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축구팀에 주어진 보너스: 군 복무 면제
한국 올림픽 축구팀에 주어진 보너스: 군 복무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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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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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한국 올림픽대표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동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은 한국 남성의 의무 사항인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Credit 루카 브루노(Luca Bruno)/AP

한국, 부산 —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선수 김기희가 경기에 뛴 시간은 총 5분 남짓. 아마도 이 5분은 축구 역사상 돈으로 값어치를 매겼을 때 수익성이 가장 좋은 출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런던올림픽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 종료를 5분가량 남겨놓고 투입된 수비수 김기희는 그 덕분에 비로소 한국 대표팀이 그 경기에서 일본을 2대 0으로 꺾고 획득한 동메달의 혜택을 받게 됐다.

한국에서 건강한 남성은 누구나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는 군 복무가 면제된다. 그런데 올림픽 축구 규정상 본선 엔트리에 있더라도 실제 경기를 뛴 선수에게만 메달이 수여된다. 김기희는 대회 마지막 경기 후반에야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고 팀 동료들과 함께 메달을 받게 된 것이다.

김기희 선수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그래서 메달을 받지 못하고 런던에서 돌아왔다면 그는 규정대로 만 28세 이전에 21개월간의 병역 의무를 시작해야 했을 것이다. 현재 27살인 김기희는 아마 한국 프로축구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의 군인 팀인 상주 상무 입단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엄밀히 따지면 북한과 휴전 상태로 여전히 전쟁 중이다. 징병제하에서 의무적으로 군대에 복무하는 장병들의 월급은 한 달에 약 120달러, 15만 원 정도로 이는 상주 상무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신 김기희는 지난 2월 중국 슈퍼리그 구단 상하이 선화에 입단하면서 한국 현역 축구선수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그의 연봉은 대략 240만 달러, 약 30억 원으로 알려졌다.

4년이 흘러 이번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한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4년 전 김기희 선수처럼 메달과 (병역 면제라는) 부상을 거머쥐겠다는 목표로 올림픽에 도전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정부의 특별 군 복무 면제 혜택을 받았다. 축구 외에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모든 (남자) 선수들에게도 군 복무가 면제된다. 개최국 브라질을 포함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한 16개 나라 축구 대표선수들 가운데 한국 선수들처럼 특별한 열망과 목표를 갖고 브라질 땅을 밟은 팀은 없을 것이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군 복무 면제 문제가 감독 입장에서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아무래도 압박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병역 면제가 달린 사안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압박을 받습니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소속의 손흥민(오른쪽) 선수의 경기 모습. 손흥민은 이번 리우 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Credit 렉스 피처스(Rex Features)/AP 제공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소속의 손흥민(오른쪽) 선수의 경기 모습. 손흥민은 이번 리우 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Credit렉스 피처스(Rex Features)/AP 제공

성남 일화 천마(현 성남FC) 감독으로 201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신태용 감독의 과제는 병역 면제가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이 문제를 현명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오히려 압박감에서 오는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대표팀의 에이스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공격수 손흥민(24)이 첫손에 꼽힌다. 올림픽 축구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기준 연령을 넘어도 되는 세 명의 ‘와일드카드’를 제외하면 모두 만 23세 이하여야 한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와일드카드 가운데 한 명이다.

올림픽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다. 그래서 각 소속팀은 선수가 대회에 출전하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의 출전을 허락했다. 선수 본인이 출전을 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단으로서도 메달을 따 군 복무를 면제받으면 선수의 장기적인 가치도 오르고 그만큼 언젠가 선수를 이적시킬 때 높은 이적료를 받게 된다면 손해가 아니다. 2014년 손흥민의 당시 소속팀이던 독일의 바이엘 레버쿠젠은 손흥민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금메달을 땄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은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는 골키퍼 구성윤(22)도 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큰 무대라는 점에서 동기 부여가 더 된다고 말한다.

“(병역 면제가 달린 대회라고 해서) 특별히 큰 압박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저 자신에게 대단히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스트레스나 부담감보다 오히려 설레기도 하고 희망적이에요.”

한국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군 복무 면제에 관한 문제는 사실 굉장히 민감한 주제다. 지난 2012년 3월, 국가대표 공격수 박주영 선수는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에서 뛰던 3년 동안 모나코 공국에 살았다. 이때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10년간 장기 체류 허가를 받아 병역 의무를 10년 미뤘다.

당시 박주영은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언론과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해 6월 그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사과한 뒤 올림픽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뽑혔고, 8월에 동메달을 따며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연합뉴스 스포츠부의 유지호 선임 기자는 최근 들어 병역 면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예인들이나 정치인 등 권력층 자제들의 병역 기피가 잇따라 문제가 되면서 여론이 더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소속의 손흥민(오른쪽) 선수의 경기 모습. 손흥민은 이번 리우 올림픽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Credit 렉스 피처스(Rex Features)/AP 제공

2012년 3월, 박주영 선수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병역을 연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병역 기피 논란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는 나중에 사과했고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됐다. Credit정연제(Jung Yeon-Je)/AFP - 게티 이미지

유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큰 경사고 모두의 자랑이었을 겁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국위 선양한 운동선수가 대부분 병역을 면제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올림픽 축구 경기는 여전히 선수들은 물론이고 한국 팬들과 언론의 대단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4일 피지와 첫 경기를 펼치는 한국은 독일, 그리고 지난 런던올림픽 우승팀 멕시코와 한 조에 편성됐다.

신태용 감독의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조 2위 안에 들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이다.

“일단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나면 그때부터 메달을 딸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단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을 아시안컵보다 더 큰,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대회로 여기는 건 놀랍지 않다. 아시안컵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대륙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로 국가대표가 출전한다. 구성윤 선수도 이렇게 말했다.

“아시안컵도 물론 큰 대회죠. 하지만 올림픽이 더 큰 대회라고 생각해요.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강팀들이 모이는 대회니까요.”

22살 골키퍼는 2012년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하고 싶다는 다부진 목표를 밝힌다.

”런던에서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축구에서 메달을 땄을 때 정말 저를 포함한 모든 한국 사람들이 뛸 듯이 기뻐했어요. 그때 저는 올림픽 무대에서 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었죠. 이제 저는 리우로 갑니다. 최선을 다해 도전할 준비가 됐습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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