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아이돌' 가수 한희준이 사는 이유
'아메리칸 아이돌' 가수 한희준이 사는 이유
  • 유영
  • 승인 2016.03.02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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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인터뷰] "밀알선교단 친구들의 친한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
   
▲ 희준 씨가 들어오자 10여 명의 장애인이 무척 반갑게 맞는다.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눈 친구를 맞이하며,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함께 보드게임도 하고, 쌓였던 대화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사진 김민수)

아마 사람들은 가수 한희준의 말을 포장하기 위한 미사여구로 여겼을지 모른다.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참가했다고 밝힌 이유 말이다. 성공에 집착하던 모습을 내려놓고, 삶의 목적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한 경험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지 모른다. 그는 이 부분을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뉴욕밀알선교단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중 장애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부금을 모으려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되더라고요. 고민하다 오디션에 참가해 이름이 알려지면 기부금을 더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아메리칸 아이돌'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벌써 8년이 되어 간다. 희준 씨가 뉴욕의 장애인들과 친구로 지낸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처음에는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다.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보낸 시간이 실패로 끝났다는 생각에 가벼운 우울증 증상을 경험했다. 신학대학을 다니다 한국에 가서 2년 동안 가수가 되려고 준비했던 기간은 참으로 힘들었다. 허망함으로 돌아온 노력의 시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 "누구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이 친구들도 저한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좋았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받아주는 관계. 그런 시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 김민수)

사촌 형의 소개로 나온 봉사 활동에서 신비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외모, 옷차림 그 어떠한 것도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늘 그러한 것에 신경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삶을 준비했던 시간이 남긴 마음의 병은 외적인 것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함께하는 시간과 부족하다 느끼는 영어 실력에도 충분히 기뻐해 주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음의 병을 이길 힘과 미국에서 새롭게 도전할 힘 모두를 장애인들과 함께하며 얻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미국에 돌아올 때면 어김없이 뉴욕 밀알선교단을 찾아 장애인들과 함께한다. 휴식하는 시간이지만, 희준 씨는 "밀알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예배하고, 즐겁게 노는 시간이 쉬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일과 21일에는 뉴욕밀알선교단 모금을 위한 행사에 참여해 노래했다. 베이사이드 역 근처로 옮긴 뉴욕밀알선교단 사무실에서 화요일마다 열리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화요 예배에도 참석한다. 예배 전, 저녁 식사 시간. 희준 씨가 들어오자 10여 명의 장애인이 무척 반갑게 맞는다. 오랜 시간 마음을 나눈 친구를 맞이하며, 웃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나보다 나를 더 챙겨주는 친구

   
▲ 윤준상 씨가 어느새 다녀왔는지 희준 씨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 왔다. 희준 씨 일이라면 가장 앞장서 챙기는 좋은 친구다. (사진 김민수)

이날 모임에 참석한 장애인 윤준상 씨가 어느새 다녀왔는지 희준 씨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 왔다. 희준 씨 일이라면 가장 앞장서 챙기는 좋은 친구다. 준상 씨는 8년 전, 처음 밀알에 왔을 때 만난 선생님이라고 희준 씨를 소개한다. 

"영어랑 숙제를 봐주었어요. 모르는 것도 없고, 너무 잘 알려줬어요. 희준이가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갔을 때, 문자를 100번 정도 보냈던 것 같아요. 정말 잘 되기를 바랐어요. 예전에 밀알에서 함께 노래 부르던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희준 씨는 준상 씨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저 방과 후 학교 교사로 만났다. 간단한 숙제를 봐주고, 영어를 가르치고 함께 대화하고 놀고 교감하는 일만 했다. 마음을 얻기 쉽지 않은 장애인들과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며, 희준 씨는 내면의 변화를 경험했다. 신학 대학까지 가서 공부만 했던 일, 바로 자신을 받아주는 약한 이들에게 감사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저도 다른 분들이랑 다를 바 없이 시작한 일이었어요. 보통 장애인들과 관련한 봉사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세 번의 전환점을 경험한다고 해요. 먼저는 자기가 필요해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음에는 점차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한다는 만족감 같은 걸 느낀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감사하게 된다고 해요. 

저도 같은 경험을 하면서 마음이 변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돕는다는 생각으로 지내면서 많이 만족했지요. 그런데 점차 친구들이 저를 채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오히려 제가 받아들여지고, 사랑받으면서 너무 고마워지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쌓였던 거절의 상처를 친구들이 보듬어 주었던 것이지요.

살았던 시간 중 친구들과 지낸 시간을 신혼여행이라고 표현해요. 현실과 떨어져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었으니까요. 누구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이 친구들도 저한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좋았어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받아주는 관계. 그런 시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친한 친구로 살아가기를" 

   
▲ 희준 씨 역시 친구로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 준상 씨의 친구 같은 말로 장애인 친구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과 친밀함을 나누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 제공 김민수)

소망은 우리가 살아갈 길을 더 빛나게 해준다. 젊은이에게 꿈과 이루고자 하는 비전은 늘 가슴 뛰게 하는 상상이다. 희준 씨와 준상 씨도 꿈이 있다. 먼저는 더 친밀한 친구가 되어가기를 바라는 꿈이다. 준상 씨는 희준 씨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 말고도 친구가 되고 싶은 다른 바람이 있다. 

"친구라는 사실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요. 더 친구가 되고 싶어요. 마음으로 나누면서 친구라는 사실을 느끼고 싶어요." 

희준 씨 역시 친구로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 준상 씨의 친구 같은 말로 장애인 친구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과 친밀함을 나누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과 교감하고,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인이 되고 싶기도 해요. 사람의 마음에 있는 말을 들어주고, 함께 나누고,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할 이야기를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좋은 노래로 계속 소통하고 싶기도 하고요. 밀알 친구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에요. 많은 사람이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로 감사할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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