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습니다
  • arendt
  • 승인 2016.05.31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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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개척 시대의 마차나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직업과 삶의 터전을 찾아서 동부에서 서부로, 미국 북부의 공업 지대인 러스트 벨트 (Rust Belt)에서 날씨가 따듯한 미국 남부 및 남서부 지역인 선 벨트 (Sun Belt) 사람들이 이동한 것은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에 중요한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이삿짐을 트럭에 싣고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미국인의 수가 줄어들면서 미국의 독특한 이점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최근 몇 년간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이 생산성과 임금 상승을 맞추고 일자리를 그만둔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서 경제의 활력을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습니다.

미시간 대학의 경제학자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자문 위원회 멤버였던 베시 스티븐슨 (Betsey Stevenson) 교수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고 행복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은 별로 일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변화를 두려워 해서 그럴 수도 있죠. 만약 이 경우가 사실이라면 이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직장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직장을 바꾸면서 연봉을 올리고 진급 할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 사람들이 기존 직장에 그대로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떨어뜨려서 월급 인상과 같은 요구를 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노동 시장에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다양한 직업을 옮겨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소식일 겁니다. 다른 공저자들과 함께 이 주제에 관해 최근 논문을 낸 노트르담 대학의 아비게일 워즈니액 (Abigail Wozniak)는 현실은 이런 단순한 공식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합니다.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추세는 다른 추세에 의해서 상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한 때 신입 사원 수준의 일자리나 임시직으로 여겨졌던 직업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일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곧 브루킹스 연구소가 출판할 이 논문에서 워즈니액 교수와 동료들은 노동 시장에서 유동성 (fluidity) 혹은 역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직장을 옮기는 빈도, 노동 시장 참여 빈도, 다른 주로 이사를 하는 것, 새로운 직업의 탄생과 기존 직업의 소멸과 같이 다양한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198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노동 시장의 유동성이 10~15% 감소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기존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노동자의 비율은 25%나 감소했습니다. 노동 시장 유연성은 대체로 경기 침체 기간에 감소하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해고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기존의 일자리에 머무르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가져왔던 많은 잔해가 사라진 뒤에도 노동 시장의 역동성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주택 담보 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위험 기피적으로 변했다는 인식이 널려 퍼져 있고 따라서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체로 기존 직업을 고수하는 경향을 보였을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노동 유연성 정도의 변화, 1970 – 2013

또 노동 시장 유연성을 연구할 때, 닭인지 달걀인지의 문제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덜 유연한 노동 시장 때문에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일까요? 아니면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어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물론 나이가 들수록 노동 시장에서의 유연성은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직업을 바꾸거나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빈도는 줄어듭니다. 노동 시장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이 증가하면서 남편과 아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면서 노동 시장 유연성이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업의 수도 과거보다 줄었으며 기업의 성장 속도 역시 평균적으로 과거보다 느립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들은 모든 연령대와 모든 교육 수준, 그리고 모든 산업 분야에서 노동 시장 유연성이 감소한 것을 만족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이 논문의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신뢰가 감소한 것이 노동 시장 유연성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은 신뢰할 수 있습니다”라는 서술에 동의하는 미국인의 수는 지난 30년간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사회적 신뢰가 가장 많이 감소한 주일수록 노동 시장 유연성도 더 많이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신뢰의 부족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데 따르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고용주나 노동자 모두를 위험 기피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워즈니액 교수는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가져다주는 관계의 혜택이 여전히 직장을 찾는데 가장 지름길로 여겨지는 개인적 인맥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 정보 혁명은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구인하는 회사 차원에서는 당혹스러운 트윗이나 사진, 소셜 미디어에 올린 포스팅뿐만 아니라 지원자의 범죄 기록이나 신용 카드 정보를 쉽게 검색해서 많은 지원자를 빨리 탈락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동 시장 유연성에 대해서 별개의 연구를 진행해 온 시카고 경영 대학의 스티븐 데이비스 (Steven Davis)는 말합니다. “지원자들에 대해서 다양한 조사를 하는 것의 비용 자체가 줄었습니다.” 회사들은 인터넷 덕분에 많은 수의 지원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일자리를 구하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더 어려운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만약 당신이 과거에 실수했고 그 기록이 온라인에 남아 있으며 그 실수가 평생 당신을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특히 형사사법제도와 많은 접촉이 있어서 범죄 비율이 높은 젊은 흑인 남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아직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업이 증가한 것과 주를 옮길 때마다 새로 자격증을 획득해야 하는 것과 같은 정부의 규제가 늘어난 것 역시 노동 시장 유연성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 시장 유연성 정도는 미국 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곳에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노동 시장 유연성이 과거보다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미국 서부 지역이었습니다. 오레곤, 와이오밍, 워싱턴, 사우스 다코다, 몬테나, 아이다호, 그리고 알래스카주는 모두 노동 유연성 정도가 가장 낮은 10개 주에 속했습니다. 노동 유연성이 높은 주는 노스 캐롤라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뉴욕, 뉴저지, 그리고 일리노이였는데 이들 주 역시 과거에 비하면 노동 유연성이 감소했습니다.

미국 주별 1970년 대비 2013년의 노동 유연성 정도 감소 정도

물론, 직장이동 빈도가 높은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주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제조업이나 사무직, 혹은 건설직 일자리를 잃어서 노동 시장의 변화를 크게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기존 일자리를 읽은 노동자들은 기존 일자리보다 보수가 낮은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의 장점도 있습니다. 사람들과 친해져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필요할 때 동료의 아이를 돌봐주거나 일 끝나고 맥주를 함께 마시거나 누군가가 직장을 잃었을 때 돈을 빌려주는 등의 도움을 줄 수 있겠죠. 논문 저자들은 미국 전체에서 사회적 신뢰가 감소하면서 일자리 기회가 그리 많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가족들이 있는 고향 근처에서 직업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미시간 대학의 스티븐슨 교수는 말합니다. “그 누구도 왜 노동 시장에서의 유연성이 감소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저는 정치인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본지 제휴 <News 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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