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재정론ㆍ청부론은 변주된 기복신앙ㆍ번영신앙"
"왕의재정론ㆍ청부론은 변주된 기복신앙ㆍ번영신앙"
  • 이병왕
  • 승인 2016.04.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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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이숙진 교수, 제3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서 주장
25일 열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서 발제 중인 이숙진 교수

“청부론과 성부론(왕의재정론)은 신앙인을 욕망의 주체로 만드는 일종의 변주된 기복신앙이며 번영신앙일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성장주의, 성공주의, 승리주의의 소비자본주의적 버전이다.”

최근 왕의재정학교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 ‘거룩한 부’ 곧 성부(聖富)론이나 2000년대 초반 김동호 목사에 의해 주장된 ‘깨끗한 부’ 곧 청부(淸富)론은 몇 가지 면에서 성서적 의미가 있긴 하나, 결국은 돈에 대해 ‘신성성’을 부여하는 언어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3그리스도교연구소(소장 김진호)는 지난 25일 저녁 안벙무홀에서 ‘제192차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이숙진 교수(이대)가 ‘깨끗한 부와 거룩한 부-소비자본주의시대의 한국교회와 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이 교수가 돈에 대한 이들 두 담론에 주목한 것은 ‘부자로 살면서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 신앙인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이 담론들이 오늘날 적극적으로 ‘돈’을 사유하는 신앙인의 의식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교수는 발제에서 청부론과 성부론이 형성 유통된 사회적ㆍ교회적 맥락의 추적을 통해 ‘돈의 논리에 침윤된 종교공간은 돈이 지배하는 사회를 정당화하고 지탱하는 주요한 장치’임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청부론과 성부론은 몇 가지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한국교회에 끼쳤고, 또한 계속 끼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돈에 대해 ‘신성성’이라는 옷을 입힌 또 다른 언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즉 헌금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종자돈(seed money)으로 변질시키는 타락한 씨앗신앙(seed faith)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의 도덕적 위기 상황에서 깨끗한 부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고 깨끗한 부자가 되기 위한 행동준칙을 내세우면서 등장한 ‘청부론’에 대해서 “돈을 버는 과정과 몫의 나눔에서 윤리적 감수성을 강조해 새로운 신앙적 경제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청부론은 주술적 기복주의와 ‘개독교’로 대변되는 한국교회의 부정적 풍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중산층 신앙인의 적극적인 응답과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교수는 “동시에 청부론은 신앙과 돈 사이에 갈등 없이 풍요와 자유를 ‘당당하게’ 누리고 싶은 중산층의 욕망에 정당한 신앙적 근거를 제공했고, 뿐만 아니라 돈의 세속성을 탈각시키는 대신 돈에 신성성을 부여함으로써 돈의 지배력을 공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나님은 부자이며 그 부를 우리에게 주길 원한다. 그리고 누구든 성경적 재정원리에 충실하면 성부(聖富)가 될 수 있다’는 성부론에 대해서 이 교수는, 빚 지지 말 것을 강조하는 한편 생활유지의 최소한을 제외한 나머지 재물을 흘려보내는 ‘플로잉’을 주장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신앙생활이 거룩한 부의 축적과 동일시되는 점을 성부론의 부정적 요소로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온전한 씨로 십일조를 드리면 궁핍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은 오차 없는 주고받기(Give and Take)이며, ‘십일조를 제일 많이 내게 해 달라’는 기도 속에는 제일 돈 잘 버는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에 “청부론과 성부론은 신앙인을 욕망의 주체로 만드는 일종의 변주된 기복신앙이며 번영신앙일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성장주의, 성공주의, 승리주의의 소비자본주의적 버전”이라고 못 박았다.

이병왕 기자 / <뉴스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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