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한국교회 절망의 원인인가?
제자훈련, 한국교회 절망의 원인인가?
  • 양재영
  • 승인 2016.02.08 0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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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하나크리스천센터, 이용욱 목사 인터뷰

가정과 세대를 연합하고자 기획된 ‘패밀리 드림 프로젝트 2016’이 남가주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미주지역 1.5세와 2세 사역을 준비해온 차세대사역연구원(KAMN)이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오는 2월 14일 발렌타인스데이에 열리는 ‘결혼프로젝트 X-파일’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계속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기획한 ‘하나크리스천센터’의 이용욱 목사를 만나 청년문화와 한인교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주로 2세 사역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 하나크리스천센터의 이용욱 목사 © <뉴스 M>

2세 사역이라기보다 청년사역을 주로 했다. 이미 교회 다니던 청년들이 아닌 교회 안다니던 청년들을 위한 사역이었다.

‘교회 안다니던 20대 청년들을 어떻게 하면 교회에 오게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건전한 방법을 찾다 보니 음악이나 영화를 찾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교계에선 청년문화사역을 한다고 인지된 것 같다. 목적은 하나인데 방법은 다양하게 청년들에게 접근했다.

- 한인 청년이 주 대상이었는가?

시작할 때는 더 좁혀서 1.5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EM이 지금보다 나았다. 오히려 지금 EM 사역이 많이 위축된 상태이다.

그 당시 2세 사역, 영어사역은 잘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틈새에 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20대의 1.5세 이중 언어 문화권 청년들이라는 좁은 타켓을 만들었다.

- 1.5세들을 위해 ‘교회’를 만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처음엔 영화동호회 같은 분위기의 모임이었다. 애초 교회를 하지 말자는 플랜이었다. 청년들을 처음 6개월 정도 기본 신앙 트레이닝만 시킨 후 다른 교회에 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크리스천센터’라고 했다.

그런데, 이 청년들이 애도 낳고 하다보니 점차 의도하지 않은 교회 모습이 되었다. 교회 모습이 되다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타켓 그룹이 오지 않았다. 5년 사이에 처음 생각했던 의도가 변했던 것이다.

- 그럼 5년 후 플랜을 변경했나?

우리의 사역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청년들이 다른 교회에 가서 적응을 못했다. 적응을 못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우리한테 돌아오지도 않았다.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아차 싶어서 ‘예배’를 제대로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서 적응을 잘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우리만의 예배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예배를 만들었다. 예배가 45분이다. 시간도 짧고, 설교도 짧다. 처음 교회 나오는 사람을 타켓으로 하니 아주 심플하다.

"건물, 사례비, 조직이 없는 교회"

- 특별히 그런 포맷을 주장하는 이유가 있나?

청년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부에나 팍에 있는 하나교회와 함께 30명의 스탭들과 함께 2년 정도 연구를 했다. ‘왜 청년들이 교회를 안 나가는가?’, ‘처음에 교회 같을 때 불편한 점이 뭔가?’ 등을 주제로 데이터를 모았다.

그때 연구를 기초로 청년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을 최대한 없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친구 소개가 없고, 유치하다고 해서 교회 간판도 붙이지 않았다. 등록절차도 없으며, 직분도 없고, 부서나 운영조직도 없다. 당회도 없어서, 뭔가를 결정하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든 사역이 자원봉사로 이뤄지고 있다. 저도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 자비량 목회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게 요즘 목회의 현실인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사역하다보면 헌금을 강조할 수 없다. 십일조를 하는 가정이 우리 가정을 빼고 딱 한 가정이 있다.

그래도 할 일은 다 한다. 헌금은 안내지만 음식이나 도구 등을 도네이션 해서 행사나 모임을 가진다. 다른 교회에 비해 돈이 없고, 재정이 투명해서 나오시는 분들도 많다.

저희 교회가 추구하는 것이 3무교회이다. 한국의 합동신학교의 송인규 교수의 <삼무(三無) 교회>란 책이 있다. 교회가 가장 성경적이고 이상적이 되려면 ‘교회 건물’, ‘목회자 사례비’, ‘직분’등 세 가지가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책의 결론은 ‘그러나 이건 이상적인 교회일 뿐이지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분을 10년 전에 우연히 만났다. 그분과 이야기하다. 3무 이야기가 나와서 “우리가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처음엔 현실상 따라가다 보니까 그렇게 됐고, 지금은 우리 교회의 사역 철학이 되었다.

교회 리스를 할지언정 사지는 말자. 목사에게 기름값도 주지 않는다. 직분자들도 똑같은 위치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우리 교회 건물 유지비만 5천불인데, 한 달에 딱 그 정도 헌금이 들어온다.

- ‘삼무’가 없는 것이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인가?

깊이 이야기하다보면 그 외에도 ‘제자훈련’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많은 한국교회들이 ‘전교인 제자화 훈련’을 받는다. 저도 제자훈련을 많이 받았고, 한때 깊이 빠지기도 했다. 근데, 분명 넘을 수 없는 카테고리가 있더라.

모든 사람들이 12제자가 될 수는 없다. 책을 통해 공부해 보니. 예수님도 카테고리를 인정하셨다. 12제자가 있고, 70인이 있었고, 120인이 있었고, 수백명 수천명의 무리가 있었다. 예수님이 일부러 갈라놓으신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 중에 카테고리가 나눠졌다.

그걸 보고 깨달은 게 교인이 다 열두제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회 프로그램이 열두제자를 위한 것도 있어야겠지만, 70명, 120명, 수천명을 위한 대중 프로그램도 있어야 된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이런 것이 없고 다 12제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그러니 교인들은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등한 교인이 된다. 그렇게 되면, 둘 중의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다. 속마음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고, 영글지 않았는데, 성숙한 것처럼 행동하는 ‘가식적 크리스천’이 되거나, 그냥 교회를 안다니는 것이다.

최근 2, 30년 동안 한국교회의 교인이 줄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제자훈련이라고 본다.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다. 난 저걸 못한다. 이 교회를 가려면 저걸 해야되니 난 교회를 떠나야겠다.

- 하나교회를 떠난 청년들이 이런 현실에 부딪혔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고 본다. 이런 케이스를 많이 봤다. 청년들하고 이야기하다보면 “교회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소화하기가 너무 힘들다”, “하고 싶지도 않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교회에 가면 이런 이야기도 못한다.

그렇다면, 백 교회 중 몇 교회라도 열두제자를 포기하고, 70인이나, 120인을 위한 교회를 해야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하나크리스천센터의 모든 프로그램은 120인 이하에 맞추고 있다. 간신히 종교심이 발동해서 교회에 나오는 정도의 교인이 몇십명이다. 일 년에 서너 차례 우리 교회에 오는 교인들이 있다. 그들도 편안하게 가서 기쁜 얼굴로 반겨주고, 진실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하더라. 우리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사역의 핵심은 '가정'이다"

- 그런 사역에 한계에 부딪혔다는 말인가?

새들백교회나, 윌로우크릭교회 목사들이 자신들의 사역이 실패했다고 고백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저는 이 사역이 규모를 떠나 시대적으로 필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했는데, 18년 사역을 돌아보니까 열매가 없더라.

여기서 구원을 받고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던지, 아니면 우리 교회에 계속 남아있어서 사역팀이 됐던지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했는데, 둘 다 미흡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교회에서 예수 믿겠다고 한 청년들이 지금은 교회도 안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를 거쳐 간 200명 정도의 청년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서 확인하니 대부분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었다.

패밀리 프로젝트 2016

-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인가?

사실 우리교회가 좋은 교회 모델은 아니다. 이건 교회하고 연결하기 위한 사역체이지, 한 번도 좋은 교회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좋은 공동체가 될 수 없는 것은 우리 교회에 패밀리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다른 교회를 다니거나, 교회를 안다닌다. 청년들만 뽑아 왔는데, 그 청년들이 다 결혼하고 애 낳고 해서 패밀리 신앙을 가졌다면 열매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신앙이 20년 전과 똑같다.

이번에 시행하는 ‘패밀리 사역’은 남가주 사역자들의 조인트 프로젝트이다. 위에서 말한 많은 한계의 열쇠는 ‘가정’에 있었다. 부모님들과 자녀들과 형제들을 통해 신앙의 배경이 만들어지면, 아무리 밖에서 흔들리는 청년이라도 자기 고향을 찾아가듯이 신앙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많은 리서치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결과이다.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의 배경이라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났다. 그런데, 청년이나 청소년 사역자들은 그것보다는 당장 눈에 있는 대상만을 보아왔던 것이다. 그들을 포괄적으로 감싸줄 수 있는 환경까지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이번 ‘패밀리 프로젝트’의 취지이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해온 가정사역은 치유사역이었다. 그러다보니, 항상 급급해질 수밖에 없고, 뒷북치는 것이 되어왔다.

우리는 ‘예방하는 차원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 교회들은 공부 잘하고, 신앙생활 좋은 청년들에겐 관심이 없다. ‘잘하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청년들이 삐끗하면 나중에 회복하기가 더 힘들 수 있다.

- 오는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열리는 행사를 소개해 달라.

가장 주된 목적은 결혼을 앞둔 청년들에게 성경적인 결혼관을 접목해주는 것이다. 교회에서 하는 결혼세미나는 재미없다. 그건 책으로 보면 된다.

최고의 결혼피로연 전문가와 웨딩 플래너 들을 초청해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아주 실용적인, 그렇지만 개성적인 결혼에 대한 소개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이라는 매개를 가지고 성경적인 가정관을 터치하려고 한다.

- 한인교회들이 알았으면 하는 청년사역의 기본은 무엇인가?

‘노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는 성경공부를 교회에서 한 적이 없다. 카페에서 놀면서 했다. 청년들은 너무 좋아했다. 하지만, 열매가 없었다. 저를 좋아하긴 하는데, 내가 바라는 신앙의 열매가 없었다.

논다는 것은 소위 ‘클릭’이 된다는 것인데, 그 방법은 분명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 가?’가 숙제이다.

얼마 전 ‘작은교회를 섬기는 컨퍼런스’에서 간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회가 다 개성이 달랐으면 좋겠다. 교회의 모든 예배나 프로그램이 똑같다 보니 교회끼리 경쟁이 된다. 교회가 개성을 살린다면, 교인을 끌어올 수 있는 힘도 생기고, 교회들끼리 경쟁도 피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교회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술과 담배를 거부하는 교회도 없고 다들 묵인하는 것 같다. 오히려 술·담배를 거부하는 교회가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회들이 청년들이 안 나올까봐 말을 못한다.

우리 교회에는 동성애자들도 온다. 자기는 레즈비언이라고 얘기한다. 같이 성경공부 할 때, 나는 분명히 ‘동성애’는 잘못된 거라고 이야기한다. 성경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니까. 하지만, 동성애만 차별을 두고 말하지는 않는다. 동성애 뿐 만 아니라 모든 마음속의 간음죄가 모두 ‘죄’라고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 너무 좋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다.

교회는 믿음의 단체이다. 그 교회가 믿는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침례교 청년이 그걸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감리교로 가면 된다. 그런 선택의 여지는 줘야 한다. 교인하나라도 뺏길까봐 그런 가이드라인조차도 제시하지 못한다. 그게 청년들에겐 치명적인 핑계거리가 된다. 저는 이런 것을 중학생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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