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축제 현장을 찾아서
성탄 축제 현장을 찾아서
  • 박지호
  • 승인 2007.12.25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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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보내느냐’가 중요

성탄절을 맞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한 해를 살아온 사람들처럼 들떠있다. 성탄절에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면 어디로 가실까. 성탄절 특별 할인 행사가 열리는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기는 요즘, 크리스마스를 이웃과 함께 보내며 즐거운 잔치를 제대로 벌이는 이들의 모습을 모아봤다.

▲ 선물을 받아들고 즐거워하는 필라델피아 노스 센트럴 동네 어린이.
맨해튼 할렘에 찾아간 한인 교회들

12월 22일 뉴욕 맨해튼 할렘 메디슨에비뉴미연합감리교회에서 지역 아이들을 위한 ‘성탄 파티’가 열렸다. 할렘에서 10년 넘게 사역하고 있는 브니엘선교회의 김명희 선교사와 3개의 한인 교회가 함께했다.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도왔고, 지역 어린이들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그동안 흑인 빈민가 어린이를 위한 ‘할렘 익스플로어스’라는 주말 학교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가진 종강 파티 겸 크리스마스 파티다. 매주 토요일 진행하고 있는 할렘 익스플로어스 사역은 한인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예배와 찬양을 하면서, 숙제를 도와주고, 놀아주고,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파티에는 맨하탄선교교회(최재원 목사)와 아콜라감리교회(안명훈 목사)가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게임을 준비했다.

▲ 고리 던지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할렘가 어린이.
아이들은 고리 던지기, 아기 예수에게 선물 놓기, 캔디 돌리기 등의 게임도 즐기고, 게임해서 얻은 쿠폰으로 선물도 한 아름 받아갔다. 아이들에게 ‘지난 학기에 배운 것 중에 뭐가 제일 기억에 남냐’고 물으니까 미샤가 “하나님에 대해서 알게 된 거요”라고 대답했다. 키냐는 “친구들을 만나서 좋고, 선생님이 자상하게 보살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파티 때 받은 선물 못지않게 주말 학교에서 받은 ‘사랑’이라는 선물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필라 흑인 빈민가 찾아간 한인 교회들

12월 15일 저녁, 필라델피아 흑인 빈민가 노스 센트럴 중심에 있는 애드버킷교회(Church of advocate)에서 동네 주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흑인 빈민가에 살면서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을 위해 섬머 캠프를 열고 있는 이태후 목사와 6개 한인 교회가 함께 마련한 자리다.

뉴저지 초대교회(이재훈 목사),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박반석 목사), 필라델피아 임마누엘교회, 안디옥교회(호성기 목사), 롱아일랜드 아름다운교회(황인철 목사), 워싱턴교회(최홍석 목사)에서 자원봉사자 70명이 참석해 파티를 준비했다.

▲ 한인 교회 청년들이 테이블을 오가며 직접 음식을 나르고,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일일이 챙겼다.
200명 가까운 아이들과 가족들이 참석해 성탄의 기쁨을 나눴다. 몇 주 전부터 파티만 손꼽아 기다렸다는 아이들은 가족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찬양팀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으며 음식을 먹었다. 한인 교회 청년들이 테이블을 오가며 직접 음식을 나르고,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일일이 챙겼다. 식사 후에는 게임도 하고, 선물을 나눴다. 

엄마는 가재도구와 주방용품을 받아들고 싱글벙글이고, 아이들은 장난감을 쳐다보며 자기가 제일 받고 싶었던 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교회를 떠날 때는 온 가족이 연신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그야말로 메리 크리스마스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준비한 성탄 콘서트

뉴저지에 있는 일본인 교회 러브조이피스교회(카츠노리 나카지마 목사)가 12월 8일 ‘한·일 친선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일본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담임목사인 카츠노리 목사의 사모는 한국인이다. 그래서 일본인 교회인데, 한국인들도 많다. 교회 구성원에서부터 한일간 화해와 하나 됨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 러브조이피스교회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일본인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일 친선 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콘서트는 뉴저지 한소망교회에서 장소를 제공했고, 러브조이피스처치 교인들이 손수 한국 음식을 준비했다. 카츠노리 목사는 한국인 참석자에게 일일이 다가가 능숙한 한국말로 “맛있게 드세요”라며 머리 숙여 인사했다.

무대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꾸몄다. 일본 남성들로 구성된 '뉴욕맨즈콰이어'가 17년차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흑인영가를 열창했다. 노래 실력도 탁월했지만 표정만큼은 전문 성악가 저리가라다. 이어 한인 가스펠 그룹인 '드리밍 버터플라이'가 나와 일본말로 팀을 소개하고, 가스펠을 불렀다. 노래는 한국말로 불렀지만 일본어 자막이 화면에 떠서 청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했던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자는 내용의 가스펠을 부를 때는 숙연함을 더했다.

▲ 한인 가스펠 그룹인 '드리밍 버터플라이'가 나와 일본말로 팀을 소개하고, 한국말로 노래를 불렀다.
한인 입양아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뉴저지에 사는 한인 입양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ANGEL SCHOOL’ (Adoptees Network For Good Education & Leadership)에서도 종강 파티 겸 크리스마스 파티를 12월 15일 AWCA에서 열었다. 학부모 중에 한 명이 산타로 분장해 선물을 나눠줬다. 선물이 이색적이다. 홍삼 비누서부터 한국에서 만든 학용품, 한국에서 유행하는 뮤직비디오, 하회탈까지 한국산 선물 일색이다. 엔젤스쿨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민용 목사는 “입양아 가족은 한국말이 한 글자라도 들어간 선물은 뭐든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 입양아들이 영어로 퀴즈를 내고 한글로 대답하는 '낱말 맞추기' 게임 덕분에 참여하는 이도 구경하는 이도 함께 즐거운 파티였다.
이날 파티의 백미는 학부모 팀과 자녀 팀으로 나눠 벌인 ‘낱말 맞추기’ 게임이었다.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으로 영어로 퀴즈를 내고 한글로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영국’에 대해서 설명하자 학부모 중 한 명은 ‘something 국’인데 하면서 머리를 쥐어짰다. 이 틈을 타 입양아 중 한 명이 자신 있게 ‘정국’이라고 대답했고, 어머니는 아들의 대답에 힌트를 얻어 ‘영국’이라고 답했다. 

그림을 그리면 한국말로 알아맞히는 게임도 했다. 선생님이 우유를 그렸는데, 학부모 한 명은  ‘모유’라고 외쳤다. 이어 1분 동안 한 명이 영어로 설명하면 다른 한 명이 한국어로 대답하는 게임도 했다. 어렴풋이 생각은 나는데 마음이 급하고 갑자기 대답하려니 쉽지 않다. 화가는 ‘와가’, 학생은 ‘학상’, 언니는 ‘우니’, 어머니는 ‘오머니’, 빵은 ‘방’이 됐다. 참석자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구경하는 이도 참여하는 이도 즐거운 파티였다.

▲ 이날 백인 산타 할아버지가 입양아들에게 건넨 선물은 한국산 홍삼 비누와 하회탈, 학용품 등이었다.
장애우 찾은 한인 2세들

한인 1·5세, 2세 봉사단체인 yKan(Young Korean American Network)은 12월 22일 퀸즈한인 교회에서 열리는 ‘사랑의 교실’을 방문, 밀알선교단 장애우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했다. 올해로 여덟 번째다.

yKan은 한 달 전부터 밀알선교단에 연락해 선물 리스트를 받았다. 선물을 몇 개 준비해야 하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떤 종류의 선물을 원하는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밀알선교단에서 받은 선물 리스트를 yKan 회원들에게 다시 보내면 자기가 준비할 수 있는 선물을 한 가지씩 골라 준비했다. 회원은 30여 명인데, 준비해야 할 선물은 50가지가 넘어, 어떤 회원은 10개가 넘는 선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시간이 없기 때문에 회원들 몇 명이서 선물을 수거하기 위해 일일이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이날 yKan 회원들은 40명이 넘는 장애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선물을 전달했고, 밀알 장애우들은 직접 만든 성탄 카드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yKan 회장인 줄리 조 씨는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베풀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 특히 장애우 친구들이 준비해준 크리스마스카드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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