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들, 부모 세대에 흑인 인권 문제 알리기 나섰다
한인 2세들, 부모 세대에 흑인 인권 문제 알리기 나섰다
  • 흑인생명도소중해요
  • 승인 2016.07.13 0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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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생명도소중해요 운동을 미국 아시안 커뮤니티에 알리기 위해 청년들이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부모 세대에게 흑인 인권의 중요성을 전달하려고 영어로 작성한 편지를 클아우드 소싱 프로젝트로 번역했다. 현재 200명 가량의 번역 봉사자들이 참여 하고 있다. 현재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프로젝트는 24개 언어로 번역을 지원할 예정이며, 현재 10개 이상 언어로 번역해 온라인에 올렸다. 한국어 번역본은 40명 넘는 다양한 나이, 국적, 성별, 이민 배경, 작업과 지식을 가진 이들이 힘을 합해 완성했다. 다음은 번역본 전문이다. - 편집자 주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과 친지 여러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흑인들과 함께 자라지 않으신 분들께는 흑인들이 아직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걸 알아요. 하지만 그들은 저의 학교 친구로서, 또 직장 동료로서, 그리고 제 가족으로서 제 삶의 정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저는 이들의 안전이 걱정되고 불안해요.

올 한 해만 미국 경찰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이 벌써 500명을 넘어서고 있어요. 그 중 흑인 사망자가 25%를 차지하는데, 흑인들이 미국 인구의 1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25%는 정말 높은 수치에요.

지난 7월 5일,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두 명의 백인 경찰이 길거리에서 CD를 팔던 알톤 스털링(Alton Sterling)이라는 흑인 남성을 살해했어요. 그 바로 다음 날, 미네소타 주에서는 경찰이 통상적인 교통 검문 중에 필랜도 캐스틸(Philando Castile)이라는 흑인 남성을 쏴 죽였어요. 그의 여자친구와 4살배기 딸이 보는 바로 앞에서요.이 사건 외에도 정말 많은 상황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삶을 빼앗은 경찰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저희들의 흑인 친구들이 매일 겪어나가야 하는 끔찍한 현실이죠.

흑인들이 직면하는 위험에 대해 듣는 이 순간에도, 우리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그들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그들의 현실을 외면하려고 하죠. 흑인이 경찰의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흑인이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어요. 흑인들이 폭력배나 범죄자로 그려지는 대중매체를 많이 접하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미국에 빈손으로 와서 차별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가려 노력하며 사는데, ‘왜 흑인들은 그러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시아계 사람들도 차별받는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때때로 사람들은 우리의 영어 발음을 듣고 무례하게 굴 때도 있고, 또는 아시아계 사람들은 리더쉽이 없다고 해서 승진시키지 않기도 해요. 심지어 우리 중 일부를 테러범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하지만 그래도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저희를 보고, 사람들이 '위험한 범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죠. 단지 아시아계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들이 우리 가족들을 총으로 쏘지도 않고요.

하지만 저희 흑인 친구들의 경험은 우리의 경험과 달라요. 많은 흑인들은 몇 세기 전 강제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 신분으로 끌려왔었고 몇 세기 동안 흑인 공동체, 가족들, 개인들은 노예제도의 이익을 위해 착취 당해왔어요.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흑인들은 집을 소유할 권리나 투표권을 얻지 못했고, 결국에는 미국 정부나 공립기관의 도움없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다시 개척해나가야 했으며 그들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는 폭력의 위협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면서 그들만이 아닌, 우리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한 기회들을 얻기 위해 운동을 추진해왔어요. 수많은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인종차별에 맞서 오랫동안 싸우던 도중 폭행을 당하고, 수감되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투쟁의 결과로 그나마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흑인 인권운동가들이 힘들게 쟁취해 낸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많은 친구들과 친척들이 누리게 된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공평하고 우리는 한국 이민자로써 겪는 차별은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흑인들처럼 우리와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집으로 걸어가다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경찰관에 의해 총격을 당하면 — 설상 그 총격을 가한 경찰관이 동양인이라 하더라도 — 이것은 법률에 의한 평등성과 공정성을 희망하는 우리 모두에게 대한 공격이에요.

이런 이유로 인해 저는 “Black Lives Matter”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지지하고 있어요. 이 운동을 지지한다는 건 저와 같은 동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또는 제 가족 일원들이 미국 흑인들의 인간성을 폄하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 거리낌없이 지적하고 바로 잡는 것이에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이 이슈가 우리 사이를 갈라 놓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경찰의 폭력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부모님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분노와 슬픔에 공감하시려고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더불어 저의 분노와 슬픔도 공감해 주시고, 제가 저의 의견을 피력하고 시위에 참여하기로 할 때 제 결정을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친구분들께도 이 메시지를 전달해주시고 공감을 표하실 수 있도록 권유해주세요.

저희들을 위해 험한 여정을 통해 미국으로 이주하셨고, 결코 이민자에게 너그럽지 못했던 이 나라에서 수십 년간 견뎌 오셨다는 사실을 너무도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직접 겪어온 힘든 일들을 저희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써, 저희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편견이 가득한 이 땅에서 고생하셨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고려해 주시길 바라요: 아메리칸 드림은 저희들만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탄 처지이고, 우리의 친구와 이웃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우리 또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없어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모든 이들이 경찰의 폭행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에요.

사랑하는 자녀들, 조카, 손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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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2016-07-13 06:32:34
한국교회가 점점 후퇴하는 이유는 언젠가 부터 사회적 강자의 위치에서, 편에서 안주하고 그들을 합리화하고 강자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예수님을 믿는 교회라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편에 서야합니다.
흑인들의 불행은 우리의 불행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Black Lives Matter"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