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교회 잔혹사"
"시골 교회 잔혹사"
  • 신성남
  • 승인 2016.01.26 08: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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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빈 지게'를 진 머슴들
▲ 신성남 집사 © <NEWS M>

평소에 소식을 나누던 한 지인이 고향 교회의 시골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기에 막상 '시골'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교회는 대전에서 멀지 않은 K군 내의 면단위 소읍에 위치한 작은 교회이다.

입술로는 '하늘', 행위로는 '땅' 

그 교회의 1년 예산은 1억이 약간 넘는 정도다. 그런데 이 목사님 자녀들의 대학교와 대학원 학비를 모두 교회에서 지급했다. 본봉 외에 별도로 사택 공과금 및 식비도 교회가 지불한다. 개인 승용차 연료비도 교회 부담이다. 게다가 연말이 되면 양복을 교회에서 사주고, 3달에 한번씩 매년 400%의 보너스를 준다. 그러니 결국 이 핑계 저 핑계로 지출 항목을 열심히 분산 처리했지만, 사실상 교회의 재정 대부분을 담임목사가 가져 간다.

더구나 이 목사님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 보수 장로교단 소속인 이 분은 대전광역시의 더 큰 교회로 나가기 위해 10년을 넘게 계속 청빙 원서를 보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그 거룩한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근자에는 그동안 시골에서 23년 이상 목회해서 번 돈으로 '농촌 사역'을 빙자하며 땅을 샀다. 그러자 주변의 동료 목사들도 서로 뒤질세라 땅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단다. 물론 실제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를 지켜 본 성도들 중에서는 "목사들이 '하늘'에 소망을 둔 것인지, '땅'에 소망을 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일부 지각있는 교인들은 "어떤 목사들은 교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탄식을 하지만, 대부분의 순진한 시골 성도들은 그래도 목사를 구약의 대제사장처럼 생각하며 충성한다. 도리어 "목사에게 한번 말 잘못하면 천벌을 받는다"고 두려워 한다. 이는 너무나 오랫동안 무지한 가르침에 깊히 세뇌를 당한 덕분이다.

목사가 '사장'인가

게다가 군 내에서 가장 크다는 한 감리교회는 담임목사가 세상을 떠나자, 그 목사의 부인이 불과 6개월짜리 군소신학교를 나온 후 교단을 탈퇴하고 스스로 담임목사의 자리에 앉았다. 그럼에도 다수의 교인들은 이 여성 목사를 추종했다.

그러자 교단에서는 소송을 냈다. 그리고 2년을 넘게 끌어온 재판에서 한 번은 교단이 이기고, 다른 한 번은 이 여성 목사가 이겼다. 어떤 교회들은 '개판오분전'이다. 상식이 안 통한다. 그 교회는 사별한 남편 목사가 개척한 교회이다. 그러니 부인이 다른 목사에게 담임 자리를 내주기 아까워서 변칙적으로 세습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공교회가 무슨 개인 사업체인가.

같은 읍에 있는 교인수 100여 명의 다른 교회는 더 심각하다. 그 교회는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타를 운영했다. 본래 원장은 이 교회의 한 성도가 했었는데, 담임목사가 그 원장을 내보내고 목사 부인이 원장이 되어서 월급을 받았다. 덕분에 부부가 나란히 짭짤하게 수입을 챙겼다.

어느날 이 교회 담임목사가 몸이 아파서 설교를 할 수 없었는데, 그 목사는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자기 아들에게 주일 낮 설교를 시켰다. 참다참다 장로들이 "담임목사 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담임목사는 나가지 않고, 오히려 교인들이 많이 떠났다.

나중에 장로님들이 교단에 가서 항의를 했다. 하지만 개교회 장로들보다 교단 목사들 권한이 더 셌다. 교단이 목사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담임목사는 교회를 움켜쥐고 끝까지 잘 버티다가 거의 죽을 때쯤에야 교회를 떠났다.

또한 같은 군 내의 가장 큰 장로교회에서는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한판 붙었다. 이 교회도 현재의 담임목사가 개척한 교회다. 성도수는 약 300명 정도인데 수 년 전부터 수십 명 이상 줄었다.

담임목사 부인의 성격이 워낙 고약해서 떠난 교인들도 더러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멀쩡한 교회를 놔두고 굳이 빚내서 땅을 사고 교회를 새로 건축한 것이 결정타였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교회 건축으로 인한 빛 때문에 부담이 되어 많은 교인들이 떠났다. 현 담임목사의 퇴임은 이제 약 3-4년 정도 남았는데 그래도 1년 사례비가 무려 1억 원이 넘는다.

원래 담임목사는 막내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려고 했는데 부목사가 안 된다고 반대했다. 다행히 그 아들이 신학대학원에 안 간다고 결심해서 이 일은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작년에 담임목사는 40대 후반의 부목사에게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 그리고 교회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안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부목사가 담임목사에게 따지고 대들었다. 결국엔 장로 한 분이 나서서 퇴직금 반절만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퇴직한 부목사는 손바닥만한 그 읍 내에서 자기를 따르는 교인 30여 명과 다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말이 개척교회이지, 교인 나눠먹기 식이나 마찬가지다. 아무튼 본교회 담임목사는 나간 부목사가 이단이라고 설교하고 저주했다.

 

'빈 지게'를 진 머슴들

우리는 그동안 주로 대도시 대형 교회들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했다. 일례로 몇 년 전 안양의 한 대형 교회 담임목사는 20대 교인과 불륜에 빠져 사임했다. 외국에서 받은 거룩한 목회학 박사 학위도 목사의 성추행만은 결코 막지 못 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교회가 퇴직금과 위로금 명목으로 그 성범죄 목사에게 무려 6억 이상의 돈을 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말 대단한 목사에 더 대단한 교인들이다.

오랜 기간 동안 비교적 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대형 교회조차 이 모양이니, 소규모의 작은 교회들은 또 오죽할까. 여건이 열악한 시골 교회라고 해서 무조건 면죄부를 갖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그 크기에 관계없이 '성결'과 '정의'를 추구해야 옳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순간에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묵묵히 사역하고 있는 순수한 목회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건강한 교회도 많고, 교인을 가족처럼 아끼며 사랑하는 진짜 목사도 적지 않다. 따라서 그들의 눈물어린 사역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반면에 그리스도의 교회가 흠집 나면 성도들은 마음이 아프다. 어떤 목사들은 '비판'을 하지 말라고 집요하게 요구하지만, 막상 '비리'를 보면 성도들은 속이 탄다. 그리고 그럴수록 일부 변절한 목사들에게 더욱 화가 난다.

교회는 봉이 아니고, 목사의 진정한 신분은 '교회의 머슴'이다. 그러니 머슴들은 더욱 성실하고 겸손해져야 옳다. 삶의 열매는 별로 없이 매주 펼치는 중세적 '종교 쇼'를 거룩한 사역으로 착각하지 말고, 진정한 '주의 일'을 제대로 하자는 거다. 그리고 괜히 엉뚱하게 빈 지게를 지고 육갑 떨지 말고, 차라리 해마다 교회 장부나 솔직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교회 사유화'와 '맹신도'

<톰소여의 모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일찍이 "정직한 정치인이란 말은 모순이다"고 비꼬았다. 또한 그는 "인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집 개가 더 좋아진다"고 풍자했다. 아마 그래서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걸까. 아무튼 요즘엔 "정직한 목사란 말은 모순이다"는 듣기 거북한 빈정거림까지 들려온다.

우린 그동안 일부 기득권 목회자들의 거짓된 행실과 불의한 권력 추구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그 썩어 죽을 '성직주의' 때문에 "한국교회의 정상적인 회복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자조론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단지 '가르치는 직분'의 일개 목사가 '다스리는 장로'들의 고유 직무를 침범하며 교회의 사업, 재정, 인사, 관리, 그리고 행정까지 깊숙히 간여하여 온갖 월권을 자행하는 것은 분명히 반기독교적인 작태이다.

그렇게 교권을 사유화하는 목회는 종교를 빙자한 사기일 뿐이다. 마치 하인이 주인의 자리를 차지한 것과 같다. 그리고 상당수 개혁 교회에서 이런 배도적 행위가 계속 용납되는 건 순전히 무지한 '맹신의 결과'임을 각성해야 한다.

왜 오늘날 어떤 교회엔 소위 막장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허위, 조작, 왜곡, 기만, 꼼수, 편법, 공갈, 외식, 그리고 위선이 가득한가. 왜 그 많은 목회자들이 '기저귀 정치인'처럼 무더기로 비난을 받고 있을까. 이젠 '기저귀 종교인'들도 정말 수시로 갈아주어야 하나.

'교권'을 든 목사에게는 모든 것이 '봉'으로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래도 별로 할 말은 없다. '거짓 복음'으로 포장된 알량한 '기복 설교'에 아멘을 열창하며, 주일마다 돈 싸들고 예배당을 채우는 맹신도들이 봉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망치'를 든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 마크 트웨인

신성남 / 집사·<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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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s 2016-01-26 18:47:44
시골교회도 도시교회처럼 더 이상 모범생이 아니군요

atom 2016-01-26 14:28:26
한국교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 것인지... 한숨만 나오는군요.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결국은 평신도가 깨어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