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당신, 목사 맞나요?
"대통령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당신, 목사 맞나요?
  • 지유석
  • 승인 2016.03.08 07:4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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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종교인, 종교를 이용하는 정치인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 국가조찬기도회의 자리는 대통령님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며 국민을 더 잘 섬기시라고 격려하는 자리입니다. 특별히 올해는 대한민국에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해입니다. 경제 한파와 싸우고 국가안보를 지키며 긴장된 남북관계도 개선시켜 나가야 할 해입니다. (중략)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한 곳이 없습니다. 바로 이런 때에 우리는 더 하나님께 기도하고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가 한 설교 가운데 한 대목입니다. 활자만 따져보면 아주 훌륭합니다. 기독교에서는 감동적인 설교를 들었을 때 '은혜가 임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은혜로울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 나라는 지금 심각한 상황입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며, 남북관계 긴장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념 간, 지역 간 갈등도 넘어서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누구일까요? 현 정권 아니던가요?

종교인은 불의한 권력을 꾸짖어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8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한반도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전시 상황이고, 학연-지연-이념 간 갈등으로 사회통합은 늘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문제는 적어도 지도자라면 이런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는 데 매진해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국민들을 일깨워야 합니다. 적어도 지난 정권,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그래도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고자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어떤가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원정 성추행을 신호탄으로 세월호 참사, 성완종 리스트, 정윤회 문건 파동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중단, 테러방지법까지 박근혜 정권 3년 동안 정말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상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라면 현 정권은 일찌감치 정권을 내놓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국헌문란에 가까운 실정을 자행했음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오는 4월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해 영구집권 하겠다는 야심에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일까요? 정권에 악재일 만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 정권은 사건의 본질을 진영논리로 바꿔 논점을 호도했습니다. 말하자면 분열을 부추겨 난국을 빠져 나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세월호에 탄 아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알고자 했던 엄마, 아빠들은 '종북'으로, '반정부 불순세력'으로 몰려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이 정권이 자신을 지키고자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고 사회 갈등을 부추긴 데 대해 엄중히 꾸짖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독교만 놓고 보아도 그렇습니다. 구약과 신약에 등장하는 예언자들과 선지자들은 부도덕한 권력을 향해 목숨을 걸고 하느님의 공의를 설파했습니다.

진실로 하느님 말씀을 대언하는 목회자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를 갈등과 긴장으로 몰아넣은 현 정권을 엄중하게 꾸짖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조찬기도회에 모인 목회자들은 이 같은 임무를 방기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을 찬양하고, 대통령의 심기를 세심하게 배려했습니다. 소강석 목사의 말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수만 명을 섬기는 목회를 하지만 따뜻한 카리스마의 리더십을 발휘해서 비교적 다툼 없는 건강한 목회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야성과 안티세력이 생겨나는 걸 봅니다. 하물며 각자의 생각이 다른 5천만 명을 섬기고 수백 개국과 정상외교를 해야 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정운영을 하시는 대통령님께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달프실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 목회자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식 잃고 슬퍼하는 엄마, 아빠의 심기를 세심하게 어루만져 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안산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어느 목회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안산 지역 목회자 열 명 중 여덟 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개 언급을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주일예배 설교에서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후벼 팠습니다. (관련 기사: "하나님이 학생들 침몰시켜 국민에게 기회 줘")

그런 김 목사가 세월호 참사 한 달 전인 3월 있었던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 대표설교에서는 "대한민국은 통일의 비전을 가진 대통령을 만났다", "고레스(구약성서에 등장하는 페르시아 계몽군주)와 같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웠습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종교인에게 당부합니다

▲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은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예방했다. 김영주 NCCK총무는 한 위원장에게 소통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 지유석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자신감을 얻었을까요? 이 정권은 종교에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4일 한광옥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대통합위) 위원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차례로 찾았습니다.

한 위원장은 개신교 외에도 천주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다른 종단 지도자도 찾을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 대통합위는 국민통합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기 위해 개신교를 비롯해 불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등 7대 종단을 방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NCCK 김영주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제위기, 북한의 안보위협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때에 국민들의 마음을 다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나 대책위 같은 자문기구가 설파하기보다 종교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이 같은 필요성을 주장하는 게 반향이 크다고 여겨 찾아뵈었다."

김 총무는 이에 대해 "정부가 이미 취할 조치는 다 취해 놓고 가부(따를 것이냐의 여부 - 기자 주)만 묻는다"며 소통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김 총무의 입장은 완곡하지만 정곡을 찌릅니다.

이제까지 현 정권은 의제 추진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등 나라 전체의 미래가 걸린 의제마저 정권 입맛에 맞도록 우격다짐으로 추진됐습니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어떤가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무색해졌습니다. 이들 기관들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식으로 작동하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안보불안은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무능한 리더십 탓입니다.

정부가 종교계에게 사회통합의 역할을 기대하려면 먼저 그동안의 실책에 대해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합니다.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이는 종교계에게 '정부에 부역하라'고 요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먼저 종교계, 특히 권력에 아부하는 기독교계에게 당부합니다. 여러분들이 섬겨야 하는 주인은 하느님이지 대통령이 아닙니다. 정권의 최고 책임자를 위해 당연히 기도는 해야 하겠지만, 정권이 제 길을 벗어나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면 분연히 일어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구약과 신약의 선지자들은 목숨 걸고 이 같은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예수께서 국가조찬기도회 석상에 오셨을 때, 어떻게 행동하셨을지 묵상하고 또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신약성서 <마르코 복음>의 기록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예수께서는 국가조찬기도회 자리를 뒤집어엎었을 것입니다. 성전에서 상인들이 깔아 놓은 좌판을 뒤엎으셨듯 말입니다.

그리고 현 정권은 들으십시오.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종교는 정권을 유지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정히 지금 나라 살림이 어렵고, 안보마저 불안하다면, 그런 상황을 만든 당신들의 책임을 먼저 인정하시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그 잘못을 겸허히 고백하십시오. 그게 순서이고, 인간된 도리입니다.

언제까지 정권이 유지되리라 생각하십니까? 불의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 받습니다. 개신교를 비롯한 고등 종교가 세상 권세에 던지는 교훈이자 경고입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박 대통령은 이 점을 반드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유석 기자 / <숨바꼭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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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자 2016-03-14 14:53:12
NEWS M이 오마이뉴스 대변인인가요? 40%라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서 취임한 대통령을 이렇듯 마 대해도 되는것인지? 경제? 튼실하다는 독일도 흔들리는 판에, 대통령이 잘못? 이 나라는 무엇이든지 잘못되면 대통령 책임? 어색합니다.

지나가다 어이없어 2016-03-13 12:15:29
이걸 기사라고, 완전 또라이 아닌가. 불의한 권력이다, 아니다는 니가 판단, 단정해 마구 정죄할 게 아니다. 이런 편협하고 편향된 쓰레기들도 언론이라고 설치니, 니 논리대로라면 "불의한 언론도 문 닫아라"

하나님의 종 2016-03-12 23:04:21
더럽다.추하다.한국교회 목사! 참 더럽다.소녀상 지키는 어린학생들 앞에 무릎끓고 미안하다고 해라. 하나님이 분명히 심판하신다. 하나님 두려운 줄을 모르는 더러운 목사들이여! 세례요한이 말했다. 천국이 가까왔다고

ㅉㅉㅉ 2016-03-09 13:44:47
희한한 별종이 등장했군요. ㅉㅉ

창피합니다. 2016-03-09 07:39:41
이런 소대가리 만도 못한 인간이 온갖 권력에 아부하고 아양을 떨어대니 복음이 싸구려 복음이 돼서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겁니다.
대통령 아니라 그 누구 앞에서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할 사람이 그앞에서 하나님을 낮추면서 아부나 떨고 이런 기복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자가 목사라고 불리는 게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정말 죄송합니다. 생각이 있는 목회자들은 회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