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의 벽을 허물라’
‘성전의 벽을 허물라’
  • 양재영
  • 승인 2015.11.30 16:3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LA방문 중인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인터뷰

한국개신교의 대표적 진보교회 중 하나인 향린교회 담임인 조헌정 목사가 LA를 방문했다.

향린교회는 1953년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와 전 서울대학병원장 홍창의 원로장로 등 평신도 7명이 모여 이 땅의 민초들의 ‘향기나는 이웃’(향린)이 되자는 취지로 설립한 교회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발단이 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비밀리에 결성된 곳이며, 안병무, 홍근수 목사의 ‘성전의 벽을 허물라’는 신학의 맥을 이어오며, 사회와 교계의 개혁에 앞장 서왔다.

조헌정 목사는 한신대에서 안병무 교수를 스승으로 신학을 공부했으며, 한인교회 최초로 미국교회와 통합해 메릴랜드 벨츠빌장로교회를 담당하기도 했다.

LA를 방문한 조헌정 목사를 만나 나눈 교계와 시국에 대한 그의 의견을 소개한다.

- 특별히 LA를 방문한 사유가 있나?

▲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 <NEWS M/미주뉴스앤조이>

우리 가족이 1979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대부분의 가족이 미국에 있다. 저희 어머님이 많이 연로하셔서,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과 어머님을 뵐 겸해서 몇 년 만에 방문했다. 그러다가 내가 1980년대 초중반 LA 체류시절 평신도로 다녔던 평화의 교회(당시 해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자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가 이렇게 NEWS M 기자를 만나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다. (웃음)

- 한국이 정치,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의 미국 방문이다.

그렇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금융노조 위원장이셨던 저희 교회 피택장로님이 조계사에 있는 한상균 위원장을 지나가는 길에 만나려다 경찰의 제지로 약간의 접촉이 있었고, 이로 인해 현재 경찰서에 구속된 상태이다.

이 일로 인해 저희 교인들과 4개의 자매교회들이 29일(한국시간) 오후 4시에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청을 방문해서 항의서한을 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 향린교회가 교계의 정치참여에 가장 적극적이다.

5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모이는 ‘거리 촛불기도회’라든지,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문제’, 지난 11월 14일 ‘민중대궐기대회’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민주적 흐름이나, 유신정권으로 회귀하는 듯한 상황 속에서 교인들은 더욱 열심을 내고 있다. 지금 개신교계에서 반독재, 민주화·통일운동을 하는 교회가 향린교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앞장서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향린교회와 같이 연대하는 교회나 교인은 어느 정도인가?

교회 수로 따지면 15개 정도 된다. 과거 부활절, 성탄절 거리예배를 드리면 50명 정도 참여했는데, 갈수록 점점 늘어가고 있다. 올해 부활절 때에는 1천명 정도가 참가해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비록 교회는 참여를 하지 않아도 교인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한국교회의 지각변동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이렇게 참여수가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정치적 이슈로 모이는 거리예배에 대해 꺼려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교회를 떠나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1백만의 가나안성도들, 특히 386세대들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현장기도회를 찾고 있다고 본다.

- 젊은 층이 중심이 된 교회개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지난번 뉴스앤조이도 참여한 ‘작은교회 박람회’에 저도 참여했는데, 새로운 교회목회를 추구하는 젊은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2, 30년 후 지금의 나이든 세대들이 돌아가시면, 젊은 목회자들이 대형교회의 흐름에 쫓아가지 않고 ‘작은교회 목회’를 통해서 예수님이 추구한 진정한 하나님 운동이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향린교회는 사실 일반성도들이 참여하기 꺼려하는 교회이다. 교회 현관벽에 큰 현수막이 3개 걸려있는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라’는 것과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현수막이 20여년동안 걸려있다.

향린교회에 오려면 이 현수막에 동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제가 부임하고 이명박 정권 시작하면서부터 한해 등록교인만 100명에 이르고 있다. 이전엔 거의 없었다. 지금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등록하시고 있다.

이분들은 다른 교회를 수십년 다니다,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할 수 없어 떠나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의 극히 일부가 저희교회에 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교회를 다니겠다고 오시는 한명의 문제의식은 천명의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 향린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향린교회는 단순히 정치적 실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교회의 자랑거리는 얼마전 20주년 기념예배도 가진 ‘국악예배’이다. 물론 국악기를 사용하는 몇몇 교회가 있지만, 저희교회와 같이 예배 전체를 20년 동안 국악예배로 진행해온 교회는 거의 없다.

2년전 WCC총회가 부산에서 열릴 때 저희교회가 진행한 ‘국악예배와 세계에큐메니컬 영성의 연대’라는 워크샵을 가졌다. 보통 워크샵에 30-5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저희는 가장 큰 강당에서 2백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다. 참석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다른 나라 예배를 참여하면 그 나라의 말을 몰라도 음악을 통해 그 민족의 영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어디를 가도 다 서양음악으로 된 찬송가를 쓴다. 우리 나름의 기독교를 못 갖고 있는 것이다. 저희 교회의 국악예배는 10개 정도의 국악기가 함께하는 고유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와서 들어봐야 한다.

▲ 향린교회 예향 국악선교회(사진:에큐메니안)

- 교계의 지도자로서 바라 본 현정국은 어떻다고 보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70년대 유신독재를 반대하던 학생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이분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정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같은 문제는 ‘반시대적’이라기보다 ‘역시대적’ 발상이라고 본다. 본인이 정말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면, 이건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건드림으로써 오히려 아버지의 뒷얘기를 다 끄집어내게 되었다.

성경에 보면 야훼 하나님의 역사가 강팍한 바로왕을 통해 일어났다. 국정교과서 문제 역시 하나님의 역사를 드러내는 계기, 하나님께서 역사를 움직이는 방식이 아닐까?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 대부분의 교회가 여전히 정치사회적 참여에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신앙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라서 한번 그렇게 길들어지면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사실 이 문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근본주의의 폐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130년 전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전해진 신앙이 현재 한국교회의 뿌리인데, 그때 미국의 선교사들이 대체적으로 미국의 천막교회 부흥에서 얻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선교사로 왔다. 물론 몇몇 훌륭하신 선교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선교사들이 자격 없는 사람들이 왔고, 근본주의적 신앙을 한국교회에 전파했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동의해라’, ‘이건 하나님의 뜻이다’라며 성경을 인용해서 가르쳤다. 그러한 잘못된 신앙의 뿌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며, 남북분단으로 반공의 이념이 성서와 접목되면서 이런 현상을 빚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론 성경을 제대로 읽어나갈 수 없다. ‘예수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교리적접근 뿐 아니라, 예수께서 3년동안 갈릴리에서 펼치신 하나님나라 운동에 대한 역사적 시각을 배워야 한다.

물론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역사적 예수에 대한 신학적, 성서적 연구가 새롭게 시작되면 기본적인 신앙이 회복되면서, 한국교회도 역사적 현실에 대한 참여가 바로 하나님나라 운동방식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미주지역 교회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저도 20여년 이상 미주지역에 살면서 목회도 했지만, 이민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일단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사고의 형태가 ‘고립된’ 사고방식이다.

‘성공’이라고 하는 것을 신앙적으로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삶의 완성’이라고 보지 않고, 미국의 자본주의적 사고를 통해 물질적인 것만이 성공의 잣대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이민사회가 주류사회로부터 떨어져 있다 보니 거기에 더 몰두한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한평생 주어진 삶이다. 저는 이민자들이 ‘생존해야한다’는 부정적 인생의 추구를 버리고, ‘정말 무엇이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인가?’, ‘무엇이 인생의 성공인가?’를 깊이 성찰했으면 좋겠다. 우리 후손과 민족과 사회를 위한 진정한 ‘성공’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동작그만 2015-12-02 07:28:43
"갑작스럽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선교사로 왔다.
물론 몇몇 훌륭하신 선교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선교사들이 자격 없는 사람들이 왔고,
근본주의적 신앙을 한국교회에 전파했다"

상당히 많은 선교사들이 자격없는 사람(?)들이 왔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그 자격없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어떤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지 설명해야 할것이며
실제로 당시 선교사의 자격은 어떤 조건의 선교사였어야 하는 것인지
설명해야 할것입니다.

한편 예수님의 사역에 현실 정치사회 참여가 있었는지
그래서 그런 가르침이나 혹은 무슨 뉴앙스라도 느낄 수 있는
성경말씀이 있다면 한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예수께서 가르치지 않은 것을 복음과 혼합해서 사용한다면
하나님 나라와 상관 없을 뿐아니라
결코 옳바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atom 2015-12-01 04:59:27
귀한 인터뷰 기사 감사합니다. 향린교회와 조헌정 목사님이 벌이시는 하나님나라 운동이 널리 퍼지고 결실을 맺는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인간의 역사 속에 들어와 오늘도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