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뜨겁고도 따뜻했던 'Black lives matter' 시위 현장
[영상뉴스] 뜨겁고도 따뜻했던 'Black lives matter' 시위 현장
  • 경소영
  • 승인 2016.07.13 0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 경소영 기자] 지난 9일 주말 아침에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기사를 썼다. 이번 주에만 흑인 2명이 연이어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는데 텍사스 주에서 세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는 뉴스였다. 바로 전날 밤, 억울하게 죽어 간 흑인들에 대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지인과 나누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또 같은 종류의 사건을 맞이한 것이다.

그 날 저녁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카메라를 챙겨서 맨해튼으로 나왔다. 시위 장소에는 경찰들도 많이 서 있었다. 며칠 전 댈러스에서 열린 시위에서 경찰 5명이 분노한 흑인에 의해 총격을 당한 일도 있던 터라 사실 긴장되고 무섭기도 했다. 

저녁 7시 30분에 맞추어 맨해튼 시티 홀 광장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시위대가 사라졌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뒤늦게 시위에 참여하려고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시위대가 이동한 길을 따라 걸었다. 유니온 스퀘어 공원까지 거리 행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지런히 걷던 사람들은 또 하나의 작은 시위대가 되었다. 

서로를 격려하며 20분가량 걷던 우리는 먼저 간 시위대를 드디어 만났다. 동지를 만난 사람들은 그제야 참았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What do we want?”
“Justice!”
“When do we want?”
“Now!”

목이 터지라 외치던 흑인 여성은 거의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그들의 절규에 눈앞이 흐려졌다. 그동안 그들이 당했던 차별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마음속 응어리를 만들어냈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라는 구호 아래 사람들은 하나가 되었다. 시위 현장이 과격할까 봐 두려웠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졌다. 사람들은 정의를 갈망하고 차별에 분노했지만 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나아갔다.

현장은 뜨거웠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많았다. 높은 곳에서 많은 사람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을 찍고 싶었던 기자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누군가 기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한 흑인 남성이 높은 곳에 올라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거대한 시위대에 밀려 넘어질 뻔했을 때 일으켜 주고 팔을 잡아 준 것도 흑인 여성이었다. 현장은 따뜻했다. 그 누구도 무섭지 않았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를 외치는 것은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차별에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자에게 눈물을 닦아주는 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당신은 그런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간이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일, 약자를 짓밟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규탄하는 일, 이것은 모든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