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본 한인 교회는 어떤 모습?
미국인이 본 한인 교회는 어떤 모습?
  • 박지호
  • 승인 2008.02.0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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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제이 브라운 교수, “교회서 끼리끼리 놀지 맙시다!”

한 손으로 물건을 건네다가 장인어른에게 혼난 남자, 집에 있는 계란을 가져가면서 계란 값 2불을 건네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무렇지 않은 남자, 한국 음식 중 빨간 건 절대 안 먹는 남자, 이태리타올(?)로 때를 미는 아내가 이상하게 보이는 남자, 남탕에서도 낯뜨거워하는 남자, 한국인 아내와 사는 제이 브라운 교수가 그다.

▲ 한인 교회를 보며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빼올 수는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서 한국을 빼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제이 브라운 교수. (사진 제공 : 제이 브라운)
달라스 지역신문인 <코넷>과 <미주뉴스앤조이>에 ‘한국 사람들 미국 사람들’이라는 연재물을 기고하고 있는 그는 텍사스 웨슬리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행동심리학자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관점으로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그려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를 연재하는 김은정 씨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가 바라보는 한인 교회는 어떤 모습은 이렇다. 새벽기도에 꾸준히 참석하는 교인들이 대단하기만 하다. 예배 후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미국 교회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교우들끼리의 유대 관계도 두텁다. 하지만 끼리끼리 몰려다니고 낯선 사람은 좀체 끼워주지 않는다. 아는 사람에겐 굉장히 친절한데, 모르는 사람은 교회 복도에서 마주쳐도 눈인사도 건네지 않는다. 새신자에게 보이는 ‘반짝 관심’은 금세 시들시들해진다.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라고 하는데, 정작 자녀들이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내버려둔다.

그의 분석이 걸작이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빼올 수는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서 한국을 빼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당한 대답이지만 그리스도인에게서 그리스도를 빼놓을 수 없기에 한국적인 문화도 기독교적인 가치관의 채로 걸러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이 브라운 씨와의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서 세 차례 진행되었으며, 아내 김은정 씨가 번역했다.

신앙생활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제 어머니는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고, 어렸을 때 가톨릭 학교에도 다니셨습니다. 저도 3년 동안 가톨릭계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제가 7~8살 때부터 우리 가족은 교회와 멀어졌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이따금씩 교회를 전전해보긴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죠. 아내와 데이트를 하는 동안 미국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주로 호기심에서였습니다. 

(My mother was raised in a Catholic family and even went to Catholic schools while growing up. I attended a Catholic Grade school for 3 years, but sometime around when I was 7 or 8, my family drifted away from the church. I sporadically investigated churches during college, but nothing came of it. While my wife and I were dating, we began attending American church together, but at that time it was mostly out of curiosity.)

한인 교회에 다닌 경험은?

한인 교회를 다닌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아내와 제가 결혼했을 당시 둘 다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대학원생이었는데, 한인 교회가 있는지도 잘 몰랐었지요. 당시 아내가 미용실 가서 ‘지나’라는 한국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분이 베뜨페이지에 있는 아름다운교회라는 한인 교회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후에는 피츠버그에 살 때 한인중앙장로교회에 다녔는데, 거기서 2000년도에 제 아내와 저는 예수님을 진정으로 영접했습니다. 이후로는 어디로 이사하던지 저희는 한인 교회를 죽 다녀왔습니다. 교파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믿는 것은 예수님이지 특정 의식이 아니니까요. 현재는 텍사스 어빙에 있는 한인중앙연합감리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I’ve been attending Korean church for almost ten years. At the time my wife and I were married, we were both graduate students at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 in Long Island. Neither of us knew that such a thing as a Korean church existed. My wife met a Korean lady named Gina (American name) in a hair salon who introduced her to Korean church, Arumdaun Presbyterian church in Bethpage. After that, we attended Korean Central Church (Presbyterian) when we lived in Pittsburgh. It was during this time that my wife (EJ) and I truly accepted Jesus in 2000. Since then we have attended different Korean churches wherever we moved because of my job. We don’t care about the denomination of the church. We believe in Jesus Christ, not the particular type of rituals. We attend a church in Irving, TX which is called Korean Central United Methodist Church.)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제일 어려운 점은 위치입니다. 현재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는 (차가 안 막히면) 40분 정도 걸리지요. 그래서 교회 행사 참석이 어렵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적응하는 일 또한 어렵습니다. 새로 온 사람이 처음에는 환영받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관심을 얻기가 어려워집니다. 다른 사람은 잘 끼워주지 않고 끼리끼리 뭉치는 집단이 있다는 점도 제가 다녀 본 모든 한인 교회에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The most difficult part of Korean churches tends to be the location. The church I currently attend is about 40 minutes away (when there’s no traffic). This makes it much harder to participate in church activities. It is also difficult to fit in at the Korean church. When first arriving, Korean churches do a great job of welcoming people, but after a while, when you’re no longer new, it gets hard. At every Korean church I’ve been at there are tight-knit groups of people that just do not want to let anyone else in.)

미국인 교회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 있다면?

한인 교회는 예배와 교제라는 위한 두 가지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에, 한인 교회에서의 주일은 하루 종일 행사입니다. 저희가 아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교회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죠. 아마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다 저희 경우와 비슷할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미국 교회에서 매주 식사를 제공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미국 교회의 경우는 ‘아이 봐주기’나 주일학교가 더 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인 교회에서 어떤 때는 우리 애들이 어디 있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잘되어왔지만 이런 점이 좀더 보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 제가 한인 교회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별로 공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손함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희한한 일이지요. 주일학교나 점심시간에 어린 아이들이나 십대들이 전체적으로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Because Korean churches serve more of the dual roles of place to worship and place to socialize, Sundays at a Korean church are more likely to be an all day affair. Almost all Korean people we know, we know through the church. I suspect this is true for most Korean people in America. Also, I have not yet heard of an American church that offers a meal every week.
 
However, I have found that American churches tend to do a better job at childcare and Sunday school. Sometimes at the Korean church we have no idea where our kids are. For now, everything has been fine, but maybe this aspect could be a little better controlled.

Occasionally I notice at the Korean church that the kids don’t seem to show enough respect, which seems odd for a culture where respect is so important. I see this in Sunday school, during lunch time, and just a general level of unruliness by kids and teenagers.)

한국인이 '공공성'(공적 개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십대 아이들이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신 것도 1세 부모의 문화를 2세가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제 생각에 한국의 일부 10대들이 존경심이 부족하고, 교회에서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은 부모님들이 그래도 내버려두기 때문이지, 부모님을 따라 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십대들이 기회만 주어지면 아무렇게나 행동하기 마련이지요. 제가 여러 사람으로부터 듣기로는 아이들이 주중에 너무 고생을 하기 때문에 안쓰러워서 주일에는 좀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부모님들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맞는 말인지는 몰라도 제가 그들을 보게 되는 것은 주일뿐이고, 그 시간이 제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의 전부입니다.
 
(I think that some Korean teens show disrespect and don’t follow the rules at church because their parents let them get away with it, not because they are copying their parents. However, many teenagers, regardless of their nationality, would respond the same way if given the opportunity. I have heard from several people that the parents of Korean teens feel bad because the kids need to work so hard during the week that they need the chance to unwind on Sunday. Though that may be true, I only see them on Sunday and therefore that is the only chance I have to form my opinion.)

미국 교회와 한인 교회가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한국 교회의 새벽기도가 참 인상적입니다. 출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한국 교회가 미국 교회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더 개방적인 것 같아요. 주일예배 후 항상 점심을 제공하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 교회에서는 누구에게나 다 인사를 합니다, 복도를 지나다니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친근하게 대합니다. 한인 교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사람들과만 인사를 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가 모르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I’ve always been impressed by the early morning prayer sessions at the Korean churches, especially by how well they are attended. Korean churches tend to be more open to newcomers than American churches. This openness is enhanced by the lunch I have always seen served after Sunday service.

At American churches, people say hi to everyone. When walking down the hall, people are generally warm and friendly to all. People at Korean churches tend to only say hi to people that they already know and literally ignore those they do not know.)

새로 온 사람을 처음에는 환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끼리끼리 뭉치며 다른 사람을 잘 끼워주지 않거나, 아는 사람과만 인사를 나누는 것은 한인들의 배타성 혹은 폐쇄성이 교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아닌가 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보니까 우정은 깊은데 낯선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더군요. 전통적으로 친구들과의 유대가 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을 빼올 수는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서 한국을 빼낼 수는 없지요.
 
(When I was in Korea I noticed that though friendships are deep, Korean people seem to have very little concern for strangers. Korean people seem to have a tradition of bonding deeply with friends.  You can take the Korean person out of Korea but you cannot take the Korean out of the Korean person.)

마지막으로 한인 교회 교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지적이 이원론적인 영성입니다. 성경적 가르침과 달리 ‘생각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것이죠. 한인 교회에서 그런 경험이 있는지요. 

이런 이중성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어느 정도는 다 그렇지요. 다른 상황에서 부과되는 다른 역할들이 있고, 그에 따라 나의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무엇을 하든,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인격이 중요한 것이고 모든 상황에서 행동의 지침이 됩니다. 기독교인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우리의 인격이 나오는 것입니다. 

(I think that this double life is inevitable. It is true to some extent to everyone everywhere. I have different roles in different situations and change my behavior accordingly. However, whatever you do, Christian or non-Christian, your integrity is what counts and should be a general guide for behavior in all situations. As a Christian, our integrity comes from our belief in Jesus 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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