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경선' 후폭풍, 힐러리 '민망한 대관식'
'편파 경선' 후폭풍, 힐러리 '민망한 대관식'
  • 윤현
  • 승인 2016.07.2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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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전당대회, 샌더스 지지자들 항의 소동... 50여 명 경찰에 연행
버니 샌더스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후보 등극을 위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민주당은 25일(현지시각)부터 나흘 일정으로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 센터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 후보 클린턴과 부통령 후보 팀 케인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한다.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꺾은 클린턴은 26일(현지시각) 실시하는 전당대회 공개투표 '롤 콜'(Roll Call)을 통해 대선후보로 지명된다. 미국 정치사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로 나서는 순간이다. 

그러나 클린턴의 역사적인 대관식은 빛이 바랬다. 22일(현지시각)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고위 인사 7명의 이메일을 해킹해 경선이 편파적으로 치러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데비 와서먼 슐츠 DNC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샌더스의 종교적 배경을 공격하거나,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경선을 클린턴에 유리하도록 끌고 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 '편파 경선' 항의 

샌더스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면서도 편파적인 경선 진행에 실망감을 드러냈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슐츠 의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당대회 개최에 맞춰서 터진 이메일 폭로는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은 강력히 항의했다. 전당대회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고, 행사장을 가로막은 철조망을 흔들며 클린턴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자는 철조망을 넘으려고 하는 등 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급기야 샌더스가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 시청 앞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역사를 만들었고,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를 꺾기 위해 클린턴과 케인의 당선을 도와야 한다"라고 호소했으나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25일 오후 4시부터 개막한 전당대회에서도 샌더스 지지자들은 야유를 계속했고, 이에 반발하는 클린턴 지지자들과 충돌 직전까지 가면서 행사장 안은 모든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긴장이 감돌았다. 

결국 DNC 임시 의장을 맡은 도나 브라질이 긴급 성명을 통해 "지도부 이메일에 담긴 용서할 수 없는 발언들에 대해 샌더스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샌더스 단합 호소 "힐러리가 대통령 되어야"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의 편파 경선 항의를 보도하는 CNN 트위터 갈무리.ⓒ CNN

전당대회의 격앙된 분위기는 주요 인사들의 연설이 시작되면서 진정을 되찾았다. 연사들은 편파 경선 파문을 의식한 듯 대선 승리를 위한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진정한 자격을 갖췄다고 믿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의 친구 클린턴"이라며 "나는 그녀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셸 여사는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승리하는 것을 떠나서 앞으로 4~8년간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형성하는 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클린턴은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뚫었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클린턴은 우리 모두를 천장 위로 끌어올려 줄 품위와 담대함을 가졌다"라며 "그녀 덕분에 나의 딸들과 다른 자녀들도 이제는 여성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라고 전당대회를 뜨겁게 달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샌더스의 연설이었다. 전당대회 첫날의 마지막 연사로 그가 연단에 오르자 모든 당원이 환호하며 "버니"를 외쳤고, 샌더스는 연설을 시작하지 못할 정도였다.  

샌더스는 "경선 과정과 결과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나와 지지자들은 미국을 바꾸기 위한 정치 혁명의 역사적인 성과를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며 "우리의 정치 혁명은 계속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지도력을 고려할 때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이 반드시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라며 "클린턴은 건강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등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샌더스는 "미국은 국민을 하나로 모아 더 강력하게 만들어줄 지도자가 필요하다"라며 "히스패닉, 무슬림, 여성, 흑인 모욕하고 미국을 분열시키는 지도자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또한 "클린턴과 내가 여러 이슈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민주주의가 바로 그런 것이고, 우리는 대화를 통해 민주당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강을 만들어 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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