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명문대 강간범 솜방망이 처벌... 미국 '활활'
백인 명문대 강간범 솜방망이 처벌... 미국 '활활'
  • 윤현
  • 승인 2016.06.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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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임 서명운동에 100만 명 참여... 부통령도 가세

"그가 유명한 대학의 뛰어난 운동선수라는 것이 관대한 판결의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성폭행은 사회적 계급과 상관없이 처벌받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줘야 합니다. 그가 더 빨리 헤엄친다고 해서 내가 받은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모든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당신이 혼자라고 느낀다면 내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거부하면 내가 당신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당신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누구도 당신의 삶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성폭행 피해 여성이 공개한 글이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사는 이 회사원 여성은 지난해 1월 명문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린 사교클럽 파티에 참석했다가 이 대학 학생이자 수영선수 브록 터너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최대 14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였다.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고,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판사의 생각은 달랐고, 지난 2일(현지시각)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판결을 내린 산타클라라 지방법원의 애런 퍼스키 판사는 "사건 당시 터너가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부분이 적다"라며 "그가 지역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라고 감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비난 들끓어... 판사 사임 촉구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터너가 백인이고, 유명한 대학의 스포츠 스타라서 판사가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가해자 측이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뻔뻔한 태도도 여론을 들끓게 했다.

터너는 단지 파티에서 피해 여성이 자신의 등을 만졌다는 이유로 서로 호감을 느끼고, 성관계에 합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술과 파티 문화가 자신의 범행을 부추겼다는 엉뚱한 변명을 했다.

터너의 아버지는 아들이 스탠퍼드대학에서 자퇴하고, 미국수영연맹으로부터 영구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고작 20분 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렀다"라고 주장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온라인 청원사이트에서 퍼스키 판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100만여 명이 참여했다. 산타클라라 검찰도 "성폭행 피해자가 받는 고통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피해 여성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위로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당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강한 분노를 느끼며, 그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용기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 여대생 5명 중 1명이 성적 피해를 당한다는 통계를 거론하며 "지난 20년간 대학 캠퍼스의 성폭행 사건은 줄어들지 않았다"라며 "서로 합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이자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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