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청문회, 계속된 "모르겠다".. 한숨, 탄식, 울분
세월호 청문회, 계속된 "모르겠다".. 한숨, 탄식, 울분
  • 박준호
  • 승인 2015.12.17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첫번째 세월호 청문회 둘째날 스케치

세월호 참사의 첫 번째 청문회가 진행됐다. 참사 후 600여일이 지난 터라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3일간 진행되는 이번 청문회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 및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조위, 이석태 위원장)는 첫째 날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구난 및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대주제로 해양경찰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의 관계자를 증인과 참고인으로 공청회를 이끌어나갔다.

본지 기자가 방문한 날은 둘째 날로, 청문회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둘째 날 청문회는 전날 마치지 못한 내용이 이어서 진행됐다. 이날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 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윤상 언딘 사장과 신정택 한국해양구조협회 협회장은 각각 '회사존립에 관한 불가피한 일정'과 '회장 사퇴 및 해외출장'을 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청문회가 열리는 한국YWCA 앞에는 여러 의혹들을 나타내는 피켓 시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피켓이 눈길을 끈다.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과 유가족을 비롯한 방청객들이 자리를 채웠고, 증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9시 30분, 청문회 둘째 날 일정이 그렇게 시작됐다.

 

취재 중인 기자들의 손 놀림이 빨라졌다. 청문회 특성상 많은 말들이 오고가, 기자들은 빠르게 타자를 쳐내려갔다. 첫번 째 청문회인 만큼 많은 언론사들이 취재를 왔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기사가 어떤식으로  나갈지는 알 수 없다.

 

416가족협의회 가족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방청객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자료를 공유하며 취재에 앞장섰다. 참사 초기 때부터 416TV를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가족들의 활동을 알리고 있는 고 문지성(단원고)양의 아버지가 다친 손이라도 보태고 있다.

 

증인으로 참석한 김수현 전 서해지방경찰청 청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 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결찰서 서장

 

유가족들이 청문회장 곳곳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청문회를 시청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저 노란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을까?

 

연신 물을 들이키고 있는 김문홍 전 서장. 그는 "고향이 맹골수도로 물때를 잘 알고 있다"며 "긴박한 상황에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 인원을 동원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조위의 계속된 추궁에 "당시 적절치 못한 대응에 대해서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과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양경찰청은 '전부 구조가 가능하다'라고 경찰청의 지원연락에 답했다. 유가족들의 울분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성질나서 못 듣겠다"고 나간 유가족들도 있었다. 울분을 참지 못한 한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울었다. "내 꽃 같은 자식 서러워서 어쩌나"하는 울음소리가 복도를 가득채웠다.

 

김진 위원은 각종 참사 당시 이뤄졌던 시간대별 지시 사항이 담긴 통화내역을 보이며, 적절한 대응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증인들은 대부분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문서가 있는 줄 몰랐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유가족들은 현장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독립국가기관으로 출범한 '세월호 특조위'. 이들은 상징으로 '눈'을 들었다. 이 눈이 계속된 진실의 눈이 될 수 있도록 또 다른 '눈'들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전 일정이 끝나고, 증인 들이 퇴장하고 있다.  그들 사이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몇 몇 유가족들은 울분을 토해내기도했다.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김석균 전 청장의 굳게 다문 입술이 세월호 참사의 현재를 말해주는 것 같다.

 

증인들이 들어오면서 오후 일정이 시작됐다. 당초 안전행정부 및 소방방재청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및 활동에 대해 질의 할 예정이었지만, 오전에 마무리 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오후에도 이어졌다.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담긴 뉴스 영상이 나오고 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가족들이 600여일 전 외쳤던 말이다. 지금 그 말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박준호 기자 / <에큐메니안>
본지 제휴, 무단 복제 및 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