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2억으로 학자금 빚 탕감... 교회도 칭찬 받아야"
"헌금 2억으로 학자금 빚 탕감... 교회도 칭찬 받아야"
  • 이영광
  • 승인 2015.08.2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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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60] 이정원 성남시기독교연합회장[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60] 이정원 성남시기독교연합회장

경기도 성남시가 진행하는 부채탕감프로젝트에 성남시기독교연합회(아래 성기련)가 동참해 빚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나섰다. 성기련은 부활절 연합예배로 나온 헌금 1억 원을 지난 7월 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희망살림'에 전달했다.

부채탕감프로젝트는 사업 등으로 대출을 받았으나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을 구제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지고 있을 때,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한 155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불태운 부채타파운동이 그 시발점이다.

부채탕감운동이 국내에 도입된 건 지난해 4월 초. 시민운동단체인 희망살림 등이 장기 채무자들의 채권 164건을 사들여 소각하면서다. 장기 연체된 부실 채권은, 원금의 1~10% 정도로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희망살림은 2015년 1월 기준, 전국적으로 792명의 채무자로부터 약 51억3400만 원 상당의 채권을 확보했다. 희망살림은 이 채권들을 소각한 후, 채무 당사자에게 '당신의 빚이 소각됐습니다'라고 쓰인 안내장을 발송한다. 또한 채권이 소각된 채무자들의 재활을 위해 재무상담 및 경제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성기련이 어떻게 희망살림과 함께 이 운동에 참여했는지 듣고자 지난 4일 성기련 회장인 이정원 성남제일감리교회 목사를 그의 교회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교회 헌금을 보람있게 쓰기 위해

▲ 이정원 성남제일감리교회 목사

- 성기련이 성남시가 진행하는 부채탕감 프로젝트에 동참하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성기련이 진행한 부채탕감 프로젝트에 사람들의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관심이 많았고, 이번에 헌금한 걸 보면 교인들도 봉사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 부채탕감 프로젝트는 어떤 사업인가요?
"사람은 사업하다 보면 실수하거나 망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부채를 지게 되는데 은행에 부채진 걸 갚지 못하면 은행에서 더는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회사(의 채권)를 팔아요. 5.6%에 파는 거로 알고 있어요. 부채가 100만 원이라면 5만6000원에 파는 거죠. 그런데 이를 인수한 회사에서 빚을 못 받으면 다시 파는데 이때는 2% 정도입니다. 은행이 부채를 받기 위해 부채 진 사람을 어렵게 하므로 대부분 가정이 파탄나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겁니다."

- 이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어요?
"저희가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헌금이 나와서, 어떻게 하면 보람 있게 헌금을 쓸지 회의했습니다.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의견이 모여서 그곳에 쓰도록 결정을 한 거예요.

예전에 희망살림에서 (성남시에서만) 3300만 원 정도 모금액을 가지고 33억 원 정도(의 채권을 사들인 후) 탕감해 486명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신용 불량자에서 회복되었죠. 그런 일을 본받아 이번에는 우리가 하자고 했습니다. 연합회가 예산을 논의하며 여러 안이 나왔는데 최종적으로 1억 원을 목표로 세웠어요.

그런데 분당에 있는 우리 교회만 (헌금이) 1억2000만 원 모였어요. 그래서 교회 자체적인 활동을 하게 했고, 그 외의 교회가 모은 것이 1억11만 원이에요. 지금은 부채자들과 업자들을 만나서 교섭 중입니다. 며칠 후에는 완전히 끝나고 시청 앞에서 부채서류를 소각하는 행사를 할 거예요."

- 부채탕감 프로젝트는 성경에서 말하는 희년의 의미와도 연결될 것 같은데.
"이 일은 앞으로도 교회에서 계속하면 좋겠어요. 구약성경에서 희년이 되면 노예를 돌려보내고 빚을 탕감합니다. 이처럼 한국교회 전체가 같이 힘썼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부채자들에게 다시 살아날 기회를 주는 일을 해야죠.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뭐냐면, 대학 다니면서 학자금 융자를 받기도 하잖아요. 바로 취직이 안 되면 그게 부채가 되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제가 우선순위를 학자금 융자로 했어요."

- 기독교 내에서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모르지만 몇 군데에서 이 사업에 대해 문의가 와요. 계속 언론에서 다뤄주면 관심을 가지겠죠. 하지만 아직 큰 관심은 없는 것 같아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한국교회, 성도들이 만들었다"

-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에서 소금과 빛이 되라'고 하지만 한국교회 특히 주류 대형교회는 소금과 빛은 커녕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세요?
"대형교회라 할지라도 전국적으로 돕는 일에 동참하면 좋을 텐데 '우린 대형교회니까 우리끼리 하자'는 식으로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죠."

- 한국교회가 맘모니즘(물질만능주의)에 빠진 것 같은데.
"한국교회가 맘모니즘에 빠졌다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데, 그렇게 만드는 건 성도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려가다 보니 그렇게 됩니다. 교회는 항상 문이 열려 있는데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죠. 교회를 분산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좋게 생각하면, 대형교회는 대형교회로서의 할 일이 있고 작은 교회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문제는 대형교회가 과연 잘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연합해서 작은 교회와 사회를 돕는 일에 큰 몫을 하면 좋겠는데 너무 개별 교회 위주로 빠져가는 것이 큰 문제죠."

- 성기련의 부채탕감 프로젝트 참여는 당연한 일 같아요. 오히려 교회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또, 교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걸 좋아해요. 이름 없고 빛 없는 일을 교회가 계속할 때 사회로부터 칭찬을 받죠. 사회에 봉사하는 교회가 되어야죠."

- 한국교회에 희망을 품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요?
"먼저 연합운동이 필요해요. 교회는 연합할 수 있어야 해요. 너무 개별 교회 중심인데 이젠 그런 것보다는 희생하고 봉사해야 합니다. 초대 교회가 그랬고 초창기 한국교회도 그랬어요. 희생하고 봉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데 너무 교회만 키우고 건물 짓다 보니까 사회에 희생하지 못해서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거죠. 희생과 봉사가 쉬운 건 아닌데 사회를 섬기는 게 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죠."

이영광 기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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