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서로 다른 북한의 두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 ‘태양 아래’
영화 리뷰: 서로 다른 북한의 두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 ‘태양 아래’
  • 편집부
  • 승인 2016.08.02 03: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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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감독 비탈리 만스키는 평양에 거의 1년 동안 체류하며 영화를 찍었다. 북한 어린이라면 모두 가입하게 되어 있는 조선소년단이라는 정치조직에 주인공인 여덟 살 소녀가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겉으로는 북한 당국자들과 협조했다.

만스키 감독이 영화 “태양 아래”에 담아낸 평양의 모습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면서도 등골 서늘하도록 무섭다. 아시아에 있는 이 도시에서는 서구 문화나 기업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코카콜라 광고도, 맥도날드 간판도 없다. 다른 나라라면 상영 중인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을 만한 공공장소에는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일성과 김정일의 우상화된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조각 작품이 있다. 이곳에서는 종교와 대중문화가 온통 국가가 조종하는 개인숭배로 대체됐다.

이처럼 우상화된 지도자의 모습들은 북한 관리들이 만스키 감독과의 합작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북한 사회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하지만 편집을 끝낸 최종 작품은 북한 관리들이 생각한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영화는 주인공인 이진미 양과 그 가족 간의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북한 관리들이 끼어들어 작은 몸동작까지 하나하나 지시하고 감독하는 모습을 담았다. 진미 양의 부모에게 영화 촬영을 위해 사회주의 북한에 더 잘 어울리는 일자리가 주어졌다는 내용은 자막에 담겼다. 사실상 국가의 노예나 다름없는 노동자들이 교대 근무 사이 쉬는 시간에 잠깐 눈을 붙이는 열악한 막사는 영화 제작진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겼다.

전체주의 북한을 보여주는 상징적이면서도 조잡한 소품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데, 한 예로 40여 개는 족히 될 법한 수많은 훈장을 거추장스럽게 단 제복을 입고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모습은 겁이 날 만큼 두려움을 자아내면서도 우습다.

 
By ICARUS FILMS 1:29
영상: '태양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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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태양 아래'

영화 속 장면.

 By ICARUS FILMS on Publish DateJuly 19, 2016. Photo by Icarus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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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도 만스키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을 부분을 포함해 몇 가지 불안한 의문이 남는다. 먼저 만스키 감독이 북한 당국의 감시를 피해 촬영을 한 결과 영화가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됐기 때문에 착하고 가엾은 소녀 주인공 진미에게 어떤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건 아닌지 우려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문화 상대주의에 관해, 그리고 인간의 자유라는 게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이 영화는 분명 “내가 저런 곳에 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같은 단선적인 반응 이상으로 우리를 아주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영화다.

“태양 아래”는 등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한국어로 제작된 영화고 영어 자막이 있다.

러닝 타임: 1시간 47분.

기타 정보:

제목: 태양 아래(Under the Sun), 뉴욕타임스 영화평론가 추천

감독: 비탈리 만스키(Vitaliy Manskiy)

대본: 비탈리 만스키(Vitaliy Manskiy)

출연: 이진미, 유영, 혜영, 오경, 최송민

러닝 타임: 1시간 46분

장르: 다큐멘터리

영화 정보 제공: IMDb.com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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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2016-08-03 03:02:05
왜 남한도 독재 북한도 독재인가? 독재의 유전인자가 혈관에 흐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