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공화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이 되기까지 (3/3)
링컨의 공화당이 트럼프의 공화당이 되기까지 (3/3)
  • ingppoo
  • 승인 2016.07.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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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구 구성의 변화에 고전하는 공화당

10) 급증한 히스패닉 인구

최근 들어 미국의 인구 구성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 단연 히스패닉 인구의 급증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미국에 온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를 포함해 히스패닉 인구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먼저 합법 이민자의 증가로 유권자 구성이 다양해졌습니다. 이는 선거에 나서는 정당에는 환심을 사야 할 유권자 집단이 늘어난 셈입니다. 지금까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마음을 산 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입니다. 캘리포니아나 뉴멕시코가 완전히 민주당으로 기운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가 된 것도, 경합주로 분류되던 플로리다나 콜로라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히스패닉 유권자의 공이 큽니다.

동시에 불법 이민자 문제도 미국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제가 되었습니다. 민주당과 경제 엘리트 계층, 그리고 공화당 지도부 가운데 일부는 이민법을 개정해 현재 1천만 명이 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지지합니다. 반면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그러한 정책이 (불법 이민자를) “사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비판적입니다. 갈수록 불법 이민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우파에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11) 공화당 일반 유권자들, 당의 엘리트에 반기를 들다

오바마 정권 초기에 등장한 티파티 운동은 처음에는 여러 가지 양상이 혼재된 모습이었습니다. 먼저 재산 가압류 완화, 증세, 건강보험 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반대가 있었고, 이민자에 대한 반대가 정치적인 운동으로 번진 측면도 있었습니다. 테다 스카치폴과 바네사 윌리엄슨은 전국의 티파티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뒤 “이민 문제가 이들의 핵심적인 우려 사항”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티파티는 동시에 공화당 지도부에 대한 거센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티파티의 지지를 받는 극우 성향의 정치 신인이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공화당의 거물급 혹은 중견 정치인을 당내 경선에서 꺾는 파란이 이미 여러 차례 연출됐습니다. 때로는 경선에서 이긴 후보들이 정작 본선에서 패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경선에서 잇달아 돌풍을 일으키자 공화당 현역 의원들과 주류 정치인들은 예전보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에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적지않은 공화당 유권자가 매번 선거 때마다 공화당 지도부가 평당원과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을 버리려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근거 없이 공화당 지도부가 비난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 해 왔는데, 2015년 5월에 실시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이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 엘리트와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트럼프처럼 당 지도부를 맹비난해 점수를 따는 정치인을 낳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테드 크루즈도 지도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는 점에서는 트럼프와 비슷했습니다.

 

12) 이민법 개혁을 지지했다가 지지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은 공화당

2012년 선거 이후 공화당 지도부는 미국의 인구 구성 변화가 공화당에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불러오리라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합니다. 미트 롬니가 대선에서 패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완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구조사를 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71%가 오바마를 지지했습니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숫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러다 당분간은 대선에서 아예 이기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유색인종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나라에서 백인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는 (특히 전국 선거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공화당은 개혁에 착수합니다. 먼저 친이민 정책을 도입하고 이민자에 대한 발언 수위도 한결 부드럽게 바꿨습니다. 이민 개혁도 받아들이는 쪽으로 당론을 선회합니다. 2013년 상원에서 노련한 존 매케인이나 떠오르는 차세대 정치인 마르코 루비오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불법 이민자에게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는 지위를 주자는 개혁 법안을 발의합니다.

새로운 이민법의 상원 표결 결과는 찬성 68 대 반대 32. 반대 32표는 모두 공화당 의원이었지만, 찬성표 가운데 14표도 공화당 의원이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압도적으로 백인 일색인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당이 핵심 지지층을 배신했다는 역풍이 붑니다. 유권자들은 이민법 개혁이 법을 어기고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온 외국인을 사면해주는 것이라며 공평하지 않다고 봤죠. 그 결과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이 법안은 토론에 부쳐지지도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당 지도부와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갔습니다. 젭 부시나 마르코 루비오 등 이민법 개혁에 찬성했던 정치인은 끝내 이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혐오 발언을 꺼내기를 서슴치 않았던 트럼프의 후보 지명으로 이어졌습니다.

 

13) 트럼프를 선택한 공화당 유권자

2016 공화당 경선 결과 (출처: 복스)

트럼프의 성공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먼저 공화당 지도부가 단일화된 트럼프의 대항마를 내세우지 못했고, 언론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후보라며 트럼프를 끊임없이 다루고 또 다뤘습니다. 후보 개인의 재산과 연예인 버금가는 유명세도 한몫 했습니다. 지역적으로 나누어 보더라도 북동부와 남부에서 모두 트럼프는 고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핵심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당 지도부를 향한 분노와 불신,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인구 구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공략한 데 있습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이념적 보수주의와 충분히 거리를 두면서 유권자들이 우선 순위로 여기는 이슈에 집중했습니다.

지금 공화당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먼저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물릴 수야 없지만) 트럼프 현상을 잠시 정신이 나갔던 일탈로 규정하고, 백인의 분노에 발목 잡히는 정당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대가 주도권을 잡고 링컨의 공화당 때처럼 새로운 당 정체성을 확립하는 개혁의 길이 있습니다.

아니면 트럼프가 일탈이 아니라 더욱 보수적인 공화당, 인종간 갈등을 먹고 사는 더욱 백인 위주의 공화당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달렸습니다. (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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