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안읽는 남자, 신문 안보는 여자
성경 안읽는 남자, 신문 안보는 여자
  • 양재영
  • 승인 2015.09.09 11: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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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사라 페일린의 발언과 역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경선에서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성경과 관련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장로교 등을 향한 구애에 열을 올리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썩 신통치 않다.

트럼프는 최근 블룸버그 TV 쇼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성경’을 언급했으나, 인터뷰 중 “좋아하는 성경구절 한, 두 개를 언급해달라”는 요청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성경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매우 사적인 것이므로 성경구절과 같은 구체적인 것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해 그의 ‘성경’에 대한 지식을 의심케 했다.

계속해서 쇼 호스트인 존 헤일만(John Heilemann)은 “당신은 구약과 신약 중 어느 쪽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둘 다 같다고 생각한다”라는 엉뚱한 답변으로 구설수에 정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최초의 비종교적(irreligious)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일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비종교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혹평했다.

미 언론은 계속해서 지난 7월 프랭크 룬츠(Frank Luntz)와의 대화에서 “나(트럼프)는 신께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나는 죄를 진적이 없으며, 내가 사실은 ‘신’(God)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도널드 트럼프의 언급을 인용하며, “트럼프는 성경에 대한 지식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조롱까지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러한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장로교 신자이며 마블합동교회(Marbel Collegiate Church)에 출석한다”고 밝히며 자신의 가문이 장로교 가문임을 강조했다.

그는 마블합동교회에서 52년간 담임목회를 하였으며, <가이드포스트>를 창간한 노먼 빈센트 필 목사를 언급하며 “노먼 빈센트 필 목사는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설교자 중 한명이다”라며 “그의 설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것이 싫을 정도로 위대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블합동교회측은 “도널드 트럼프의 부모는 활발한 교회 성도였고, 그들의 자녀들 중 한 명이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다”라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 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인은 아니다"고 답변함으로 트럼프의 주장을 에둘러 부정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과는 달리 미국의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를 향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 대선의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백인 보수주의자들은 ‘트럼프와 목회자들과의 만남’ 등을 주선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에선 ‘트럼프’야말로 진정한 미국 백인 남성 개신교 보수파의 자화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보수당 지지의 90%를 이루고 있는 백인 중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65세 이상 백인들의 절대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비기독교적인 후보가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 도널드 트럼프와 사라 플레인(방송화면 캡쳐)

“신문 읽지 않는 여성”

한편 황당한 말실수와 언변으로 공화당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못지않은 사라 페일린(Sarah Palin)이 내년 트럼프 행정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노골적인 구애를 시작해 트럼프 못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다.

페일린은 지난 6일 CNN 방송에 출연해 “내가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식이 좀 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장관을 맡을 생각이 있다. 석유, 천연가스, 광물 같은 것들을 불친절한 외국에 의지할 필요가 없도록 신께서 우리땅에 주셨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페일린은 젭 부시 후보가 선거운동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한 것을 비난하며 “미국에서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들어와 영어를 사용하라”고 성토하자 트럼프는“(페일린은) 정말 굉장한 사람”이라고 화답하며 급속한 관계의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

페일린은 과거 44대 대통령선거에서 힐러리와 러닝메이트를 맺으려했던 오바마의 대항마로 존 매케인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다. 알라스카 앵커리지 출신으로 지역 방송국의 스포츠 중계와 미인대회도 나올 정도의 외모를 가진 페일린이 힐러리를 향한 여성표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를 참혹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70세가 넘은 매케인이 죽어서 페일린이 대통령 직위를 물려받는 모습은 죽어도 싫다”라는 반감이 곳곳에서 감지될 정도였다.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 지명 후 첫 인터뷰에서 ‘부시 독트린’이 무엇인지 몰라 되묻기도 했으며, 어느 신문을 주로 읽느냐는 질문에 “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읽어요”라며 신문 이름 하나 대지 못하는 등 연속되는 황당한 발언으로 미국 풍자쇼의 소재로 애용되기도 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사라 페일린이 내각을 맡는 다면 ‘성경 안읽는 남자’와 ‘신문 안읽는 여자’가 행정부를 구성하는 농담같은 현실이 이루어질 수도있다.

이들을 보면서 마부르크(Marburg) 대학에서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신문’을 외쳤던 칼 바르트(Karl Barth)가 쓴 웃음을 짓고 있진 않을까?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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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 2015-09-18 04:02:05
하하 두 분 다 성경도 신문도 읽는 거 같습니다. 하나만 제대로 읽어도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