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한인교회의 여전히 멀고 험한 길
퀸즈한인교회의 여전히 멀고 험한 길
  • 김종희
  • 승인 2007.12.31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임시공동의회 결과는 '절묘한 황금 분할'?

고성삼 목사가 퀸즈한인교회를 떠난 지 한 달이 되었고, 그동안 교회 안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새해에도 문제 해결은커녕 갈수록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퀸즈한인교회는 12월 30일 임시공동의회를 열었다. 안건은 ‘교회법 47조에 의거하여 권징을 시행함에 있어 당회에게 권징의 대상, 종류, 수위 등을 정하고 시행하는 권한을 위임해달라’는 것이었다. 474명이 투표한 결과, 찬성 298표(63%), 반대 168표(35%), 기권 7표, 무효 1표 순으로 나왔다.

▲ 퀸즈한인교회는 12월 30일 임시공동의회를 열었다. 투표에 참여하는 교인들.
▲ 당회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474명이 투표한 결과, 찬성 298표(63%), 반대 168표(35%), 기권 7표, 무효 1표 순으로 나왔다. 사진은 개표위원들이 표를 세는 모습.
겉만 보면 내용은 간단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복잡하다.

우선 표결에 붙인 안건이 과반수가 되어야 가결되는 것인지 3분의 2 이상이 되어야 가결되는 것인지 사전에 고지한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안건이 가결되었다고 볼 수도 없고 부결되었다고 볼 수도 없게 되었다. 한 시간 넘게 경과보고를 하고, 찬반 토론을 하고, 심지어 몸싸움도 벌였지만,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은 채 임시공동의회는 막을 내린 것이다.

이 교회의 헌법 32조 4항에 의하면, 공동의회의 의결에 대한 것 중 담임목사 청빙과 사임, 제직의 선거, 권징, 재정 관리에 관한 건은 출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과반수로 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제직의 권징과 관련된 이날 안건은 3분의 2에 미달됐기 때문에 부결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3분의 2 이상은 특정인을 지목해서 징계할 때 해당되는 것이고, 이날 안건은 기타사항에 해당되므로 과반수로도 된다고 강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당회 서기 김경한 장로가 임시공동의회 사회를 보았다. 이날 당회가 상정한 안건이 자막으로 보인다. 교인들은 교회헌법도 읽어보지 못한 채 자막 내용과 경과보고만 보고 들은 채 표결에 참여했다.
사회를 본 당회 서기 김경한 장로도 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회에서는 오늘 결과를 참고하겠다. 그동안 참고 참았다. 이제는 당회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여러분의 뜻을 묻고자 한 것이다. 당회는 오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서 교회법에 따라서 앞으로 회개하면 결과가 좋아지고 계속 어지럽히면 단호히 교회법에 따라 절차에 의해 조치할 것으로 해석해주기 바란다. 나중에 징계를 당회가 결정한 다음에는 당연히 공동의회에서 찬반 투표를 할 것이다”는 요지의 내용으로 설명했다. 설명만 한 것이지 어떠한 결의사항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

사회자가 결의사항을 발표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안건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권징의 시행에 대해서는 교회법 47조에 이미 나와 있다. ‘· 권징의 시행은 마 18:15~17절을 따라 은밀히 권면하고 순서에 따라 해야 한다. · 권징은 당회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서 당회에서 심의하고 권징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해서 은밀한 권징은 은밀히 권면하고, 공적인 권징은 서리집사의 경우 제직회에서, 장로와 안수집사와 권사는 공동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후 당회의 감독 아래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권징할 일이 있으면 이미 있는 법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당회는 47조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고, 그저 안건을 통과해달라고만 했다. 왜 현형법과 상관없이 이런 안건을 표결에 붙여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공동의회를 하면서 교인들에게 교회법 하나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에 교인들은 사회를 본 장로와 경과보고를 한 장로들의 말에 의지해 투표해야 했다.

그렇다면 회의 진행이라도 공정해야 했다. 하지만 사회자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았다. 1년 6개월 동안 교회를 소란스럽게 하고 질서를 무너뜨려 결국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자중하도록 누차 요청했지만 혼란만 가중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질서’를 계속해서 강조함으로써 당회가 제시한 안건을 통과시켜주는 쪽으로 찬성하도록 분위기를 끌고 갔다. 경과보고를 한 황석진 장로 역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교회 질서 확립을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번 임시공동의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교인들에게 발언권을 허락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 황석진 장로는 경과보고를 하면서, '교회 질서 확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퀸즈한인교회가 직면한 문제는 '교회 질서 확립'이 아니라 '교회 본질 회복'이라는 걸 장로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당회는 퀸사모로 불리는 특정 세력을 징계하는 것을 이번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는 뜻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고성삼 전임 목사의 뜻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징계하지 않고 참아왔지만, 별 잘못도 없는 담임목사까지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행위에 대해서 더 이상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황 장로는 장로 한 명, 집사 두 명, 권사 두 명 등 다섯 명의 실명을 직접 거론했다. 따라서 표적 징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날 임시공동의회 모습만 보아도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투표 결과는 당회가 교회 사태에 있어서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해준다. 당회는 교인들의 지지를 받아서 퀸사모로 불리는 반 고성삼 목사 그룹과 반 당회 그룹을 징계함으로써 당회의 힘을 키우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35%에 해당되는 168표가 장로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에 반대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당회도 이 결과에 적지 않게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 황석진 장로가 경과보고를 하면서 실명이 거론된 석영징 사역장로. 석 장로는 퀸사모의 배후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석 장로는 이날 "모든 책임을 내가 다 지고 징계도 내가 혼자 달게 받겠으니 이런 투표는 하지 말자,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만큼 퀸사모에 대한 교인들의 분노가 큰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고성삼 목사가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하자 교인들 중에는 퀸사모를 비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퀸사모에 대한 적개심 못지않게 당회의 무능과 안책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았다. 당회는 고 목사의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교인들 눈치를 본 탓인지 고 목사가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리하지 않고 대신 3개월 병가 처리를 했다. 당회는 고 목사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회로 몰리는 교인들의 거센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당회가 고 목사 거취를 사임으로 처리할 수 없는 처지다. 담임목사의 경우 자진 사임이라도 공동의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사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절차일 뿐이지 실체는 사임이다.

황석진 장로의 발언 중에는 교인들이 여전히 고성삼 목사가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도록 착각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황 장로는, 고성삼 목사는 3개월 병가 처리된 것이지 사임 처리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지금도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당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성삼 목사는 이미 2주 전에 한국에 돌아가 거처를 정한 상태다. 그리고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간 일체 사역하지 않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기자는 지금도 이 점에 대해서 변화가 없다는 것을 고 목사로부터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고 목사가 당회장 직을 분명히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당회는 노란 리본으로 상징되는 ‘고성삼 목사 복귀 희망’ 교인들을 당회 지지 그룹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를 이번 임시공동의회에서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도 당회가 담임목사를 잘 보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한 번 사과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당회를 공격하는 것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드러냈다. 하지만 당회의 뜻은 이번 임시공동의회 결과를 놓고 볼 때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인은 무엇인가. 퀸사모를 지지하거나 이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은 고작 30~40명 정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얘기였다. 그렇다면 이번 안건에 대해서 절대적인 수가 장로들이 제시한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어야 말이 된다. 하지만 교인들은 ‘못된’ 퀸사모도 싫지만 그렇다고 ‘무능한’ 당회에 힘을 실어주고 싶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교인 중에는 63% 대 35%를 ‘절묘한 황금 분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절대 승자와 절대 패자가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성삼 목사의 생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성삼 목사는 사임 발표 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득권 싸움에 지쳤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고 목사가 ‘외롭게 혼자 싸우고 있음’을 은근히 내비친다는 것이다.

고 목사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이틀 전 기자와 비공식적으로 만났을 때 아주 직접적으로 얘기했다. 기자는 “제자훈련을 한다는 사람이 3년 동안 제대로 된 제자를 못 만들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것 아니냐. 그러면서 갑작스레 교회를 떠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고 목사는 “할 만큼 했지만 도무지 변하지 않더라”고 했다. 목사가 억지로 끌고 가면 끌려가는 시늉만 할 뿐이지 속은 그대로라고 했다. 한 사람만 빼고 다 그랬다고 했다. 퀸사모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당회에 대한 얘기다.

고 목사는 자기를 음해하는 사람들이 새벽기도 때 자기가 들을 수 있는 지근거리에서 저주 담은 기도를 하고, 날마다 집으로 전화를 해서 저주를 하는데 견뎌낼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당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해준 것도 아니라고 했다. 퀸사모가 1년 반 동안 교회를 어지럽혔다고 당회는 말하지만, 고 목사 입장에서는 당회가 1년 반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과 매한가지다. 교인들이 퀸사모 못지않게 당회에 대해 분노하고 힘을 실어주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황석진 장로는 경과보고 서두에서, 고성삼 목사 부임 이래 퀸즈한인교회가 개혁에 매진하고 이민 교회의 좌표가 되기 위해 노력했음을 부각했다. 그러나 퀸사모 같은 세력 때문에 좌초되었고, 이들을 징계해서 다시 전진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했다.

그러나 껍데기만 개혁적으로 보였을 뿐이고, 속은 변화를 거부하고 호시탐탐 애굽에서 고기 먹던 때로 돌아갈 기회만 엿보았다. 고성삼 목사는 그래서 포기한 것이다. 퀸사모에 시달려서 마음도 괴롭고 몸도 상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장로들이 ‘겉으로는 따라 오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변화를 거부했다’는 점이 고 목사로 하여금 이 교회에서 계속 목회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회는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고 목사는 이미 1년 전부터 사임할 시기만을 모색했다. 여름에 기자와 만났을 때 그런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혔고, 가을에 다시 확인했을 때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올해를 못 넘길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11월에 전격적으로 행동에 옮긴 것이다. 고 목사의 결행이 결코 단시일 내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퀸사모라는 익명의 그림자 뒤에 숨어서 담임목사의 사소한 문제를 악의적으로 곡해하고 음해하는 교인들 중에는 한줌도 안 되는 교회 안의 낡은 기득권을 되찾으려는 이들과, 개인적으로 교회 안에서 상처를 겪은 이들 가운데 기득권 회복을 꾀하는 세력에 동조하면서 상처가 공격으로 악화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중에는 교회가 바로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퀸사모가 여전히 악의적인 행위를 일삼고, 당회도 변화를 거부한다면, 퀸즈한인교회는 고성삼 목사 아니라 예수님이 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돌아갈 것이다.

퀸사모도 싫고, 당회도 싫고, 고성삼 목사가 돌아와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오매불망 담임목사를 기다리는 교인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양편의 싸움에 질려서 이도 저도 싫다면서 교회를 떠나기 쉽다. 더 나쁘게는 목사에게 의존하는 신앙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어차피 고성삼 목사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 대목에 이르면 퀸즈한인교회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모두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심산이 없다면, 별다른 가망도 역시 없다는 말이다.

▲ 발언을 하겠다고 단 위로 올라가는 교인과 이제 투표할 차례라며 이를 막는 교인들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났다.
▲ 그러나 이내 여러 사람들이 단 위로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 사안 가지고 다른 교회에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점잖고 조용하게 진행된 편이다.
임시공동의회 직전 예배에서 뉴저지초대교회 이재훈 목사는 ‘사랑의 하모니’를 주제로 설교했다. 이재훈 목사는 ‘오래’ 참는 사랑, ‘모든 것’을 참는 사랑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오래 참자는 것이다. 지금 이 교회가 처한 위기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예배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런 설교를 들었느냐는 듯이 난장판을 벌였다.

교인 징계와 관련한 투표지를 세는 동안에는 찬양을 했다. ‘세상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쉬지 않으시는 하나님. 우리 이제 일어나 주의 심장 가지고 주 따르게 하소서. 세상 모든 육체가 주의 영광 보도록 우릴 부르시는 하나님. 주의 손과 발 되어 주 섬기게 하소서.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온 세상 가득하리라.’ 설교와 찬양이 안개처럼 허해지는 순간이다. 예배당 뒤편에서는 몇몇 교인들이 소리 내어 눈물을 흘렸다. 한국말을 모르는 영어권 청년들은 붉게 물든 눈시울을 닦으며 어른들에게 “왜 자꾸 싸우냐”고 영어로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