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미국, 고립된 복음주의자
분열된 미국, 고립된 복음주의자
  • 경소영
  • 승인 2016.04.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극화, 인종, 종교, 정치 갈등이 초래한 불통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경소영 기자] 세상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만큼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편리함이 극대화된 시대에 산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빠르고 다양한 소통으로 인해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져 세계인이 서로를 품는 마음이 더 넓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보다 좋은 세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는 법, 화려한 디지털 시대에 가까스로 가려진 온갖 갈등이 빛 사이를 비집고 터져 나오고 있다.  

다양성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미국은 심각한 사회, 문화적 위기에 처했다. 빈부 격차는 점점 골이 깊어지고, 인종 간의 긴장, 보수와 진보의 대립, 복음주의자와 성소수자의 냉전 등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과 갈등 구도가 미국인을 분리하고 있다.  

갈라지고 양극화된 사회는 대화와 소통을 어렵게 한다. 미국의 리서치 기관인 바나(Barna)는 이달 초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의 특징적 그룹 간 소통의 현주소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미국인이 다른 그룹과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꼽은 ‘대화하기 어려운 상대’는 무슬림(73%)이었으며, 다음은 몰몬교인(60%), 무신론자(56%)가 차지했다. 그리고 복음주의 기독교인(55%)과 LGBT(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 그룹이 뒤를 이었다. 

더욱 암울한 것은 각 그룹의 구성원들이 다른 그룹과 대화하는 데에 심각한 어려움을 보인 반면, 그룹 안에서는 이전보다 그룹원 끼리 결속력이 강해지고 외부적으로는 배타성을 보이는 성향이 짙어진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는 이미 대형화된 교회와 목회자들의 부패로 많은 지탄받고 있다. 타 종교에 매우 배타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교회가 갈등을 완화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적 분열 요인으로 기독교가 빠질 수 없는 부끄러운 상황에 이르렀다. 성경적인 원칙을 고수하려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조차 서로 연합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율법적 잣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물질과 외형을 추구하는 이중적 태도가 분열을 심화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기독교 공동체를 맹렬하게 분리하고 있다.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트럼프 후보를 놓고 의견이 갈라지고 특히 복음주의자들이 크게 분열하고 있다. 바나는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하여 복음주의자, 비복음주의자, 관념적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종교적 회의론자 등 5개 특정 신앙 그룹을 나눴다. 이들은 서로 상당히 다른 태도와 후보 선호도를 보여 심한 긴장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의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유세장에서 지지자(오른쪽)와 반대 유권자(왼쪽)가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고립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특히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다른 그룹들과 소통하는데 가장 심각하게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바나의 조사에 따르면 무려 10명 중 9명에 달하는 87%가 성소수자 그룹과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하기 어렵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슬림과의 대화에서도 동일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복음주의 기독교인 85%가 무신론자와 대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대화가 힘들다고 응답한 성소수자는 58%, 무슬림은 66%, 무신론자는 66%에 그쳤다. 

이와 같은 결과는 복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여 타 그룹과 소통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경적 원칙과 가치관을 지키는 것에 몰두해 기독교의 핵심인 ‘복음과 사랑’을 전하기도 전에 그 통로를 오히려 막아버리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그와 반대되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바나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소셜 미디어로 인해 의미있는 대화가 어려워지고 사람과의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사교성은 오히려 저해되었고 단단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워졌다고 답변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대화가 폭증했지만 ‘외로워졌다’는 답변이 10년 전보다 2배나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가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더 외로워졌다. 교회는 많아졌고 대형화되었지만 타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복음주의자들에게 대화를 거부당한다. 바나 리서치의 데이빗 킨너맨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 사회의 분열과 양극화로 인해 서로 원만하게 대화하기가 어느 때보다도 힘들어졌으며, 특히 신앙과 관련해서는 분리, 갈등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