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 지구’에 내린 ‘녹색 은총’
‘창녀 지구’에 내린 ‘녹색 은총’
  • 양재영
  • 승인 2016.04.13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은 4월에 식목일인 ‘아버 데이(Arbor Day)’(10일)와 ‘지구의 날(Earth Day)’(20일)을 제정해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있다. 본지는 7일(목) 미주장로회신학교(이하 미주장신대) 주최로 열린 기독교 인문학 목요포럼에서 소개된 이상명 총장이 발제한 ‘성경, 생태, 생명신학’을 소개함으로 생태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양재영 기자] ‘성경, 생태, 생명신학’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미주장신대 이상명 총장은 △ 푸른 행성, 지구는 아프다, △ 자연과 인간의 관계, △ 생명신학, ‘하나님의 샬롬’을 위하여, △ 지구촌 ‘하나님의 샬롬’을 위한 우리의 실천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상명 총장(미주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이상명 총장은 지구의 생태계가 기후변화, 과도한 육식문화, 산림의 파괴 등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로 말미암아 지구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에 투기되는데 70%가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고, 그 중의 30%가 해류에 흘러서 떠다니고 있다. 태평양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략 1년, 북아메리카 연안에는 약 5년 정도 걸려서 쓰레기 섬으로 모이게 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의 규모는 한반도의 약 7배, 텍사스 주의 약 2배를 넘어섰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선진국 중심의 신자유주의를 거론했다. 신자유주의는 전 지구적 환경 불평등을 초래했으며, 이익은 선진국에 피해는 개도국에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억 마리의 척추동물들이 실험동물로 쓰이고 있다. 대부분의 실험동물들은 실험이 끝난 후 안락사 당한다.

또한 이러한 환경파괴의 사상적 기반으로 18-19세기 근대 과학혁명의 기반이 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을 거론했다.

“계몽주의 사상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기계론적 인간중심주의 생태관은 자연을 문명 개발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인식하였으며, 제국주의 사상의 바탕이 되었다.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같은 철학자는 자연을 ‘여성 노예’ 혹은 ‘창녀’에 견주며, 남성들이 돈으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여성이 창녀이듯 자연을 그런 식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ia)란 이름을 빌려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토양, 대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를 상징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가이아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스스로 적당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사이버네틱 시스템(cybernetic system)을 구성한 총합체이다. 이러한 가이아 이론은 지구상의 모든 것이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인간도 다른 피조물과 마찬가지로 상호의존적인 체계 속에 살아가는 요소 중 하나라고 본다.”

지구 밖으로는 쓰레기가 갈 곳이 없음을 보여주는 '뱅크 오브 플래닛'의 캠페인 포스터.

“적색 은총과 녹색 은총”

그러나 이 총장은 이러한 ‘생태중심주의’가 인간을 많은 종들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며, 성경이 자연보다 인간을 우월하게 본다고 하여 성경까지도 반대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1967년 미국의 문화역사학자 린 와이트(Lynn White)는 ‘생태계 위기의 역사적 뿌리’(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 Crisis'라는 논문을 통해 기독교를 ‘구약성서의 창조명령과 오직 인간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간주한 기독교의 창조 신앙이 모든 문제의 원인 제공자이다’라고 규정하며 ‘세계에 유례없는 가장 인간 중심적인 종교’라고 인식했다.”

이러한 생태중심주의는 인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므로 도덕과 윤리를 다루는 영적 또는 형이상학적 차원이 결여되었다는 문제점이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자연을 인간의 정복과 지배를 받는 대상으로 가르쳐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창세기 1장에 반영된 하나님의 명령은 ‘보호자’ 혹은 ‘청지기’로서 피조세계를 관리하고 보존하라는 하나님의 거룩한 초청이자 요청임을 알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위임하신 ‘다스리라’(창1:26)는 ‘돌보고’, ‘가꾸고’ 그리고 ‘보호하라’는 하나님의 문화명령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창세기 9장은 인간뿐만 아니라 땅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계약을 맺으시는 하나님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노아의 방조는 노아와 그의 가족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피조물도 보전하시려는 하나님의 뜻과 사역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존 올리(John W. Olley)는 이를 ‘하나님이 지구의 종의 다양성을 풍족하게 보존하려는 의도를 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님은 그의 구속사역을 통해 이 땅에 평화가 다시 깃들고 새로운 질서와 조화가 넘치는 세상이 도래한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예수님을 생태주의자로 소개한 독일의 언론인이자 환경전문가인 프란츠 알트(Franz Alt)를 소개하면서 “예수가 이해한 ‘종교(religion=다시 묶다)’가 우리 자신을 아버지, 창조자, 창조세계, 자연, 생명과 다시 묶는 것이다. 즉 우리 자신과 우리 후손과 모든 생명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존하고 창조세계의 보존을 도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구촌은 생태주의자 예수님의 지혜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십자가를 타고 흘러내려 이 땅을 적신 ‘적색 은총’은 또한 이 땅에 모든 피조물에게까지 미치는 ‘녹색 은총’임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