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와 ‘사역자들’의 진실게임
'담임목사’와 ‘사역자들’의 진실게임
  • 양재영
  • 승인 2016.01.28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싸우스베이 한인교회, ‘사례비’를 둘러싼 논쟁 일어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사례비’를 둘러싼 공방과 갈등은 미주한인교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특별히 재정적 여건이 넉넉하지 못한 중, 소형교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부족한 재정으로 교회를 이끌어야 하는 담임목사의 ‘고충’이나, 최저 생계비에도미치지 못하는 사례비를 받으며 교회성장이란 명목으로 ‘헌신페이’를 강요받는 사역자들의 처절한 현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갈등은 소형교회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해지며, 그로 인한 교회 내분과 분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LA 근교 싸우스베이 한인교회(안대진 목사)는 100여명도 채 되지 않는 소형교회로, 최근 이 교회를 거쳐간 사역자들을 통해 교회 내에서 벌어진 ‘사례비’ 를 둘러싼 갈등을 접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고착된 미주한인교회의 고질적 병폐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례이기에 ‘사역자들’과 ‘담임목사’ 간에 오고간 공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 싸우스베이 한인교회 전경(사진:구글 이미지)

“담임목사도 사례비가 없는데....”

최근 싸우스베이 한인교회를 사임한 두 명의 사역자들은 공통적으로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동안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

한 사역자는 월 800불의 사례비를 약속받고 파트타임으로 부인과 함께 사역했지만, 3개월 지난 후 ‘교회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소속 교단의 재정 지원 중단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지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역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두 명의 사역자들은 공통되게 “모 교인으로부터 담임목사님도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있는 데 사역자들이 받아야 하는가?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사례비를 받지 않고 무보수로 사역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담임목사가 공식적 사례비를 받지 않지만, 실상은 ‘주택보조비’, ‘목회활동비’, ‘차량 유지비’ 등으로 3천불 가까운 금액을 받아왔으며, 교회 신용카드로 대외활동 비용을 충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수양관에 적지 않는 돈이 지출되고 있는데, 이 수양관은 정년을 3년여 앞둔 담임목사의 은퇴 후를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 사역자는 “이민사회에는 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목회자들이 넘쳐난다. 언제든지 쉽게 대체자를 구할 수 있다. 그런 목회자들이 종종 교회를 찾았고, 일부는 ‘영주권’ 등을 매개로 무보수 사역을 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역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제가 그만두기 몇 달 전부터 대체 사역자를 구해놓고 있었다. 교회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맡은 행사가 있어 그러지도 못했다. 사례비를 못받아서가 아니다. 동역자로 보지 않는 담임목사에게 서운한 마음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교회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울먹이고 있었다.

이들은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헌신 페이’만을 강요하는 담임목사의 목회로 인해 정신적 상처와 물질적 고통을 감내해야했다고 언급했다.

한 사역자는 “부교역자의 사례비가 밀렸을 경우 이를 담임목사나 교회 관계자들에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오늘날 한인교회는 사례비를 언급하는 사역자는 마치 ‘삯꾼’ 목사처럼 비춰지는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 싸우스베이 한인교회가 운영하는 수양관(사진:싸우스베이 한인교회 홈페이지)

“사역에 헌신하지 않는 교역자는...”

한편, 안대진 담임목사 또한 “이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안 목사는 “사례비를 주지 못한 작년 6월에 재정부 장로를 통해 ‘교회가 어려워 사례비를 지급할 수 없으니 다른 일자리를 찾으라’고 고지했다”며 “교회가 어려워서이지 고의적으로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교회로부터 받는 금액은 과거 계약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안 목사는 자신의 ‘사례비’를 둘러싼 사역자들의 반박에 대해 “교회로부터 2천불의 사례비와 주택보조비를 받기로 했지만, 사정이 어려워 받지 못했다”며 자신을 둘러싼 사례비와 불투명한 재정 논쟁은 “근거 없는 헛소문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또한, 영주권을 매개로 무보수 사역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작년에 모 전도사를 채용했지만, 책정된 예산이 없어서 주지 못한 것이지 영주권을 미끼로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금년부터는 그에게 사례비를 책정해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모 사역자가) 사역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금요일에 못 나오겠다고 하는 게 사역자인가? 주일날만 나와 사역하고, 헌금생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주장하는 사역자를 향해 강하게 성토했다.

싸우스베이 한인교회의 소식을 접한 남가주 교계의 한 중진 목회자는 “중, 소형 교회의 담임목사들은 교회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과 재정적 현실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더욱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는 부교역자들의 처우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이해 부족으로 이민교회가 ‘성직’을 이용한 노동착취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월 천불도 되지 않는 사례비를 받으며, 전임 못지않은 사역이 요구되어지는 등의 비현실적인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교회의 현주소가 답답할 뿐이다”며 “자신이 뽑은 사역자 가족의 현실도 외면하면서, 강대상에서 외치는 ‘다음세대’와 ‘미래의 비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역으로 되묻고 싶다”고 전했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