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많이 하면 다 된다고?
기도 많이 하면 다 된다고?
  • 지성수
  • 승인 2016.03.19 02: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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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교회 안 나가는 목사 이야기 (4)

신학교에 다닐 때였다. 한 번은 급우들 몇 명이 한꺼번에 결석하고 이튿날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뭔 일인가 했더니 삼각산기도원에서 '죽어서 천국을 갔다 왔다'는 목사가 인도하는 철야 집회에 갔었다는 것이다. 나는 귀가 솔깃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기울여 보다가 단번에 '에이, 사기꾼 또 하나 나타났구나' 하고 단정을 지어버렸다.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강사가 천국을 보고 왔다면 이 세상을 꿰뚫어 보는 시각이 있어야 할 터인데 이 세상의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세상의 금이 천국에서도 금이라면 그게 무슨 천국인가? 

그 목사는 천국 다녀온 이야기를 한 20년 잘 우려먹다가 남보다 조금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천국이 있다면 분명히 거기는 안 갔을 거다. 왜냐하면 모델 하우스 지어놓고 분양을 많이 했는데, 선전과 전혀 다를 터이니 거기서 소비자들 만나면 어떻게 책임지겠나? 항상 불량 식품이나 유사품에 주의해야 한다.

나도 한때 기도에 승부를 걸었던 때가 있었다. 기도깨나 한다는 사람들의 성지인 삼각산에 금요일 밤마다 올라가서 철야기도를 했다. 30여 년 전에 밤 10시가 지난 후 삼각산을 오르기 시작한 사람들의 행렬이 12시가 가까워지면서 골짜기 마다 줄을 이었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배낭을 짊어지거나 담요 보따리를 옆에 끼고 땀을 흘리며 올라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을 것이다.

▲ 바위 뒤는 물론 숲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 아우성 삼각산 일대의 풀벌레들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산비탈을 깎아서 평평하게 해놓은 배터리로 불을 밝혀 놓고 공터에 수십 명의 사람이 앉아서 찬송을 부르고 있는 장소도 있었다. 기독교 삼신각인 것이다.

바위 뒤는 물론 숲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 아우성 삼각산 일대의 풀벌레들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금요일 밤에는 그 넓은 삼각산의 골짜기마다 기도꾼들이 가득 차서 발 들여 놓을 틈이 없었다. 산을 찾던 사람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렇게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것이 삼각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한 수많은 사람 때문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빠른 박자의 찬송 소리가 들리는 쪽을 따라서 한 시간가량 올라가 보면 산비탈을 깎아서 평평하게 해놓은 배터리로 불을 밝혀 놓고 공터에 수십 명의 사람이 앉아서 찬송을 부르고 있는 장소가 곳곳에 나타난다. 기독교 삼신각인 것이다. 이런 집회를 찾아오는 단골들이 있고 그들은 복채를 내고 전도사들에게 기도를 받는다.

어떤 곳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년간 철야 집회가 계속되었다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일수록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서 단골이 많다. 보통 12시부터 예배가 시작되는데 집회를 인도하는 사람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험한 산골짝을 깜깜한 한밤중에라도 찾아오게 할 정도로 믿음직스러울 정도다. 마치 그들이 말하는 소위 영계를 꿰뚫고 남을 것 같은 자세다. 자기 확신, 자기 암시로 가득 차 극도로 자기 확대가 된 상태이다. 한 마디로 허파에 바람이 가득 찼다.

30여 년 전, 서울 변두리 지금의 하남시에서 대부분이 소규모 공장에 나가는 청년들이 주축인 교회에서 목회하던 때의 일이다. 한 달에 한 번 씩 진행하던 지방회 교역자 모임을 우리 교회에서 열었던 날이었다. 우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날이라 내가 사회를 보았다. 보통 예배 때마다 설교 끝나고 통성기도하는 시간이 있다. 이때 목사님들이 기도하는 내용은 항상 교회. 교육관, 주차장, 기도원, 묘지를 달라고 하는 '부동산 기도' 즉, 땅 사고 집 짓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우리 교회의 현실을 설명하고 이렇게 기도 요청을 했다. 

"우리 교회는 당장 땅 사서 집 지을 처지는 아닙니다. 그보다 더 절실한 문제가 있습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주일날 교회도 잘 나오지를 못하는 노동자들이 신앙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십시오."

그런데 보통 때 같으면 여름날 밤 논에서 개구리 울듯이 힘차게 터져 나올 기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부동산을 위해서는 그토록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하던 목사들의 기도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결국 나 혼자 큰소리로 기도하다가 어색해져서 입속으로 우물우물하다가 나중에는 슬그머니 묵상기도가 되어 버렸다.

▲ 부동산을 위해서는 그토록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하던 목사들의 기도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목회자들이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아서 사고의 틀 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단어들을 조합하려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날 모두가 돌아간 다음에 입만 열었다 하면 입심 좋게 쏟아져 나오던 기도의 홍수가 말라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생각났다. 목회자들이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아서 사고의 틀 속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단어들을 조합하려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마 조금 더 기다렸으면 우렁찬 통성기도가 터져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게 10년이 걸리지 20년이 걸릴지 영원히 안 나올지 모를 일이지만.

자신이 기도하면 하나님이 웬만하면 들어 주신다는 믿음을 가진 목사가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안 들어준 기도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본인은 들어준 기도가 더 많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영주권이 그렇다. 하나님과 전혀 상의 없이 내가 받도록 해주었지만, 그는 하나님께서 내주셨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주권이 순조롭게 나왔고, 하나님이 나서서 막아 선 증거가 없으니 그렇게 믿는다고 해서 안 될 일은 아니다.

호주에 와서 호주 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맑은 하늘이 보이는 듯했다. 왜냐하면 예배시간에 복을 달라는 기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에 호주 교회에서 '부자 되게 해 주시고, 아들딸 대학 합격시켜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 정신병자로 생각할 것이다. 그 대신 '인도해 달라'는 기도는 많이 한다. 인간이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신이 복을 내려 주신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발악해서 된 것이다.

기복신앙은 국민소득에 반비례한다. 즉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기복신앙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국 교회가 잘되려면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에도 한국은 계속 가난해야 한다는 역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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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2016-03-26 14:35:12
하나님 팔아 먹고살자고 하는짓인거 알고는 있습니다.

과학인간 2016-03-19 07:07:00
목사들이 교회짓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을 단지 목사들의 잘못으로 몰아가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읍니다. 카톨릭 처럼 공교회가 아닌 개교회가 자립을 해야하는 개신교에서 목사들은 직업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알게 모르게 사로잡혀 있읍니다. 비록 성공해서 큰 교회를 지었다고 해도 언제나 쫒겨날 수도 있다는 비장함 속에 살아야 하지요. 그래서 힘있는 교인에게 기대고 싶어하고 한편으로는 충성파로 운영위원들을 만들고 적당히 비위 맞춰가 면서 견딥니다. 그러니 교회 커가고 건물올라가는 일이 자신의 성과로 여겨지는 마당에 저처럼 처절한 밤샘기도가 안나올 수 없는 것이지요.그외의 모든것들은 사실 별 관심도없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교회 개혁같은 것들은 회피 할수 밖에 없지요. 목사들, 알고보면 엄청불쌍한 우리 서민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짓이 오죽하겠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