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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성소수자 지지를 위한 패널 워크숍(LGBTQ Allyship Panel Workshop)

[뉴스 M = 경소영 기자] 6년 전 HBO의 한 프로그램에서 흑인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 완다 사이키가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히며 했던 이야기가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했을 때의 상황을 해학적인 비유를 들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본 영상은 흑인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웠다던 그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만약 흑인이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가족에게 커밍아웃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에 대해 상황극으로 선보인다. 타고난 피부색을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성소수자도 친구나 드라마 같은 매체에 영향을 받아 되는 것이 아님을 풍자하고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방법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뉴욕 맨해튼에서도 성소수자 지지를 위한 패널 워크숍(LGBTQ Allyship Panel Workshop)이 열렸다. 특별히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성소수자 커뮤니티(AAPI LGBTQ community)’의 존재를 알리고 대중이 성소수자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린 워크숍이다. 

이날 행사에는 성소수자, 성소수자 가족과 친구 등 성소수자 지지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패널로는 샤미나 싱 (President at MasterCard), 앤디 마라(Communication Manager at the Arcus Foundation), 글렌 매그판타이(Executive Director of National Queer Asian Pacific), 클라라 윤(Founder of API Rainbow Parents of PFLAG-NYC) 씨가 나섰다.

“제 경험은 말이지요…”

‘COMING TOGETHER’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 패널들은 각 분야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이 있는 유명 인사들이다. 성소수자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패널들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었다.

클라라 윤 씨는 자녀의 커밍아웃을 통해 성소수자 모임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계 성소수자 부모들의 모임(API Rainbow Parents)까지 설립했고, PFLAG(성소수자의 부모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의 모임)에서 성소수자 가족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한 그도 처음부터 자녀의 커밍아웃을 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21년 전 한국 이민자 가족에 태어난 제 아이는 모범적으로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9학년에 들어서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았죠. 그리고 얼마 후 제 아이는 커밍아웃을 했어요. 본래 딸로 태어났는데 남성으로 트랜스젠더가 되었습니다. 이것을 받아들이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클라라 윤 씨는 트랜스젠더인 자녀를 지지하게 되면서 성소수자 단체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성소수자 부모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 <뉴스 M> 유영

윤 씨 부부는 아들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고 지지해주기로 결정했다. 지금 클라라 윤 씨는 남성이 된 자녀를 ‘아들’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과정에서 API(아시아, 태평양계 성소수자 모임)를 알게 됐고, 많은 성소수자 가족들을 돕는 일까지 하고 있다. 클라라 윤 씨는 API 커뮤니티와 함께 더 많은 결연을 이어나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자녀가 살아가는 환경이 더욱 안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글렌 매그판타이 씨는 아시안 성소수자 연합단체인 NQAPIA(National Queer Asian Pacific Islander Alliance)의 상임이사다. 17년간 인권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글렌 씨 또한 동성애자이기에 성소수자들이 겪는 우울함과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기까지 15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렸을 만큼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NQAPIA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가족이라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많은 성소수자 부모들이 초기에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지만 부모 때문에 자녀가 성소수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성소수자가 되는 환경적 요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성소수자라는 것은 그저 그 사람 자체의 특성일 뿐입니다. 가족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성소수자는 건강하고 행복해집니다. 가족의 사랑과 지지는 약물 남용, 건강 위험 요소 및 자살과 같은 위험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줄여줍니다.”

글렌 매그판타이 씨는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고 성소수자로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성소수자의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뉴스 M> 유영

‘Ally’란 무엇일까?

앤디 마라 씨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트랜스젠더다. 성소수자들이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15년 째 LGBT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성소수자를 위한 ‘Ally(동맹, 협력)’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Ally’는 성소수자가 아니지만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사회의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며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마라 씨는 ‘Ally’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 누구든지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 특권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둘째, 특권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최근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참여하고 있지만, 많은 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저같은 아시안 미국인들은 흑인이 아니기 때문에 누리는 특권이 있잖아요. 그것은 곧 흑인들을 위해 발언하고 행동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앤디 마라 씨는 트랜스젠더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성소수자들의 평등한 대우를 위해 15년 째 LGBT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 M> 유영

샤미나 싱 씨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금융계 종사자이다. 3년 전 동성 결혼식을 올려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 또한 ‘Ally’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Ally’에는 단순히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가 존재한다고 그는 말한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마음의 자리 한 켠을 내줄 수 있는 사람, 그 자리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믿음 그 자체가 ‘Ally’라고 강조했다. 

샤미나 싱 씨는 금융계 종사자로서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동성 결혼식을 올린 바 있는 그는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 M> 유영

클라라 윤 씨는 “저 또한 Ally로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Ally’는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부모로서 자녀가 커밍아웃을 한 후 ‘Ally’가 되기까지 배움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모임도 그들만의 과정이 있고 계속해서 배우고, 듣고, 검증받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결국 성소수자를 돕고 협력하는 것은 끊임없는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성소수자가 받는 오해 풀어주세요”

NQAPIA에서 발행한 한 자료에 따르면,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도, 어떤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 살아서도 아니고 대도시에 살아서도 아니다. 성소수자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서 성소수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법학대학원의 윌리엄스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미국에 있는 아시아, 태평양계 인구 중 325,000명, 즉 2.8%가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결정되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성소수자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자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글렌 씨는 1980년 대에 커밍아웃을 했다. 그때는 ‘게이’라면 모두 에이즈에 걸려 죽는 줄 알았던 시기다. 물론 지금도 몇몇 사람이 성소수자를 얕보는 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때에 비해서는 사회가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한다. 이날 토론에서 그는 LGBTQ, 즉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은 어떠한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각 사람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물론 성 정체성은 선택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결혼할 수도 있고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소수자 본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가족과 사회가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성소수자 역시 인생 모든 선택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해요.” 

앤디 마라 씨는 특히 성소수자를 보는 아시아인의 독특한 인식을 짚었다. 많은 아시아인이 성소수자라는 것이 21세기에 등장한 하나의 새로운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앤디 마라 씨 역시 성장기 때 혼란을 겪었다. 자신과 같은 사례가 있는지 리서치도 하고 연구도 하던 중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조사하던 중, 폴린 박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트랜스젠더를 알게 되었어요. 제 인생 처음으로 저와 똑같은 사람을 발견한 거죠. 그분은 50대였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이에요.

폴린 씨는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여러 사례를 연구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현대화가 되기 전 트랜스젠더를 많이 조사했어요. 성소수자는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죠.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팝 문화가 아니에요. 문명의 시작에서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사회의 한 부분이었어요.”

샤미나 싱 씨는 금융계에서 매우 성공하여 세계 경제에 영향력이 있는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인 성공은 의사나 변호사 같이 특정한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소수자인 자녀를 두었다면 그 자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성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성소수자 대부분이 가족 안에서 진실한 감정으로 대화하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그래서 그 감정이 때론 농담이나 맹목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표출되기도 하죠. 가족과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성공이 의미가 있습니다.” 

네 명의 패널들은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 가족으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빠르게 변해가고 있으며, 보다 많은 주와 나라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윌리엄스 연구소에 따르면 동성 관계에 있는 3만 3000명의 아시아, 태평양계 미국인 중 26%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여러 기업 및 비영리 기관에서 성소수자들의 공개적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아직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편견에 눌려 숨어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도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네 명의 패널을 포함한 각종 성소수자 지지단체들은 성소수자를 제대로 알리는 활동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성소수자를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는 일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PFLAG(사랑하는 LGBT 가족을 지지하는 가족과 친구들), NQAPIA(아시아, 태평양 성소수자 연합단체)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겠다는 마음으로 그 문을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

경소영  soyoung@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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