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족식'은 허용, '안수'는 불허
'세족식'은 허용, '안수'는 불허
  • 양재영
  • 승인 2016.03.25 0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리아 난민 여성 세족식 진행 밝혀

내전을 피해 나온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목) 사순절을 맞아 난민들의 발을 닦아주는 세족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족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제자들과 함께 한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기 위한 기독교 전통 행사이다. 이 날에 교황은 예수께서 12제자의 발을 씻으신 것과 같이 12명에게 세족식을 진행해왔다.

교황청은 “이번 세족식에 참여하는 12명의 난민들은 난민센터에 기거하는 분들이다”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래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세족식을 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숨김없이 표명했다"고 전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속식을 진행하기 위해 CARA 수용센터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프란체스코 교황이 24일(목) 사순절을 맞아 난민들의 발을 닦아주는 세족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여성 세족식 참여, 공식 규범화”

또한, 이번 세족식은 그간 남성 가톨릭 신자에게 국한됐던 것을 깨고, 무슬림 여성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교황청은 이번 세족식에 무슬림 여성까지 포함시키겠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에 대해 "난민에게 이 의식을 행하는 것은 종교를 초월해 이들을 보듬으려는 교황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의식이 '인간의 존엄성은 신앙의 차이를 넘어 존중돼야 함'을 상징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로마 교황청은 지난 1950년대부터 세족식에 남성들만 참가해왔으나, 이번 세족식부터는 여성이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세족식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을 공식 규범화하며 “신중한 검토 끝에 로마 교황청의 전통적 미사 방식을 바꿀 것을 결정했다. 최후의 만찬에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세족식의) 진정한 의미와, 온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그리스도의 뜻을 실행하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교황청의 공식 규정이 없음에도 여성을 세족식에 참여시켜온 미국가톨릭교회는 “마지막 만찬에서 12명의 남성 제자의 발을 씻겨준 예수님의 의식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대신 은유적인 겸손으로 받아들여 여성들을 세족식에 참여시켜왔다”고 전하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데이튼 대학의 신학과 교수인 데니스 도일은 “이번 행사에서 상징하고 있는 것은 여성도 하나님의 백성에 포함된 것이다”고 전했으며, 미국 가톨릭연구센터 디렉터인 캐서린 커밍스 역시 “이번 결정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주교 대학의 수장으로 매리 맬론을 임명한 것과 함께 교회제도에 여성을 포함시킨 의미있는 사건이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가톨릭 내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았다.

존 줄스도르프 신부는 그의 블로그를 통해 “(이번 결정으로) 예전규범이 매우 나쁘고, 의미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평했다.

또한 몇몇 가톨릭 신부들은 “요한복음에 묘사된 마지막 만찬에서 12명의 남성 사도의 발을 씻겨주신 것을 기념하는 예식에 여성을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며, 일부에선 “남성이 여성의 다리와 발을 만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이러한 문화에서 여성의 세족식 참여를 허용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전했다.

“여성안수는 불허”

한편, 여성참여에 대한 가톨릭교회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련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리더십의 공식적 역할이 제한되어 있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가톨릭 교회는 지난 1976년 바티칸이 발표한 ‘여성교역 사제직 불허’ 문건에 따라 여성사제서품을 막고 있다. 바티칸 문건은 “남녀 간의 성 차이는 인종이나 민족의 차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수는 남자이고, 그가 뽑은 열두 사도도 남자뿐이었다. 교회는 입장을 바꿀 자유가 없으며, 따라서 여성은 그리스도를 온전히 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제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해 가을 “여성 안수는 가능하지 않다”고 표명했으며, 2013년 9월 동성결혼과 여성 사제 서품을 옹호하던 그렉 레이놀즈 신부를 파문해 여성계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독교에서 여성의 역할이 축소된 시점은 325년 니케아 공의회로 본다. 이전까지 남성과 동등하게 ‘부제품’을 받고 직무를 수행했던 여성은 니케아 공의회에서 “여성들은 어떠한 안수도 받아서는 안된다. 여성은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이다”고 규정한 뒤 남성만이 성직에 참여할 수 있었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