뗀다.

그럼 이 모든 것들은 동영상이 없어서 그의 말을 믿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말인가. BBK 동영상이 뜨기 이미 오래 전에 그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장로 말을 믿고, 검찰 말을 믿는다니.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목사 말을 안 믿는 것이다.

동영상만 해도 그렇다. 동영상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무관함을 주장한 그의 말은 거짓이다. 동영상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는 자기랑 아무 상관도 없는 곳에 돈을 끌어들이려고 BBK가 자기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래도 거짓, 저래도 거짓이다.

그의 머릿속에 있다가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모든 것들이 다 ‘거짓’이다. 이명박 장로 대통령은 거짓의 화신이다. 말을 참 싸가지 없이 한다고 5년 내내 욕만 배불리 먹고 퇴장하는 노무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5년은 진실보다 거짓, 나눔보다 욕망이라는 우상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안티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를 욕하는 것에 우리 책임도 있다.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보자’고 목사들이 입으로는 떠들지만, 게토처럼 교회 건물 안에 갇혀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목사와 장로와 교회와 예수에 대해서 어떤 심정을 품고 있는지 알려고 하는 진심은 없다. 진심이 있으면 보일 것은 보이기 마련이다. 콘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빈곤한 텍스트 해석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동영상을 못 봤는데, 내가 뭐 알았나” 하는 말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지도자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처신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내가 당시 쓴 기사의 앞부분이다.

2004년 6월 21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수련회 첫째 날 저녁 옥한흠 목사가 지금은 세상을 떠난 강원룡 목사와 한 시간여 대담을 했다. 옥한흠 목사는 강원룡 목사와 대담한 다음 기자에게 여러 번 “충격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슨 내용이 그리 충격적이었을까. 옥 목사는 “강원룡 목사가 성경을 안 믿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강 목사의 입에서 성경 구절이 끊임없이 줄줄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기독교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얘기하는 것,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강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아래 대목은 두 사람이 나눈 얘기의 서두다.

옥한흠 : 4년 전에 강원룡 목사님을 한목협 수련회에 모신 적이 있다. 그때 했던 인상적인 말씀 하나가 기억난다. 한국의 기독교가 성부, 성령, 성자 편으로 나뉘어서 삼위일체를 놓고 싸운다고 하셨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라고 하셨다. '언제 복음주의자가 되었나' 하고 속으로 놀랐다. 사고의 전환이 있었나?

강원룡 : 옥 목사가 나를 오해했다. 나는 본래 그랬다.


▲ 2004년 여름 옥한흠 목사는 강원룡 목사에게 "언제 복음주의자가 되었나, 하고 속으로 놀랐다"고 했고, 강원룡 목사는 "나를 오해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짧은 대화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옥한흠 목사는 강원룡 목사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나는 옥한흠 목사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명색이 한국 교회 복음주의권의 대표적인 지도자가 강원룡 목사에 대해서 이렇게 모를 수도 있구나 해서 속으로 놀랐다. 그래서 ‘의외네요’ 하고 돌려서 속내를 표현했다.

그때 기사로 쓰지는 않았지만 더 기가 막힌 말이 나왔다. “내가 언제 강원룡 목사 책을 읽어 봤나, 그 사람 글을 읽어 봤나. 옆에서 사람들이 강 목사에 대해서 하는 소리를 듣고 지금껏 그렇게 판단했다”고 얘기했다. 벌써 3년 반 전 얘기라도 글자 하나 안 틀리게 인용할 수는 없지만, 워낙 깜짝 놀랐기에 그때 발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좋게 보면 옥한흠 목사의 심성이 얼마나 순수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순수한 심성의 소유자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나쁘게 보면 참 무책임하다. 개인으로 순수함은 미덕이겠지만 공인으로 무책임함은 악덕이다.

내가 옥한흠 목사의 발언에 대해서 말꼬리를 잡는 것처럼 계속 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명박 장로 같은 거짓덩어리를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골방에서 기도하는 사람’이라며 한 나라의 지도자로 지지하는 인식도 문제려니와, “내가 뭐 알았나” 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그가 서 있는 자리, 거기서 쏟아낸 무수한 말들, 그가 평생 해왔던 사역 들에 대해서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옥한흠 목사의 이명박 장로 지지 발언과 해명 발언에 대해서 계속 따지듯이 비판하는 것은 지난 글에서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특히 그 ‘제자’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낸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책임해서야 더 무책임한 제자들이 나오지 않을 도리가 있나 하고 염려하기 때문이다.

평신도를 깨워서(깨워야 할 이들이 평신도뿐이겠는가만) 제자로 만든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예수님 시대보다 훨씬 복잡한 세상에서 사탄의 가치는 교묘하고 화려하고 세련되게 위장해서 교회와 세상을 삼키려 하고 있다. 옥한흠 목사는 늘 교회의 세속화에 대해서 개탄했지만, 세속화의 침투 정도가 아니라 사탄적 가치가 세상뿐 아니라 교회를 날로 더욱 강력하게 장악해나가고 있다. 이 지경에서 제자를 만든다고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장로 말이니까’ ‘내가 뭐 알았나’ 하는 식으로는 정말 곤란하다는 것이다.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 박성수 장로,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를 보면, 바울의 말이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2008년도에는 믿음교회 어느 장로가 사고를 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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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i 2012-04-12 18:41:47
Reidang posts like this make surfing such a pleasure

독자 2007-12-21 00:24:49
읽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