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목회자의 한국교회 청빙을 고찰하며
이민 목회자의 한국교회 청빙을 고찰하며
  • 김택규
  • 승인 2016.02.2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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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그동안 미주 한인 교계에서 이른바 '목회에 성공했다'는 목사님들이 한국 교회의 청빙을 받아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LA 지역의 한 유명한(?) 목사도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기사가 일간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에 대한 찬반 논의가 교계뿐 아니라,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도 있다.

자연히 미주 한인 사회에서는, 유능한 교계 지도급 인사들을 잃게 된다는 우려뿐 아니라, 이민 교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 접근을 위해서는, 목회직의 성격부터 규명해볼 필요가 있다. '목사직'도 하나의 직업일까? 미국의 일반적 직업 분류에서, 목사직은 'clerical'(목사, 서기직 등)로 분류하는 직종이다. 이렇게 직업적 관점으로 본다면, 목사들이 한국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그에 대해 말할 이유가 없다. 왜냐면 직업인은 대체로 더 좋은 직장, 더 나은 대우, 더 높은 자리로, 여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어디라도 자리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목회직은 단순한 직업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목회직은 직업이 아니고 '소명'(calling)이며, '사명'(mission)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것은, 현재 미주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 1세대 목회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목회하다가 미국으로 왔는데, 그들이 미국으로 온 것에 대해서도 그 동기에 대해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60~80년대 초까지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그때 한국인들에게 미국은 지상 낙원처럼 보였다.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그때 어쩌다 미국으로 떠나는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the chosen people)이었다.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면 그때 목회자들도 이런 그 당시의 추세에 따라, 살기 좋은 곳으로 직장을 옮기듯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인가? (그때 이민법상 성직자는 이민 순위가 제일 높은 '무순위'(non preference)였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동기로 이민 온 목사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대부분 진실한 목회자들은 그때 미국으로 몰려가는 한인이민자들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나의 경우는, 75년도에 S.M.U.에 유학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모교에 교수직을 약속받고 왔기 때문에(당시 홍현설 학장으로부터) 공부를 마치면 귀국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지역에 유일한 한인 교회에 분란이 생기고, 목사가 갑자기 떠났다. (그때는 미주에서 목사를 구하기가 힘들 때였다.) 교회의 대표들이 나에게 찾아와 간청함으로, 임시로 맡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민자들을 위한 사명감으로 이민 목회자가 되었다.

미주 '이민 목회'에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목회의 '대상'이 한국과 미국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물론 같은 한국인이지만 그들이 각각 처해 있는 삶의 상황은 다르다. 사고방식, 라이프 스타일 등 문화적으로 다르다. 미주 한인들은 한국인이지만 미국 사회와 문화에 적응(adaptation), 동화(assimilation)되어 있는 'Korean American'들이다. 2세들은 외모는 한국인이지만 거의 '미국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신학 공부를 하지 않고, 한국교회 목회 경험의 배경이 없는 '이민 목회자'가 한국교회로 나가면 대체로 갈등을 겪고, 문제를 만나게도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이민자들을 위한 목회에 소명 받은 목회자들은 미주 이민 사회라는 특수 상황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이민자들을 위한, 특수 목회 상황인, 이민 교회를 섬기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도 미국에서 학위도 받은 뛰어난 목사님들이 많을 것이다. 굳이 이민 목회 경험과 '노하우'를 체득한 '이민 교회 목사들이 한국에 나갈 이유가 있겠는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이민 목회자 중 한국의 큰 교회들이 대체로 원하는 스펙이 있는 목회자들이 있다. 즉 학위가 있고, 미국에서도 큰 교회를 목회하고 있고, 국제적 감각이 있고, 영어도 구사한다는 등의 다양한 스펙을 지닌 목회자들 말이다. 이런 요구 때문에 한국에 나갔다면, '우리 목사님은 이런 분이야'라는 장식용, 과시용 목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목회지'를 미국이나 한국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주님의 '부르심'이라면, 꼭 필요하다면 옮겨야 한다. UMC 같은 전통적 감리교단은 '목사 1년 파송제'를 지금까지도 채택하고 있어, 국내이건 해외이건 어디든지 파송한다.

다만 이민자들을 섬기는 목회 사명과 소명 의식이 있는 목사로서, 꼭 옮겨야 할 형편이라면, '역이민' 같은 한국행이 아니라, 목회의 대상과 상황이 같은 미주 지역 내의 이민 교회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주는 넓다. 그리고 사명만 있다면 갈 곳은 아직 많다.

김택규 목사 / <KUMC 미전국 원로목사회장>
<당당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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