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트럼프' 두테르테, 대선 승리... '폭풍전야'
'필리핀 트럼프' 두테르테, 대선 승리... '폭풍전야'
  • 윤현
  • 승인 2016.05.1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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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두테르테, 기대와 우려 엇갈려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필리핀 대선 승리를 보도하는 AFP 뉴스 갈무리. ⓒ AFP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가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AP, AFP 등 주요 외신은 10일 필리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 PDP라반의 두테르테 후보가 집권 자유당(LP)의 마누엘 로하스 후보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강력한 범죄 소탕과 부패 척결 공약을 내세워 사회 안정을 간절히 원하는 필리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법과 인권을 무시하고 저급한 언사로 악명 높아 공포 정치가 부활하리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의 지방검사로 활동하며 범죄 척결의 이미지를 쌓기 시작했다. 디바오시 부시장을 거쳐 1988년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를 시작한 그는 무려 22년간 시장에 재직하며 '범죄와의 전쟁'을 치렀다. 

두테르테는 범죄를 소탕하며 낙후 지역이었던 다바오시를 안전한 상업도시로 바꿔놓았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성폭행범을 직접 총살하거나 범죄자 1700명을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했다고 말했다가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만연한 범죄와 부정부패에 지친 필리핀 국민들은 법을 무시해서라도 범죄를 소탕한 두테르테의 대권 도전에 열광했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의 트럼프'를 바라보는 두 시선 

이를 잘 알고 있는 두테르테는 선거 유세에서 "범죄자 10만 명을 처형해 물고기의 먹이가 되도록 하겠다",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하다가 죽이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 "나의 아들이라도 마약을 하면 처형하겠다"라는 등 과격한 언사로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시장 재직 시절 1989년 다바오시의 한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집단 성폭행을 당해 숨진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시장인 내가 먼저 (강간)했어야 했는데"라고 비상식적인 막말을 했다. 

이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주필리핀 호주대사와 미국대사를 향해 "필리핀 국민이 아니면 입 다물어라"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당장 호주,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아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두테르테가 대권을 잡은 필리핀은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범죄와 부정부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범죄 소탕 과정에서 과격한 법 집행으로 사법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한 범죄와 부정부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경제난과 빈곤율을 해결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국제사회가 인권 탄압을 지적할 경우 외교 경험이 부족한 두테르테가 미숙하게 대응했다가 더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했는지 두테르테는 승리가 확정된 후 연설에서 "나를 지지한 유권자뿐 아니라 반대한 유권자까지 필리핀의 민주주의에 동참한 것에 감사한다"라며 "정치적 반대파에게도 우정의 손을 내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국가적 위기의 갈림길에서 두테르테를 선택한 필리핀이 과연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윤현 기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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