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인 샌더스, 미국의 노무현 되나?
유대교인 샌더스, 미국의 노무현 되나?
  • 양재영
  • 승인 2015.10.03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사회주의자 유대인, 유대 금융에 맞서다
▲ 버니 샌더스

“재벌은행 해체와 조세제도 개혁을 통해 부를 중산층과 빈곤층에 재분배하자!”

힐러리 클린턴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무명의 버니 샌더스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샌더스는 4월 29일 출마선언 이후 1천 5백만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해 힐러리의 세 배에 이르렀으며, 후원자의 99%가 2백 50달러 미만의 풀뿌리 참여로 이루어져 2002년 노무현 후보의 황금돼지저금통장을 연상시키고 있다. 위스콘신 집회에 1만여명의 지지자가 모여 경쟁자인 힐러리의 두배, 공화당 젭 부시의 3배에 가까운 인원이 모여 대성황을 이뤘기도 했다.

샌더스는 1972년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버몬트 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4회 연속 낙선을 포함한 6차례 낙선을 딛고 1981년 고작 10표차이로 버몬트주 벌링턴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에 참여한 두 명의 의원 중 한명이었으며, 2005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 원정대의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의 유일한 민주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이자 유대교인인 버니 샌더스를 세상에 확연히 각인시킨 사건은 2010년 12월 10일 미국 상원의사당이었다. 그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에 야합으로 이루어진 부자 감세안 법안 통과에 맞서 홀로 8시간 30분 마라톤 연설을 이어감으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행)를 강행해 ‘필리버니’(필리버스터+ 버니 샌더스)라는 ‘애칭’을 얻는 정치적 돌풍을 일으켰다.

벌링턴 시장 재임당시 샘플레인 호숫가에 호화 호텔을 지으려던 한 갑부의 계획을 뒤집고,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핫도그를 사먹을 수 있는 ‘시민호수’를 만들었으며, 슈퍼마켓이 없던 벌링턴에 대형슈퍼마켓 대신 소비자들이 주인인 협동조합을 만들어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는 공화당, 민주당 모두 1%의 기업권력의 눈치를 보며 외면하고 있는 공공의료, 무상 고등교육, 최저임금 인상 등을 외치는 등 99%의 절망계층들을 대변하고 있으며, 막강하지만 일관성 없는 힐러리를 대신할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다. 이쯤 되면 힐러리에겐 2008년 버락 오바마 돌풍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만하다.

“유대교인이 유대재벌에 맞서다”

샌더스는 1941년 뉴욕 부르클린에서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세 유대교인이다. 방 두개 월세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던 그는 1959년 46세의 나이로 모친이 숨지면서 “그때 가난이 가족에게 주는 경제적 계급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의 정치인생은 일관되게 “최상위 14명이 하위 40%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경제 불평등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민간 건강보험을 없애고 정부보험 단일체제로 만들것’을 주장했으며, ‘상위 1%의 세율을 높이고’, ‘ 대학등록금을 낮춰 학생들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공약을 천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그의 의제가 미국 사회 기득권을 잡고 있는 거대 유대인 재벌에 대한 정면도발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주요 금융과 언론을 쥐고 있는 유대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선거자금의 절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010년 미국 대법원이 통과시킨 일명 ‘슈퍼팩’(Super Political Action Committee)는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할 수 있게 했으며, 이는 음성적으로 행해졌던 유대인들의 ‘돈질’을 양성화시키는 부작용으로 드러났다.

클린턴과 부시 뿐 아니라, 오바마를 비롯해 힐러리까지 한결같이 선거기간 동안 이스라엘을 방문해 ‘통곡의 벽’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유대인들의 ‘갑질’ 때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석유재벌인 코크 형제가 9억달러의 선거자금을 미끼로 젭 부시를 비롯한 5명의 후보를 리조트에 불러 25분씩 정견발표를 하게 한 '만행' 또한 그들이 유대주의자라는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 통곡의 벽 앞에 선 오바마와 힐러리

이런 의미에서 유대교인 샌더스의 개혁은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되기도 하며, 죽음을 각오하고 성전을 뒤엎었던 그리스도의 '도발'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는 동족 유대인으로부터 떡고물을 구걸하는 대신 근본주의 기독교대학인 리버티 대학을 방문해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들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언급하며, “인종과 종교를 막론하고 빈곤과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도덕’과 ‘정의’가 이 땅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독교인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만일 이번 대선이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샌더스 대결구도로 간다면 ‘부동산 재벌 대 사회주의자’라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선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또한 샌더스는 역대 43명의 대통령 중 유일한 유대교인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며, 가톨릭교인이었던 J.F 캐네디를 이어 두 번째 비 개신교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의 흥미가 곧 돈과 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UCLA 정치학과 교수 린 베이브렉의 말처럼 샌더스 열풍이 곧 경선과 대선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샌더스는 백인 남성으로서 과거 흑인과 히스패닉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던 오바마의 전철을 밟기엔 인종적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이민자와 소수자를 향한 독설을 통해 보수 백인 복음주의자들을 결집시켰다면, 그 대척점에 서서 거대재벌들과 저항을 함으로 다수의 소외계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샌더스 열풍을 한인 교회들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1세대와 2세대 간의 세대갈등,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 등의 빈부갈등, 동성결혼 등에 대한 이념갈등 등으로 얼룩진 한인교회가 트럼프와 샌더스라는 양 극단의 행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