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교회를 포기하고 낯선 길로
자립 교회를 포기하고 낯선 길로
  • 한재경
  • 승인 2016.02.01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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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목회자여, 아비규환 경쟁을 멈추고 생각하자'

하루가 멀다 하고 교인들의 분쟁과 갈라서기, 무리 지어 큰 교회로 헤쳐 모인다는 소식이 귀를 열지 않아도 들려온다. 누구를 탓하랴?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알 수 없는 거대한 산처럼 우리의 죄악이 패악으로 치달은 지 오래다.

이제 때가 되었다. 갈릴리 변방에서 예수께서는 '때가 찼다'고 하셨다. 그때는 오직 시대의 짐을 온몸으로 져야 하는 가난한 자만이 깨우쳤다. 10명에서 20명 남짓으로 가난한 교회를 책임져야 하는 개신교 목회자도, 그 뒤에서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생활현장에 내 던져진 사모들의 피곤한 어깨도, 복음에 귀 기울였던 가난한 갈릴리 사람 중 하나이리라. 

지금은 복음의 본질에 다가설 절호의 기회요, 평생에 한 번뿐인 그 '때'다. 이토록 개신교회가 어려웠던 때가 있었는가? 전체 교회의 1%밖에 안 되는 거대 교회는 성적 타락과 세습, 지독한 세속화에 빠졌고, 대부분의 작은 교회들이 그 비난을 온몸으로 받는 형세다. 왕이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그 나라를 지켰던 이들은 민초 아니었던가. 내적인 가난과 외부의 비난 앞에서 개신교 목회자의 얼굴은 지쳐 보인다. 

서론이 길었다. 미주 개신교, 특히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자립 교회를 향한 길을 포기하고, 여기 이 자리의 현실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교회 패러다임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협동조합 형태의 교회 패러다임이다. 

목회자 12명이 모여 목회하면, 주일 예배 설교는 3개월에 한 번만 해도 된다. 자연스럽게 책상머리에서 짜낸 설교가 아니라, 말씀이 삶에 녹아 발효된 삶의 설교가 선포되지 않겠는가? 주일학교 교육도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가르치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자신만의 달란트대로 사역하면 된다. 자신만의 사역을 찾아내고 이에 헌신하면 될 일이다. 홈리스 사역에 가슴이 뜨거워지면, 그쪽으로 내달리고, 외로운 노인을 향해 심장이 뛰면 그대로 품으면 될 일이다. 문서사역의 길도 풍성하다. 

그리고 땀 흘리는 노동을 해야 한다. 이미 많은 목회자가 세탁소, 뷰티 서플라이, 콜택시, 델리 등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긍심을 갖고 맞서는 일이어야 한다. 노동의 현장이 말씀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숙제는 있다. 목회자는 저마다 신학의 색깔과 다른 출신학교 등등이 생각보다 큰 거침이 된다.  이런 차이를 극복할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바는 이렇다. 

첫째, 수적 성장을 포기해야 한다. 어차피 교인 뺏어오기가 성장으로 포장된 지 오래다. 그 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한 더불어 사역은 어렵다. 여기에 빼앗기는 에너지와 감정적 상해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은밀하지만 치명적이다. 

둘째, 설교 말고, 목회자 자신의 소명을 구체적으로 깨우치고, 이를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목회사역의 중심이 설교가 아니라, 자신만의 사역이다. 집수리, 홈리스 사역, 상담 사역 등등. 이는 목회자 각자가 걸어온 삶의 족적 속에 드리운 상처와 은혜에 깊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소명에 기반을 둔 구체적 사역은 교회에서 다양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것이다. 모든 사역이 잔치가 될 것이다. 홈리스 사역과 문서 사역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기도 사역과 인권 사역이 서로 화답한다. 

셋째, 사례비는 없다. 헌금은 전적으로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쓰여야 한다.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제안이 논쟁을 일으켰으면 한다. 더 많은 이들이 비난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토론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를 바란다.   

아비규환의 피라미드 경쟁에서 꼭대기에 서는 자는 소수이지만, 그 손에 순수는 없다. 더는 수평 이동하는 철새를 기다리며 교회를 불릴 꿈을 걷어찬다. 설교 시디로 하는 호객도 멈춘다. 단호히 지역 교회를 통해 구현될 복음의 본질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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