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혁 운동'은 획시대적인 전도 방법
'교회 개혁 운동'은 획시대적인 전도 방법
  • 김종희
  • 승인 2008.02.04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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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고구마’ 같은 식물이나 ‘진돗개’ 같은 동물 이름을 붙인 전도법이 한때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요즘도 이런 동식물의 이름이 붙은 전도법이 여전히 유행하는지 잘 모르겠다. 저마다 교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아우성인 요즘, 장세를 확 뒤집어놓을 만한 획기적인 전도 비법을 오늘 공개한다.

우선 이 전도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부터 들어보자.

나는 불교 신자지만 이런 목사라면

“목사님에게서 대한민국 교회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종교가 없는 저지만 목사님이 설교를 하신다면 한번 들으러 가봐야겠어요.”

“목사님 말씀 듣다가 울었습니다. 어떤 뜨거운 설교보다 더 큰 감동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다 최근 몇 년간 교회를 나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한때는 예수님의 희생에 눈물을 흘린 그런 믿음을 가진 성도였지만, 교회 자체에 회의가 들어서 지금은 무신론자라고 스스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말씀은 이런 저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 사람인데, 목사님의 토론을 보면서 '아, 나도 한번쯤 OO교회에 가서 목사님 말씀을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천주교인입니다만, 목사님 같은 분이 현재 한국 기독교의 희망입니다. 힘드시겠지만 한국 기독교 발전에 큰 도움을 주십시오.”

“저는 기독교인은 아닌데요. 우리나라에 목사님 같은 분들이 여러분 계신다면 꼭 교회에 나가서 주옥같은 말씀 들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어려서부터 절에 다니고 있고 현재도 불교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어제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타종교를 믿고 있는 제 가슴에도 감동이 솟아오르네요.”

“목사님의 짧은 말씀이 지금까지 35년간 신앙을 부정하며 살아온 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시는군요. 믿음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안티 크리스천입니다. 목사님 같은 분이 계신다면 우리나라에 절대 안티 크리스천은 없어질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도대체 어떤 목사가 어떤 곳에서 어떤 말씀을 전했기에, 안티기독교인이, 가톨릭 신자가, 불교 신자가, 종교를 안 가진 자가 이처럼 ‘감동’을 얘기하고 ‘희망’을 말하는가. 십일조 잘 내면 부자 된다고 가르쳤을까, 예수도 온전히 믿으면서 동시에 깨끗한 부자도 되는 마법을 가르쳤을까. 요즘 한국 교회에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예수를 따라지 취급하고 있는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전도 비법은 무엇일까.

▲ 언덕교회 홈페이지. 작은 사이트가 며칠 동안 몰려드는 네티즌들 덕분에 서버가 다운됐다가 복구됐다가 하면서 죽음과 부활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교회 게시판이 ‘박사모’로 변신?

한국 서울 서대문이라는 동네에 작은 교회가 하나 있다. 이 교회는 2003년 4월에 설립되었으니까 5년이 채 안 되었다. 자체 건물은 없고, 주일에는 신학교 강당을 빌려서 예배하고 있다. 예배에는 100명 조금 넘게 모인다. 게시판 기능만 하는 홈페이지가 하나 있는데, 위의 소개한 글들은 최근 며칠간 이 교회 게시판을 도배한 외부 손님들의 글들 중에 지극히 일부만 언급한 것이다.

언덕교회(www.unduk.or.kr)를 시무하면서 동시에 교회개혁실천연대(www.protest2002.org) 공동대표 중 한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박득훈 목사에게 보내는 글들이다. 언덕교회 게시판이 갑자기 ‘박사모’(박근혜가 아니라 박득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둔갑한 형국이다.

박득훈 목사는 1월 31일 MBC ‘100분토론’ 프로그램에 토론자 중 한 사람으로 출연했다. 당시 주제는 ‘종교인 과세 논란’이었으나, 교회 개혁의 전반적인 과제들이 산만하게 다뤄졌다. 여섯 명의 토론자 중 한 사람으로 박 목사가 출연한 그날 밤부터 언덕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네티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서버 용량이 작은 홈페이지는 이내 다운되고 말았다. 홈페이지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틈새에도 네티즌들은 ‘감동’과 ‘희망’과 ‘감사’라는 단어를 빼먹지 않으면서 시청 소감을 올렸다. MBC 홈페이지보다 언덕교회 홈페이지가 더 북적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극소수의 네티즌이 기존 교회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박 목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을 뿐, 대부분은 박 목사의 입장에 긍정적이었다. 주목할 점은, 불교 신자, 가톨릭 신자,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 예수를 믿다가 교회를 떠난 사람 들의 글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기자가 이들의 글만 갈무리하는 데 꼬박 2시간이 걸렸다. 교회 개혁에 대해 박 목사와 동일한 생각을 평소에도 갖고 있다가 모처럼 동지를 만난 듯 반색을 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교회에 대한 극도의 경멸감 내지 거부감, 요즘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안티 기독교 정서’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다가, 우연히 MBC ‘100분토론’에서 박득훈 목사가 하는 얘기를 듣고, ‘이런 목사가 개신교에 정말 있었단 말인가’ 하면서 언덕교회 홈페이지를 알음알음 찾아서 글을 남긴 것이다. 부자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 못지않게 안티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건강한 생각을 전해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즘,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박득훈 목사가 이날 한 얘기들이 전혀 새롭거나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교회 개혁 운동 진영에서는 일상적으로 나눠왔던 것들이었다.

‘가톨릭 사제들도 세금을 내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이 마당에, 만인제사장주의를 들고 나와서 종교 개혁을 한 개신교가 지금은 거꾸로 ‘성직’을 강조하면서 세금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 내부에서 자정을 해야 하는데, 잘못을 잘못이라고 얘기하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자정이 안 된다.’

‘신체의 극히 일부분에 암이 생기면 생명에 치명적인 것처럼, 모든 교회가 부패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표적인 일부 교회가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면 매우 위험한 것이다.’

‘일반 언론이 기독교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언론에 대해서 항변하는 여유가 있을 만큼 교회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잘못을 빌어야 한다.’ 등등 매우 일반적인 얘기들이었다.

▲ 1월 31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에는, 교회의 심장에까지 치명적인 질병이 있다고 한탄하는 쪽과 손가락 발가락 다 멀쩡한데 왜 난리냐고 개탄하는 이들이 맞섰다. 교회가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교회가 병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사람들은 감동하고 희망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
심장 멎는 줄 모르는 영적 무감각자들

그러나 늘 자기를 겸허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교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일반인들은 박 목사가 강조한 자기반성의 태도에 감탄했다.

남의 말 듣기보다 자기 말만 강요하는 목사들의 전형적인 태도에 신물이 난 일반인들은, 박 목사가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려고 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박 목사로서는 힘들이지 않고 보너스 점수를 얻은 셈이다.

설교 한 편을 준비할 때에도 마치 입시를 앞둔 수험생처럼 준비하는 그가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을지는 안 봐도 알 수 있고, 토론 현장에서 전개된 논리적으로 탄탄한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토론 준비를 잘 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자기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해도, 토론은 토론인데, 그걸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든지, 떠났던 교회를 오늘부터 찾아가겠다든지,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분명 기현상이다.

박 목사의 진단처럼, 그만큼 한국 교회가 영적으로 마비되었고, 이들은 그만큼 커다란 고통과 상처와 분노를 품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이날 토론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듯이, 영적으로 마비된 사람들은 ‘우리가 잘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극히 일부가 조금 실수한 것을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느냐’면서 역정을 낸다. 손가락 열심히 놀리고 발가락 부지런히 돌리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지고 든다. 심장이 썩어가서 조만간 호흡이 끊길 것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교회에서 하나님나라를 발견할 수 없었고, 교회에서 빛의 밝음을 볼 수 없었고, 교회에서 소금의 짠맛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전혀 새로운 내용과 태도를 만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역설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교회는 건강하다, 별 문제 없다, 극히 소수의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안심하라'고 하는 사람들보다, '교회는 병들었다, 손가락 발가락이 병든 게 아니라 심장이 멎어간다,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세상 사람들은 '감동'하고 '희망'을 얘기하고 마음을 돌이키고 있다.

‘예수 믿으면 잘 먹고 잘 산다’는 거짓 복음으로는 세상에 감동을 줄 수 없고 이들을 하나님께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이제라도 새로운 전도 비법을 터득해야 한다. 바로 ‘교회 개혁 운동’이다. 숱하게 비리를 저지르는 목사들은 교회 개혁 운동 세력에게 ‘전도의 문을 가로막는 적대 기독교 세력’이라고 늘 비난해왔다. 그러나 튼실한 내용과 겸손한 태도를 갖고 ‘교회 개혁 운동’을 열심히 하면, 교회와 하나님께 등을 돌렸던 무수한 안티들이 ‘감동’과 ‘희망’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분명히 보여주었다.

MBC 100분토론, '종교인 과세 논란'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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