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USA, 동성 결혼 거부하는 신앙도 인정한다"
"PCUSA, 동성 결혼 거부하는 신앙도 인정한다"
  • 유영
  • 승인 2016.04.09 07: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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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부한미노회장 허봉기 목사, "다양한 생각 인정하는 태도 필요한 시대"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미국장로교(PCUSA) 한인 교회들의 교단 탈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 2011년 총회 결의로 동성애자를 목사 안수할 길이 열리면서부터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총회에서 결혼의 정의를 바꾸면서 탈퇴 분위기가 강해졌다. PCUSA 총회는 결혼 규정을 '한 남자와 한 여자'에서 '두 사람 사이, 전통적으로는 한 남자와 여자 사이'로 바꾸며,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 

동성애자 안수는 물론 동성 결혼에도 보수적 입장인 한인 교회의 교단 탈퇴는 당연한 일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인 교회들을 비롯해 신앙 양심에 따라 반동성애가 옳다고 판단한 많은 미국 교회가 교단 탈퇴를 시작했다. 

교단은 동성애자 안수를 결의하면서 교단 탈퇴를 용인했다. 노회에 '은혜로운 결별 정책'을 권면하는 분위기였다. 은혜로운 결별 정책은 노회의 결의에 따라 재산 관계의 예외를 인정하는 정책이다. 많은 교회가 이 과정을 따라 교단을 떠났다. 은혜로운 결별 정책은 결국 재정 분리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PCUSA 교회는 재산이 교단에 귀속되어 있다. 교단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교회 재산을 모두 두고 떠나야 한다. 

은혜로운 결별 정책을 통해 교단을 떠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소속 교회가 교단을 탈퇴할 때에는 적절한 이유가 필요하다. 개혁교단으로 이전해야 하고, 노회가 TF팀을 조직해 교인들과 대화할 길을 열어야 하는 등이 기본적 사안이다. 예를 들어 동부한미노회의 경우, 교인 50% 이상이 참석한 공동의회에서 80% 이상 지지를 받으면 교단과의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 교단에 남기를 원하는 교인들이 계속하여 교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지난 2014년 7월 이전까지는 그랬다. 문제는 PCUSA가 동성 결혼에 관하여 내놓은 2014년 총회의 한 유권해석에서 시작한다. 신앙 양심에 따라 동성 결혼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 다양한 신학이 공존할 수 있으니, 동성 결혼을 문제 삼아 교단 탈퇴를 진행할 경우 노회는 재산을 최대한 지키라고 총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양한 신학이 인정되자 소속 교회들의 탈퇴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많은 교회가 동성 결혼 인정이 신앙 양심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퇴를 진행한다. 물론 탈퇴 과정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교회와 노회가 첨예한 갈등을 보일 때가 있다. 동부한미노회와 뉴저지에 있는 필그림교회가 대립각을 세웠던 일이 대표적인 예다. 

교단 탈퇴를 위해 교인 총회를 진행하는 필그림교회.

필그림교회는 지난 2년여 동안 동부한미노회와 교단 탈퇴를 두고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 노회는 행정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필그림교회에 계속 제동을 걸었다. 필그림교회는 지난 3월에 열린 정기노회에 앞서 공동의회 결과를 받아달라고 노회에 제소했다. 노회는 다시 큰 다툼에 교회와 노회의 사이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지난 3월 열린 정기노회에서 필그림교회 양춘길 목사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사과했다. 노회와 관계를 회복하고, 은혜로운 관계 해소를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동부한미노회장 허봉기 목사는 관계 회복을 약속한 필그림교회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허 목사는 "노회도 교회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겠다. 하나님 영광을 가리지 않도록 함께 약속하고 출발했던 은혜로운 분리 절차를 밟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부한미노회와 필그림교회가 대립을 멈추고 대화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노회장 허봉기 목사의 노력이 컸다. 대립과 갈등이 넘치는 한인 교계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뉴스 M>은 노회와 교회의 화해 과정, 여러 신학·목회 이슈를 어떻게 마주해 갈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허봉기 목사가 시무하는 찬양교회를 찾았다. 다음은 허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필그림교회와 동부한미노회가 극적으로 화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5년 만에 다시 노회장으로 선출됐다. 필그림교회 당회원 전체를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주 예민한 시기였다. 필그림교회가 대회에 다시 제소했고 정기노회가 이틀 뒤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노회 기타 안건으로 11월 15일 불법으로 진행한 공동의회 결과를 인정해달라고 상정했는데, 노회에서 부결될 것이 뻔했다. 그럼 다시 국면이 어려워지는 형편이었다. 

사무총장을 통해서 양 목사와 당회원들을 한번 만나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일 오후에 사무총장과 필그림교회에 방문해 전체 당회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일을 계기로 필그림교회가 화해하는 결정을 했다. 필그림교회로서는 굉장한 결심을 한 것이다. 

이번 화해로 결정된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면 되겠는가?

필그림교회가 사과문을 발표했고, 당회 결의를 노회에 공개했다. 그에 따라서 적어도 6개월 동안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 노회와 필그림교회 모두 기도하기로 했다. 그 뒤에 노회가 주관해 설명회를 열고, 다시 공동의회를 진행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교단 탈퇴의 나머지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일도 그렇고 PCUSA에서 이뤄지는 교단 탈퇴 논의의 핵심에 은혜로운 결별 정책이 있다. 그런데 은혜로운 결별 정책이 재정 문제에 국한해 부각되는 경향이 커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은혜로운 결별 정책의 핵심은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에 예외적으로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책이 교단 관계 해소의 세세한 과정을 언급하고 있지만 결국은 재산 분리가 최종적인 쟁점이가 될 소지가 많다. PCUSA 헌법에 따르면 재산이 교단 소유다. 

정상적으로 교회가 운영될 때는 재산 운용권이 개교회에 있다. 그러나 해산 등의 특별한 상황에는 재산이 교단에 귀속된다. 그러니까 교단과 관계 해소에 있어 감추어진 이슈는 결국 돈인 셈이다. 돈 문제가 아니면 내일이라도 쑥 나갈 수 있다. 재산을 가지고 나가려고 하니까 일이 복잡한 것이다. 그래서 재산을 포기하고 교단을 벗어난 교회도 여럿 있다.

은혜로운 결별 정책도 달라졌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개정안 10-A가 있다. 그게 총회에서 통과되면서 동성애자를 안수할 길이 열렸다. 동성애자를 안수하기 원하는 교회나 노회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물론 원하지 않는 교회나 노회는 안 할 수 있었다. 

당시 총회는 신앙적인 양심에 따라서 동성애자 안수를 받아들일 수 없는 보수 그룹이 교단 안에서 자기들의 신앙 양심을 지키며 신앙 생활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노회가 원하면 '은혜로운 결별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총회가 허락한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노회 결정에 따라 되는 것이지 자동으로 교회 재산을 가지고 나갈 수는 없었다. 

동성애자 안수의 길이 열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확하게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그랬다. 하지만 그 길에 접어들면 다음 과정은 뻔했다. 결혼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다. 미국 장로교가 그 길을 걸었다. 

결국 결혼의 정의가 바뀌었다.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아니고 두 사람의 결합으로 말이다. 동시에 총회의 유권해석이 이뤄졌다. 유권해석은 신앙 양심에 따라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배당 사용 허락은 당회의 일이고, 집례는 목사의 일이다. 당회는 예배당 사용을 불허할 수 있고, 목사는 집례를 거절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했다. 

다시 말해 공존 상태가 된 것이다. 원하는 사람은 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할 수 없도록 했다. 처음 동성애를 인정하는 노선을 걷기 시작했을 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결정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은혜로운 결별 정책을 만들어서 교회가 재산을 가지고 나가도록 협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존 상태로 변하면서 교단 안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나가기를 원하는 교회가 있으면 '노회는 최선을 다해 재산을 지키라'는 것이 교단의 입장이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같은 교단에 머무르는 것이 불편한 교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교회들은 재산을 놓고 나가라는 이야기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총회가 교단 탈퇴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아니다. 공존 여건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전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사회와 교단 모두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함께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이 길이 바람직하다거나 우리가 바라는 바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나'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을 것 같다.

교단 안팎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이 그런 상황이다.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보수적 신앙인들이 따르지 못할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줄줄이 다 감옥에 가야 한다. 그렇다면 나라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주마다 보조 입법을 하고 있다. 공존할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이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실 동성애 말고도 신앙과 신학에는 여러 이슈가 있다. 그런데 이슈대로 다 갈라지고 이합집산한다면 교단은 존재할 수 없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견해가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자기 신앙 양심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인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노회는 동성 결혼 관련 헌의를 하는가?

한인교회와 관련된 헌의안이 하나 올라간다. 지역과 관계없이 자기들이 원하는 한미노회로 이전할 수 있도록 인정해달라는 내용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지금 총회 규정은 소속 대회나 인접 대회에 한미노회가 없으면 한미노회로 옮겨갈 수 없다. 171개 노회 가운데 한미노회는 세 곳뿐이다. 규정 때문에 이전하지 못하는 한인 교회가 많다. 인접 지역이 아니더라도 한인 교회들이 한미노회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려는 것이다.

최근 애틀란타노회에서 복음주의연합이라는 준노회 형식의 반동성애 연합을 만들었다. 그러한 활동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 지역에 있는 한인 교회로서는 잘 된 일이지만 일반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대애틀란타 노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활동이다. 그런 걸 하려면 노회 규모가 커야 한다. 말하자면 노회 안의 노회를 인정하는 방식인데, 규모가 작은 노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규모가 크다고 해도 노회가 허락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지역 노회에 속한 한인 교회가 적어도 열 개 이상은 되어야 의미가 있는데 세 개밖에 없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일반화되기 어려운 방식이다. 

복음주의연합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동부한미노회에서 헌의하는 내용이 더 일반화하기 쉽다. 미국 장로교 안에는 16개의 대회가 있다. 지금은 인접 대회까지 노회 이전이 가능하다. 한인교회들이 어느 지역에 있어도 한미노회로 이전할 수 있다면 교단에서 지내기가 더 용이해질 수 있다. 

PCUSA에 있는 한인 교회가 어떤 생각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예민한 이슈를 두고 신앙적인 차이가 있지만, 미국장로교에 남아 있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듣는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복음을 전해준 교단이라 은혜를 갚으려고 한다든지, 기도의 사명이 있으니 남아서 미국장로교를 성경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답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천 명 이상 모이는 미국 대형 교회들이 주도해서 보수 그룹을 형성하고 교단 안에서 공존을 모색할 때에도 일이 잘 안 됐다. 그래서 그들이 나갔다. 그런 사람들이 빠져나간 마당에 힘없는 한인 교회들이 남아서 변화를 주도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장로교에 교회가 1만 1000개쯤 되는데 그중에 한인 교회는 400개가 안 된다. 변화를 주도하기 바라는 건 그냥 우리의 희망 사항이다. 물론 몇 사람이 모여도 성령이 일하시면 일어나지 못할 일이 없겠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교단에 남아 있는 이유는 느슨한 연대감과 동지 의식 때문이다. 이 의견은 노회장이 아닌 개인적 의견이다. PCUSA에서 상당수의 사람이 동성애 이슈에 관해 우리와 같은 견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미국 장로교 안에도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는 것이다. 

한인 교회들은 한결같이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 우리 노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입장에 따른 신앙생활이 불가능하다면 탈퇴 외에 다른 길이 없다. 하지만, 양심에 따른 신앙생활이 보장되어 있고 아직 대부분의 한인교회가 교단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연대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교단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없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한인 교회들은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다. 한 교회가 그 지역에서 제대로 교회 노릇하기도 숨이 가쁜 상황에 교단의 처지를 염려해서 변화를 꾀한다는 건 어렵다고 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느슨한 연대감과 동지 의식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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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5 2016-04-12 14:50:28
주신 글 감사히 잘보았습니다 이글을 제가 다니는 교회 교우본께 보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