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대통령 되는 길에 맞은 역풍들
힐러리, 대통령 되는 길에 맞은 역풍들
  • 유영
  • 승인 2016.05.2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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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 유영 기자]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미 국무부 감사실은 지난 25일 83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힐러리 후보가 국무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했고, 합법적 허가를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행위로 국가 기밀이 해킹당할 위험에 방치했다는 비판이다.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 후보가 대선 경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불거졌던 내용이지만, 국가 기관이 내용을 확인하고 의회에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 수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이메일 스캔들이 힐러리 후보 캠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실제 힐러리 후보 캠프의 대답도 신통하지 않다.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개인용 이메일 사용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 기록물을 적절히 보관하고 공개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무부 보고서 내용은 이메일 스캔들 내용을 바꾸거나 추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게 빌미만 더 제공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후보와 함께 민주당 경선 주자인 샌더스 후보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힐러리와 맞서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을지 모르겠다. 미치광이 버니와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는 정신 나간 사람이지만 괜찮다. 우리는 미친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조롱했다.

현재 힐러리 후보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여론조사에서는 최초로 트럼프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이어지는 여러 스캔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강화한는 탓이다.

힐러리 후보가 만난 역풍은 이메일 스캔들만이 아니다. 며칠 전, 최측근으로 알려진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가 지난 주지사 선거에서 중국인 사업가에게 불법 정치 자금 문제로 FBI 수사를 받게 되면서 위기는 더해지고 있다. 매컬리프 주지사는 현재 ‘클린턴 재단’ 핵심 인사로 알려진 인물로 지난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선에서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단독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4월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후보가 델라웨어 주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월가와 대학 등 각종 강연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는 지적과 함께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샌더스 후보와의 관계도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샌더스 후보가 전국 경선에서는 압도적으로 트럼프 후보를 앞서고 있는 상화인 데다 민주당 경선 규정에 계속 이의를 제기고 있는 탓이다. 샌더스 후보는 “7월 말 전당대회는 지저분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73%로 압승한 워싱턴 주에서 슈퍼대의원 10명이 모두 힐러리 후보를 지지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샌더스 후보가 독자적으로 대선에 참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진보 언론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힐러리와 샌더스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통령 후보로 샌더스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힐러리가 대선에서 트럼프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텐데, 샌더스를 지지하는 진보 지지층까지 모두 결집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라무스의 여론 조사를 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민주당 지지자 36%가 샌더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 원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힐러리 후보가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보다 2배가량 앞서는 수치다. 워런 의원은 부통령 후보 선호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대선에서 호감도 조사는 중요한 지표다. 이 조사에서 힐러리 후보는 트럼프 후보와 비슷한 비호감도로 나타난다.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훨씬 높다. 호감도 40%, 지난해 9월 조사한 결과보다 19%나 낮아졌다. 비호감도는 55%로 조사됐다. 이유는 부정직하다는 이미지가 가장 높았다. 이메일 스캔들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차별주의자로 꼽혀 비호감도가 높은 트럼프 후보와 비슷한 수치다. 

힐러리 부호는 얼마 전, 선거 구호를 여성 대통령을 강조하는 ‘I’m With her’에서 ‘Stronger Together’로 바꾸었다.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함께하면 강해진다고 강조하지만, 지지지자를 더 불러모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의 길을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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