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와 '블라인드 사이드'
대형교회와 '블라인드 사이드'
  • 양재영
  • 승인 2016.01.1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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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평소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을 보아왔던 11세 소년이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김포 경찰서는 늦게 집에 들어왔다고 어머니를 폭행한 아버지를 ‘홧김’에 살해한 11세 소년을 존속살해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11세 소년은 경찰에서 ”어머니가 집에 늦게 들어오자 아버지가 화를 내며 때리는 것을 보고 홧김에 찔렀다“며 ”평소 아버지가 집에서 자주 폭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소년은 부엌의 칼을 가지고 와 아버지의 배를 단 한 차례 찔렀으나 그게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소년은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이기에 촉법소년(만 10세~14세 미만)에 해당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계획이다.

“다운타운과 블라인드 사이드”

이곳 LA를 비롯해 미국 대도시의 다운타운에는 항상 빈민지역인 슬럼(slum)가가 형성된다. 대표적 슬럼가는 미국의 초대형도시 ‘뉴욕’에 있다. 뉴욕 센트럴 공원을 중간지대(midtown)로 위쪽은 업타운, 아래쪽은 다운타운이라 지칭한다. 이중 업타운을 우리는 할렘(Harlem)이라 부른다. 이 단어는 ‘슬럼’보다 빈민지역을 지칭하는 더 유명한 말이 되었다.

▲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실제인물인 마이클 오어와 리 앤 투오히

할렘은 생계를 위해 대도시로 몰린 사람 중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이곳엔 여러 인종이 있지만, 그중 흑인들이 절대 다수이다. 아이러니한 건 뉴욕의 고층건물이 높아질수록 이곳 할렘은 더욱 열악한 우범지대가 되어왔다. 맨하탄에 우뚝 솟은 고층건물의 그림자가 할렘에 그대로 드리워진 것이다. ‘할렘’은 미국인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싶어하는 자본주의의 사각지대이다.

2009년 미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준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란 영화가 있다. 멤피스 빈민가에서 태어난 10대 소년의 이야기다. 그 소년은 할렘이라는 ‘블라인드 사이드(사각지대)’에서 누군지도 모를 총에 맞고 사회면 한 구석을 장식할 법한 운명을 타고 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평생 ‘가족’을 가져본 적 없는 10대 소년에게 기꺼이 가족이 되어준 행복한 ‘만남’을 그리고 있다.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오어는 2009년 4월 25일 미국프로풋볼(NFL) 신인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 레이븐스로부터 1380만달러의 거액을 받고 입단한다. 사회가 버린 사각지대에 ‘기적’이 일어났다.

“대형교회와 사각지대”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한 목사님과 대화 도중 “대형교회도 잘 하는 일이 많은데, <뉴조>는 그런 일에 칭찬이 너무 인색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렇다. 대형교회도 잘하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자금력과 인력을 가진 조직을 생각하면 생색 낼 일도 아니다. 오히려, 교회 덩치를 키우려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때, 11세 소년이 갇혀있던 사각지대를 외면한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끼리끼리 모여 골프장 회동을 즐기시는 대형교회 목사님들의 ‘여가시간’ 이야기나, 호텔 고급 일식집에서 ‘목사님~’하면 대부분 고개를 돌렸다는 소위 ‘있는’ 목회자들에 관한 풍문이나, 교회로부터 국산 승용차를 받았다며 ‘검소함’을 뽐내지만, 막상 ‘싸모님’에겐 고급 ‘BMW'를 배려했다는 모 대형교회 목사와 관련한 소문 등은 사회의 사각지대를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우리 교회의 사각지대는 어디일까?’를 고민하기보다, ‘우리 교회의 성장비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능력 없는 교회 노총각의 결혼’을 고민하기보다, ‘100억대의 십일조를 낸 장로님 가문에 내 아들 장가보낼 방법’을 구상한다. ‘내가 누리는 부와 명예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이 좋은 것을 어떻게 하면 아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에 골몰한다.

교회의 건물이 높아질수록 사회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교회의 음향시설이 더욱 고급스러워질수록 사회의 고통 소리는 더욱 깊어진다. 설교 잘하시는 ‘목사님’만 쳐다볼수록 사각지대는 철저히 외면 받는다.

분명한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웅장한 교회 건물이 아닌 할렘가를 찾으셔서, 그들을 안아주시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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