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대행 서비스로 변질된 공유경제 히트 상품, 누가 책임져야 할까?
숙제 대행 서비스로 변질된 공유경제 히트 상품, 누가 책임져야 할까?
  • 뉴스페퍼민트
  • 승인 2016.05.17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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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은 지난 2년 동안 100살이 넘은 할머니의 수발을 들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돈을 벌어볼 생각으로 니콜은 스터디풀(Studypool)이라는 웹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이 해답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과외 선생님과 만나는 곳”이라는 설명이 달린 웹사이트는 쉽게 말해 과외 선생님을 우버 차량 부르듯 찾을 수 있는 서비스 같았습니다.

선생님으로 등록하는 절차는 무척 간단했습니다. 계정을 만들고 운전면허증을 스캔해 제출한 뒤 성적증명서를 입력하면 끝이었는데, 심지어 성적증명서도 대학교에서 공식으로 발급해준 것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니콜은 여섯 시간 만에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찾는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를 이어주는 공유경제 플랫폼에 정식으로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 올라와 있는지 찾아본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첫 번째 고객과 연결됐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스펀지밥 만화 캐릭터여서 누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공과대학 학생이라고 밝힌 이 고객은 미적분 숙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올려놓았습니다. 여기에 내건 보상은 5달러. 니콜은 요청을 수락했고 바로 학생과 연결됐습니다.

“학생이 제게 온라인 수학 강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학생이 풀지 못하고 막힌) 문제가 어떤지를 먼저 한번 살펴보고 그다음에 어떻게 풀어야 할지 설명해달라는 건 줄 알았죠. 그래서 문제를 훑어보고 어느 부분이 궁금한지, 어디부터 설명이 필요한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학생은 (문제풀이에는 관심 없고) 그냥 자기 대신 숙제를 해서 제출해달라고 하더군요.”

아마 이 학생은 그때까지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그랬으니 그런 부탁을 했겠죠. 수학, 물리학을 복수 전공한 니콜은 아주 꼼꼼한 성격으로 17살 때부터 누군가를 가르친 경험이 풍부한 능력 있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니콜은 숙제를 대신 해줄 수는 없다고 정중히 말하고 막히는 부분이 어딘지 알려주면 차근차근 설명해주겠다고 했죠.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 학생은 정말 화가 난 것 같았어요. 저는 약속한 5달러를 받기는 했지만, 그 학생으로부터 받는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어요. 숙제를 대신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는 선생님으로서 모르는 걸 가르쳐줄 생각이 있었고 약속대로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 학생은 5달러를 받으며 한 약속과 다르다며 저를 내팽개친 셈이죠.”

니콜이 운이 나빠서 고약한 고객을 만난 게 아닙니다. 스터디풀을 비롯한 온라인 과외 교습 서비스는 숙제 대행, 리포트 베끼기 등 부정행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터디풀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질문은 고등학교 수학 퀴즈부터 대학교 에세이 과제까지 다양하지만, 아예 노골적으로 문제를 대신 풀어달라거나 에세이를 대신 써달라는 요청은 수준을 불문하고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과외 선생님에 대한 평가 기준도 분명합니다. 숙제 때문에 성적을 나쁘게 받았거나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았을 경우 평가가 박하고, 반대로 성적이 잘 나오거나 의심 없이 과제가 통과된 경우에는 후한 평가가 쌓여 평점이 올라가게 됩니다.

“제출한 과제의 56%가 표절이었고, 에세이 과제에서 낙제했습니다.”

한 학생이 과외 교습이 엉망이었다며 적어놓은 평가입니다. 선생님이 대신 에세이를 적어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터디풀에서 활동하는 한 과외교사는 “올라오는 질문의 30% 정도만 정말 모르는 걸 설명해달라는 질문이고, 나머지는 아예 과제를 대신 해달라는 요청”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교사는 자신이 전체 수입의 10% 정도를 스터디풀에서의 과외 활동으로 올린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대학교 때 정말 누군가 대신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과제가 없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학생들이 어떤 심정일지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플랫폼은 사실상 부정행위의 온상이나 다름없어요. 미국 교육 시스템의 일그러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나 할까요.”

물론 대리 시험, 베끼기 등 각종 부정행위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이 글이 특정 웹사이트를 지목해 비판하려고 쓴 글도 아닙니다.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이들이 이런 일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스터디풀의 사례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이라 칭송받는 것이 일선 현장에 적용될 때는 교육의 가치나 근본적인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택시의 개념 자체를 바꿔버린 우버의 성공으로 인해 수많은 분야에서 제2, 제3의 우버를 꿈꾸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머리 자르는 것, 개인 경호, 보안, 법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이런 이런 분야의 우버”라는 설명은 무척 흔해졌습니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학생을 더 잘 가르칠 방법을 애타게 찾아온 교육 현장에 공유경제 개념을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와 교육법은 획기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아예 가장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실험한 사기업이 학교를 세워 운영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교육이 실리콘밸리의 가치와 만나다

스터디풀에서 관리하는 블로그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개인 교습법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자 한다. 만약 어떤 걸 모르는지도 잘 몰라서, 혹은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법을 몰라서 망설이는 것이 문제라면, 아예 막힌 문제를 직접 공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게 낫지 않을까?

스터디풀은 2014년 설립됐습니다.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그 당시에도 새로운 건 아니었습니다. 이미 자동차, 남는 방이나 소파를 필요한 사람과 나눠 쓰며 효용을 창출하고 수익을 올리는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는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스터디풀은 교육에 필요한 지식을 나누는 장을 만들어 궁금한 학생과 해답을 줄 선생님을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약관의 창업자는 이 스타트업을 들고 베이 에이리어(Bay Area)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난해 스터디풀은 벤처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리처드 워브(Richard Werbe)는 가장 어린 나이에 1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사업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1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는 건 회사의 탄탄한 미래를 보장해주는 지표로 여겨집니다.

6천만 명 이상의 고객을 유치한 에어비앤비만큼의 어마어마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스터디풀도 빠르게 시장에 정착하며 고객을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3월까지 스터디풀을 이용한 학생은 4만 명, 등록된 질문은 15만 개나 됐고,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아 스터디풀은 총 100만 개 넘는 질문이 해답 혹은 그 해답을 설명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아갔다고 발표했습니다.

판을 뒤흔들고 아예 관련 규범을 새로 만드는 수준의 성공을 거둔 많은 기업이 그렇듯 스터디풀의 아이디어도 대단히 간단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배우는 사람에겐 질문이 끊임없이 생기고 이들은 늘 답을 찾기를 갈구하는데,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정작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지식을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자는 아이디어죠. 워브는 질문에 답을 찾아주는 것이 스터디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더 큰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고객들이 이 부분에 가장 먼저 반응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시장이 자원을 배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가설을 궁극적으로 증명하고자 합니다. 모든 정보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어떤 도움을 받고자 할 때 나를 도와줄 누군가에게 도움의 대가로 줄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보상은 무엇일까요? 바로 금전적 보상입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정보와 지식을 교환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대한 목표와 달리 스터디풀은 어떻게 해서든 숙제를 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애초부터 다분했습니다. 몇 달러만 내면 누군가 나타나서 내가 풀 수 없는 문제를, 또는 풀기 싫은 숙제를 제출 마감시한 전에 풀어준다? 이 유혹에 넘어갈 만한 학생은 꽤 많을 겁니다.

또한, 지식을 나누고 돈을 버는 쪽에 해당하는 과외 선생님에게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 지식을 갖춘 이에게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는 문제풀이 혹은 글쓰기로 짧은 시간에 버는 돈치고는 적잖은 액수를 손에 쥘 수 있으니까요. 니콜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실 학생들이 제대로 과외 선생님을 구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학교에서 배운 것만 갖고 숙제를 하다 보면 막힐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비싼 돈 주고 과외는 할 수 없어도 몇 달러 정도에 어려운 숙제를 금방 끝마칠 수 있다면 여기에 솔깃할 학생들이 적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해주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의 숙제를 대신 해줬더라면, 글쎄요 한 15분이면 다 끝냈을 겁니다. 15분에 5달러면 시급 20달러인데, 나쁘지 않죠.”

스터디풀은 학생이 선생님에게 주는 돈의 20%를 수수료로 떼어갑니다. 좋은 평판을 얻자 더 많은 학생이 질문을 올리고, 질문에 답을 주고 돈을 벌어가려는 선생님도 덩달아 늘어났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질문당 평균 대기시간은 3분대로 줄었습니다.

다만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낮은 비용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한 덕분에 낮은 가격에 운영이 가능한 것처럼, 또한 그래서 싼값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택시나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편리함, 안락함과 같은 가치를 일부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스터디풀에도 마찬가지 장단점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궁금증을 해결하고 문제풀이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명백한 단점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 플랫폼이 실제로 사람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정보나 데이터를 공유하고 옮기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지만, 지식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배움의 장으로써는 별 효용이 없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두가 정직하게 행동하지는 않는 상황에서 이런 우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에 대한 답이나 성적을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쳐서 얻으려 하는 대신 돈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가 무책임을 부추긴다?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과외 선생님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특화된 부분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상당히 많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선생님과 학생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고, 화상채팅을 통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1:1 개인과외 교습부터 아예 이 서비스를 학군(school district) 단위에서 채택해 일선 학교에 도입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시도가 계속됐습니다.

과외 선생님과 학생을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스타트업은 거의 예외 없이 해당 기술과 서비스를 정직한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일종의 서약 혹은 원칙(honor code)을 내세웁니다. 이 원칙에는 해당 서비스가 일부 오용, 남용될 수 있지만, 이는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점이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은 정작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필요한 구조적인 장치를 제대로 마련해두지 않고 있습니다.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되면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들은 기본적인 학문적 양심을 어긴 대가를 치릅니다. 화학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되면 퇴학을 당하는 예도 있고, SAT 시험을 대리로 쳤다가 적발되면 기소될 수도 있습니다. 시험 중 커닝을 하다 걸렸을 때는 같은 반 친구가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나를 변호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구한 과외 선생님을 통해 저지른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스타트업의 CEO가 상벌위원회에 선처를 호소해줄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스터디풀의 경우 학생과 선생님의 계정이 익명으로 운영되는 점, 그리고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의 내용을 감추어놓는 점도 문제입니다. 스터디풀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페이지에는 “학생들이 올린 질문은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되지 않으며 복사나 부분 표절을 잡아내는 소프트웨어 혹은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검색되지 않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스터디풀은 지금껏 이용자들 사이에서 부정행위로 문제가 된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관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문제 자체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워브는 일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부정행위 문제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획기적인 교육 플랫폼을 개발한 회사가 이 서비스가 실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의 온상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원래 취지대로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선생님을 찾아 도움을 받는 학생도 분명 많을 겁니다. 수많은 교육 스타트업 가운데 더욱 편리하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은 아마 단 한 군데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시장에 있는 교육 스타트업 가운데 이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를 가진 기업도 한 군데도 없는 듯합니다.

워브는 스터디풀이 몇몇 학교와 더욱 강력한 부정행위 근절 원칙(honor code)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칙이 아무리 강력해져 봤자 스터디풀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처벌이라고는 해당 계정을 삭제하는 정도일 겁니다. 지금까지 부정행위가 문제가 되어 삭제된 계정이 몇 개나 되는지를 살펴보면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학교 측에 넘겨져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워브는 위키피디아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긁어다 짜깁기해 리포트를 내는 것이 심각한 문제였죠. 결국, 위키피디아 스스로 이를 막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학교와 교육 단체가 협의해서 방안을 강구한 끝에 위키피디아에서 무단으로 가져온 내용이 포함된 에세이, 리포트를 걸러내는 방법을 개발했죠. 그래도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이 문제는 학생 개인의 양심과 학교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결코 원래 취지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스터디풀이 활용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사례가 보고되면 언제든 해당 질문을 내리고 거기에 연루된 계정에 징계를 내릴 겁니다. (다만 사전에 이를 완벽하게 예방할 책임이 온전히 스터디풀에 있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혁신이어야 하는가?

소위 핫한 과외 스타트업이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할 정직함의 가치를 갉아먹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구조적으로 혹은 제3자가 필요할 경우 개입해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징계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을 세워 시행할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학문적 부정행위를 뿌리 뽑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부정행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렇게 쉽게 근절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고등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 이상이 부정행위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대학 교수는 커닝, 리포트 베끼기가 너무 심각해서 기말 평가를 리포트나 필기시험 대신 아예 1:1 구술시험으로 대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만연한 관행을 하루아침에 뿌리 뽑을 방법은 없습니다.

기술은 오랫동안 동전의 양면과도 같았습니다. 새로운 기술 덕분에 부정행위를 마음먹고 하는 일이 더욱 쉬워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이를 적발하고 방지하는 것도 가능해졌죠. 위키피디아에 있는 정보 가운데는 유용한 지식, 정보가 많지만, 동시에 과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기도 합니다. 표절 여부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턴잇인 닷컴(Turnitin.com)은 꾸준히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며 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학생들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부정행위로부터 얻은 교훈(Cheating Lessons: Learning from Academic Dishonesty)』이라는 책을 쓴 어섬션 대학(Assumption College) 영문과의 짐 랭 교수는 부정행위를 하려는 학생과 이를 적발하려는 이들 사이의 줄다리기를 군비 경쟁에 비유했습니다. 한쪽이 새로운 정책을 세우면 다른 쪽은 그에 맞는 방책을 세워 맞서는 식이라는 겁니다. 다만 새로운 기술 때문에 기상천외한 부정행위가 만연하고 전반적으로 부정행위가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들 하지만, 사실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과외 선생님을 찾아주는 사이트로 학생들이 모여드는 이유와 이 학생들이 부정행위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같다고 랭 교수는 지적합니다. 성적을 매겨 학생들을 경쟁시키는 현 제도에서 학생들에게는 실제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매번 해당 단원을, 해당 과목을 어떻게 해서든 낙제하지 않고 통과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겁니다.

“경쟁에서 남들보다 더 잘해야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부정행위에 가담할 유인 동기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두고 시험을 치르고 경쟁을 붙이는 대신, 예를 들어 같은 반 학생을 하나의 배움 공동체로 정해서 함께 배우고 서로 모르는 건 가르쳐주면서 진도를 나가는 방식을 실험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모으고 성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교육 스타트업들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를 내버려두는 게 당장 분명한 이득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수많은 학생이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첫 문턱을 넘기가 어렵지 한번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는 건 훨씬 쉬운 법입니다. 만약 간단한 스마트폰 앱 혹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싼값에 과제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도 적발될 확률이 무척 낮다면 아마 그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큽니다. 큰일 날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장은 스스로 이를 걸러내고 규제하지 못합니다.

『인턴의 나라(Intern Nation: How to Earn Nothing and Learn Little in the Brave New Economy)』라는 책을 쓴 로스 페를린은 여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많은 미국인이 교육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받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출신 계층과 관계없이 교육을 통해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직업을 얻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죠. 그런데 교육이 이처럼 사유화된다면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교육의 기회가 불공평하게 제공되는 셈이죠. 만약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공평한 교육과 그를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고 오를 기회가 사라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시장경제가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해 풀어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교육 분야에도 꽤 퍼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방을 빌려주는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사소한, 국지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플랫폼을 이용해 효용을 누리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는 것처럼, 마크 저커버그가 인도의 시골 마을에 공짜로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는 사실상 귀를 닫았던 것처럼 시장에 맡겨두었다가는 문제 해결은 계속 늦춰질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야입니다. 새로운 기술은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법을 만들어 보급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교육이라는 제도의 수혜자이자, 이를 올바로 운영할 수 있도록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이해당사자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부정행위가 만연하는 걸 막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이미 공유경제는 교실 깊숙이 침투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공유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견제하고 격려하는 건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본보 제휴 <News 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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