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살해를 멈춰라', 뉴욕 시위 현장을 가다
'흑인 살해를 멈춰라', 뉴욕 시위 현장을 가다
  • 유영
  • 승인 2016.07.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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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 유영 기자] 토요일 저녁 7시 반,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맨해튼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니 벌써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흑인이 많았지만 백인과 히스패닉도 군데군데 함께했다. 'Black lives matter.' 사람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플래카드를 중심으로 모여 구호를 외쳤다.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맨해튼에 있는 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니 벌써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Black lives matter.' 사람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플래카드를 중심으로 모여 구호를 외쳤다.

흑인들의 얼굴에는 한과 분노가 가득했다. 심각한 차별로 인해 사망한 흑인만 한 주 사이 벌써 세 명이다. 시위하기로 한 9일 새벽에도 희생자가 나왔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백인 경찰의 총격에 무고한 흑인이 사망한 사건이 이렇게 집중해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19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착각마저 든다. 

몇 사람은 구호를 외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상과 같은 차별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다 백인 경찰의 차별에 사망한 흑인들 이야기가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익숙한 소리다. 얼마 전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후, 한국 여성들이 말하던 내용이 아니던가.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자 현장은 축제처럼 느껴졌다. "What do we want"라고 누군가 선창하면 사람들은 "Justice"라고 답했다. 다시 "When do we want"라고 외치면 사람들은 "Now"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 안아주고, 격려하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많은 경찰이 시위 현장 주변에 서 있었다. 브루클린 다리 건너편에도 많은 수가 대기하는 모습을 목격해서 그런지 긴장됐다. 물대포와 최루액 등 강압적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한국 경찰이 떠올라 큰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며칠 전 다른 지역에서는 시위 도중 경찰이 한 흑인 남성의 저격으로 5명이나 사상했으니 걱정은 더 커졌다. 

많은 경찰이 시위 현장 주변에 서 있었다. 물대포와 최루액 등 강압적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한국 경찰이 떠올라 큰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려와 다르게 경찰은 크게 긴장한 표정은 아니었다.

우려와 다르게 경찰들은 크게 긴장한 표정은 아니었다. 경찰의 잘못을 지적하는 시위인데도 시위대를 안전하게 지키는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수백 명으로 늘어난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호위하기 시작했다. 브루클린 다리 시청 광장에서 시작한 행진은 5km가량 떨어진 유니언 스퀘어 공원까지 이어졌다. 

시위대는 행진하면서도 지금 당장 정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정의를 외치는 이유는 '평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No Justice, No peace'를 소리쳤다. 시위대의 행진을 많은 사람이 응원했다. 이슬비가 내리는 길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쇼핑하거나 저녁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함께 소리치며 행진하는 이들을 격려했다. 

시위대는 행진하면서도 지금 당장 정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이 정의를 외치는 이유는 '평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No Justice, No peace'를 소리쳤다.
인들이 많았지만, 백인과 히스패닉도 군데군데 함께했다.

공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큰 무리를 지어 나누어 앉았다. 시위대를 이끈 사람들이 앞에 나와 이러한 부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고한 흑인을 살해한 경찰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도 동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목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공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큰 무리를 지어 나누어 앉았다.

"We are Human." 

오늘처럼 이 말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 적이 있던가. 오랜 시간 눌려왔던 흑인들의 이 말 한마디, 절규처럼 들렸다. 차별받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나도 사람이다. 우리도 너와 같은 존재다.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그저 같은 사람으로 보아달라는 것이었다. 

시위대를 이끈 사람들이 앞에 나와 이러한 부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흑인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아쉽게도 아시아인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아시아인이 취재하는 것에 고마워하며 반겨주는 모습에 왠지 미안했다. 우리도 사람이라고 외치는 저 한마디를 외롭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차별을 쉽게 경험하는 유색인종의 연대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고민하는 주말 밤, 경찰 총격에 억울하게 죽는 흑인이 없기를 기원한다. 

(<News M>은 뜨거웠던 뉴욕 시위 현장의 열기를 영상 뉴스로도 곧 전달할 예정이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시위는 이어졌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령했고, 도로 위를 걸으며 시위했다. 차량에 탄 사람들도 이들의 행진에 경적을 울리며 동참했다. 이 점도 우리나라 시위 문화와 다른 모습이라 신선했다. 도로를 따라 시위대가 걷는 탓에 차량이 멈춰섰지만, 많은 운전자가 시위를 지지했다. 운전자가 시위대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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