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파크스는 미국을 바꿨을까?
로자 파크스는 미국을 바꿨을까?
  • 임혜승
  • 승인 2016.07.26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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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6일 미국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이 피살당하고 동영상이 퍼지게 되자 흑인들은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에 분노했다. 이 사건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인종 차별 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 흑인이 백인 경찰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또다시 미국사회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12명의 백인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댈러스 습격 사건의 범인이 얼마 전까지 미군에 몸담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경찰 저격범 마이카 제이비어 존슨(25)에 대해 “미치광이 개인일 뿐”이라며 “찰스턴의 저격범이 백인을 대표하지 않듯이, 댈러스에서 공격을 자행한 저격범이 흑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찰스턴이란 2015년 6월 찰스턴에서 백인이 흑인 9명을 죽인 인종혐오범죄를 말한다). 그러나 오바마의 노력에도 미국의 ‘흑백 갈등’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1964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민권 운동가 3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을 찾는 수색작업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강과 들 등 여러 지역에서 그동안 실종되거나 사라졌던 다른 흑인들의 사체가 발견됐다. 미시시피 자유 여름 운동 참가자 헤더 토비스 부스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시신의 몇몇은 손이 묶여있거나 발이 잘려져 있었다.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수사하지 않았다. 미시시피에서 흑인의 생명은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그해 여름 미시시피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64년, 미국

1964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매우 중요한 해였다. 민주당 후보인 린든 존슨은 ‘위대한 사회’를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미국 전역이 선거 열기로 달아올랐다. 하지만 정작 남부의 흑인들은 민주주의 축제인 대통령 선거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863년 월 1일,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했고, 이후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승리해서 수정헌법을 발효했다. 노예들은 자유 신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투표권도 주어졌다. 곧이어 흑인들이 대거 선거에 참여했고 상원의원 2명을 포함해 16명이 의원에 진출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64년에는 흑인들은 의원은커녕 투표조차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830년대 토마스 디 라이스는 흑인 분장을 하고 어리석고 욕심이 많고 더러운 절름발이 흑인 노인인 가상의 인물 ‘짐 크로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캐릭터로 짐 크로우라고 말하거나 무엇을 짐 크로우라고 지칭하는 것은 흑인들에게 장벽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흑인들에게는 특정 행동이 금지되어있다는 것을 뜻했다. 또한 짐 크로우는 흑인들에게 법적, 또는 관행적 제약을 나타내는 차별정책의 약어이기도 했다. 짐 크로우 법이라 불린 법 아닌 법이 직접적으로 적용되었던 것이 바로 남부였다. 노예에 불과했던 흑인들의 정계진출은 백인들을 분노케 했다. 백인들은 1887년 북부 연방군이 철수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차별 법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흑인의 투표권 박탈을 위해 노력했다.

1890년 미시시피는 최초로 투표할 수 있는 자격조건으로 문맹시험을 내세운다. 이후 사우스 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알리바마, 버지니아, 텍사스 등 남부 전역에서 흑인 투표권 박탈을 위한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 내용이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아래 빈 공간에 단어, noise를 뒤에서부터 쓰고 올바르게 섰을 때 두 번째 철자 위에 D를 쓰시오”-1964년 루이지애나 주에서 사용된 문맹 조사지 중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가? 이뿐만 아니라 “비누에 거품이 몇 개 붙어 있는가?” 같은 바보 같은 질문들도 일삼았다. 또한, 남부에서는 인두세를 내지 않으면 투표소에 입장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극빈층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흑인들은 2달러의 인두세를 낼 처지가 못 됐다. 이러한 흑인 투표권 제한으로 미시시피의 흑인 투표율은 1888년 29%에서 1895년 0%로 떨어진다.

투표를 할 수 없게 됨과 동시에 흑인의 권리마저 합법적으로 짓밟히기 시작한다.

“백인이 걸어오면 인도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그렇지 않으면 매를 맞거나 감옥에 가야 한다.”-‘짐 크로우’ 법 중

결국 1960년이 되어서도 흑인들은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노예제와 다를 바 없는 세상을 살게 됐던 것이다.

로자 파크스

1955년 버스에서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으로 흑인들은 단결해 승차거부운동을 일으키며 그동안의 분노를 분출했다. 흑백 인종차별에 대항한 민권운동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는 마틴 루터킹의 연설을 들 수 있는데, 민권 운동가들은 투표권에 주목하며 남부에서의 흑인 투표권을 찾기 위한 운동이 펼쳐졌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1964년 미시시피 자유 여름이다. 선발대로 갔던 3명은 44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시체에는 참혹한 구타의 흔적과 함께 총상이 남아 있었다.

자유 여름 운동이 진행되는 두 달 동안 흑인 6명이 살해되었고, 1천여 명이 체포됐으며, 30여 채의 집이 폭탄 공격을 받았고, 흑인 교회가 불길에 휩싸였다. 이듬해 혹독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유 여름 운동의 열기는 1965년 마틴 루터킹 목사의 주도하에 투표권법의 상징이 된 ‘셀마 운동’이 시작된다. 셀마 운동을 진압하는 백인 경찰들의 모습이 TV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자 이들의 잔인한 폭력은 인종주의자들에 대한 공분을 일으키고 전국에서 셀마 운동에 대한 지지시위가 열렸다. 사태가 커지자 린든 존슨 대통령은 결국 셀마 운동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마침내 1965년 8월 6일 투표권이 통과되고 흑인의 투표율이 극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다.

흑인의 투표율이 높아짐에 따라 흑인 엘리트들의 증가와 공화당-민주당을 막론하고 흑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 국무장관까지 등장하게 된다. 흑인은 미국 체제 밖에 존재했지만 이젠 체제 내에서 미국을 수호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또한 2009년 1월 20일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표면적 흑백갈등’이 사라져 가는 과정들을 보여주며 자부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 있었던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흑백갈등’이 표출된 결과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미국인들이 흑백갈등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박진빈이 지은 <도시로 보는 미국사>에서는 미국 중서부에 있는 시카고에서 남부 흑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 내용이 담겨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시 경제 체제로 인해 호황이 시작된 북부의 도시들은 풍부한 일자리로 그들을 끌어당겼다. 바야흐로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의 시대가 찾아온 것.”

“특히 미시시피에서 시카고까지의 직행 열차 편을 이용해 이주하는 수많은 흑인들이 새로운 고향으로 삼기에 편리한 곳, 흑인이 흑인을 겨냥해 만드는 신문인 ‘시카고 지킴이’가 있었는데 이 신문이 남부 흑인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한 흑인들은 ‘신인종’이었고 그들 스스로를 ‘신 흑인’이라 부르며 특별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일자리를 얻고 쓸모 있는 사람으로의 전환에서 온 기쁨인 것 같다. 아쉽게도 주거 공간뿐 만 아니라 일자리에서마저 제한된 자유만을 누릴 수 있다는 데에 한계가 있지만 나는 이것을 미국인들의 노력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오바마는 “저격범은 미치광이 개인일 뿐”, “저격범은 흑인들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흔히 토론 수업 때 배우는 것과 같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회를 보는 관점으로는 개인을 중시하는 미시적인 관점과 전체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관점이 있다. 오바마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가?

하나 우려되는 점은 예전에 비해 개인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와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저격범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다른 일을 벌이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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