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누구에게 투표할까?”
“예수님은 누구에게 투표할까?”
  • 양재영
  • 승인 2016.02.1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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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종교학자를 통해서 본 2016년 미 대선
▲ 미국 대선후보들이 기독교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시계방향으로, 벤 카슨, 도널드 트럼프, 테크 크루즈, 힐러리 클린턴)

오는 11월 8일 열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샌더스 vs 트럼프’의 대결 구도가 부각되고 있는 반면, 여전히 ‘힐러리 vs 크루즈 또는 루비오’ 대결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교회 목회자들은 쿠바계 히스패닉 2세인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후보와 민주당의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백인 남성 후보를 지지해왔던 복음주의 계열의 미국 목사 성향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스턴 대학교 종교학과 학장인 스태판 프로데로 교수는 ‘예수는 누구에게 투표할까?’라는 칼럼을 USA 투데이에 게재했다.

프로테로 교수는 최근 <왜 진보주의자들은 문화전쟁에서 이기는가?(심지어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에도)>(Why Liberals Win the Culture Wars, 2016. 01)라는 신간을 통해 “모든 문화전쟁은 종교 전쟁이었으며, 진보주의의 승리에 대한 보수주의의 대응이라는 과정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윤택함을 안겨주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종교문맹>(Religious Literacy)이란 책을 통해 “미국인들의 90%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믿으면서도 60%는 십계명 중 5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 중 하나라도 이름을 댈 수 있는 성인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16년 미 대선을 바라보며 종교학자인 프로데로 교수가 제기한 ‘예수라면 누굴 선택했을까?’라는 주제를 함께 고민해보자.

“예수는 누굴 선택했을까?” 

버니 샌더스는 유대인이다. 그는 정치적 업적 못지않게 종교적 헌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 전쟁을 바라보는 22%에 달하는 무신론자들은 ‘버니’를 최상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예수를 구주라 고백하고, 성경구절을 정책발표에서 언급하고 있는 반면에, 샌더스는 “종교는 개인의 문제이다”라며 종교자유를 주장했던 제퍼슨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코미디언이지 방송진행자인 지미 킴멜이 “당신은 무신론자인가”라는 질문에 샌더스는 답변을 회피했으며, 지난달 워싱턴포스트 보도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CNN의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에게 “나의 ‘영성’은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인식에 있다. 아이들이 굶주리고, 참전용사가 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나는 샌더스를 ‘특별히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의 미 대선 경선에서 ‘가장 기독교적인 후보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난 해 9월, 샌더스는 리버티대학에서 샌더스가 마태복음 7장 12절의 ‘황금률’을 언급했다. (리버티대학의 총장인 제리 팔웰은 최근 도날드 트럼프에게 기부했다.) 샌더스는 또한 마틴루터 킹 목사가 자주 인용하던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아모스 5:24)를 강조한다.

샌더스는 이 두 구절을 통해 “형제와 자매들을 사랑하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돈과 부를 얻기 위해 예배하는” 미국이 잃어버린 ‘도덕’과 ‘정의’를 상기시키고 있다.

 

“예수,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버니 샌더스” 

그는 자신이 경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닮아가고 있으며, 내가 어려서 성공회 교회에서 만났던 기독교 신앙을 회상케하고 있다. 또한, 우리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얼어 죽은 노숙자이야기를 듣고 ‘홈리스 보호소’(Homeless Shelter)를 설립한 공화당원이었던 나의 어머니의 신앙을 보는 듯했다.

예수님도 유대인이셨다. 하지만, 최근 공화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백인 복음주의 계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필사적으로 들고 나오는 ‘미국식 예수’와 ‘역사적 예수’는 전혀 닮지 않았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는 ‘낙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으셨다. 또한, 그분은 오늘날 멕시코인, 무슬림과 비슷한 입장이었던 사마리아인을 포함한 우리의 이웃들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선 당시 이사야와 아모스의 예언적 전통에 통달하셨으며, 그의 믿음은 다음 생으로의 ‘구원’보다 이 세상에서의 ‘정의’에 최우선을 두셨다.

누가복음에 기록된 예수는 회당에 나타나셔서 ‘동성애’를 꾸짖지 않으셨다. 그분은 도날드 트럼프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최고의 나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하시지 않았다.

대신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라는 이사야서를 읽으셨다.

복음 설교자인 케네스 코프랜드(Kenneth Copeland)는 “크루즈(Cruz)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기름 부음 받았다”고 언급했다. 나는 그런 식의 예언을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은 ‘사마리아성 밖에 머물면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고, 성폭행 피해자들이 임신 중절하는 것을 반대하는 문화적 보수주의자들의 비기독교적 노력’ 보다는 샌더스의 ‘정치적 혁명’이 더욱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경책을 투표함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성경의 정신을 근간으로 후보를 선택한다면, 성경 속 예수께 문의해보라. “예수님은 누굴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일 예수께서 세속적 유대인인 샌더스에게 그분의 한 표를 던질 것이라 말한다면, 예수께선 당신과 이 시대를 향해 분명한 경고를 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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