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에 돌 던지지 맙시다.”
“달리는 기차에 돌 던지지 맙시다.”
  • 지성수
  • 승인 2016.08.1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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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당선되면?

돌았느냐고? 달리는 기차에 돌을 던지다니? 그러나 이 문구는 60년대 방학식날 방학 과제물이 적힌 용지를 나누어 줄 때 할 어김없이 주의사항으로 기록되어 있던 말이었다.

실제로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네 앞을 달리는 기차나 고속버스에 돌멩이를 던진다거나 팔뚝을 걷어 부치고 주먹질을 하는 일이 흔히 있었다. 아무리 어려도 돌을 던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시골의 초등학교 교실에 “달리는 기차나 자동차에 돌을 던지지 맙시다.”라는 지금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가 될 수 없는 표어가 붙어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두메산골이라도 아이들이 달리는 기차나 버스에 돌을 던지는 일은 없다. 그런 짓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이유는 아이들의 교양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동네 앞을 지나는 기차나 고속버스가 더 이상 자기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고 자기도 기차 여행을 한다거나 고속버스를 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EU 탈퇴결정 후에 “어? 이건 아닌데…….”하는 반응들이 나온다고 한다. 한 마디로 돈 있고 형편 좋은 사람들은 잔류를 원했고 돈이 없는 가난한 계층에서 탈퇴를 선호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부자들한테만 이로운 유럽연합은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영국의 가난한 계층에게는 EU는 60년대 동네 앞을 지나는 고속버스나 기차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항상 ‘에이, 씹할, 좆같이…….’ 라고 하면서 매사에 투덜, 투덜대면서 침을 “퇘! 퇘!" 뱉는 사람의 이미지를 한 번 그려보자! 그런 사람들은 어떤 정치적인 이념은 가질 가능성이 많을까?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진리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생각을 私念(meinug)이라고 하는 말이 나온다. 공적인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는 그런 사람들이 투표를 하는 시스템이다. 기분, 감정, 느낌만으로 살 수도 있지만 정치적 결정도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다.

젊은이들 가운데 선거 포스터의 인물사진을 보고 “ 이 사람이 괜찮게 생겼네.” 하고 찍을 사람을 결정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바가 없다. 내가 한국 사람들 말투에서 제일 질색인 것은 “같아요.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이제 정치영역에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영미권 젊은이들도 그렇단다. 영어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말을 할 때 “나는 ~ 생각합니다. “나는 ~ 믿습니다”라고 했는데 최근 들어 급격이 “나는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표현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논리와 감정, 주장에 대한 혼란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혼란은 정치적 결과를 가져온다. 자신 없이 말하는 것 같은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라고 하는 말은 사실에 기반을 두어서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를 할 즉 빠져 나갈 길을 찾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이 표현을 남자들보다 조금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세상과 자신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것 같이 느껴진다” 고 하는 것은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 보다는 ‘게을러서 생각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만약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이 큰 일이 날 것 같이 우려를 하고 있다. 염려에 대하여 실망을 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부터 망신살이 뻗치고 트럼프의 진면목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트럼프 후보 연설이 8년전 미쉘 오바마 연설을 그대로 표절 했던 것이다. 그래도 당연히 프롬프트를 보고 연설을 읽었을 것이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멜라니아의 낭독 실력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박근혜 대통령의의 낭독 실력 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과연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에 크게 변화가 있을까? 내 생각에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군산복합체의 미국의 기본 틀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때 부는 바람에 따라서 투표는 할 수 있지만 미국처럼 견고하게 안정된 사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크게 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크게 기대가 되는 것은 있다.

브렉시티에 성공해서 보다 노골적이 되어 버린 영국처럼 만일에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간다면 미국을 구세주로 믿고 있는 순진한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한미 간의 관계가 노골적으로 들어나서 아마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에 정말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정치에서 더 이상 종교적 위선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미국에서는 소위 복음주의 기독교가 정치세력화 해서 힘을 쓰고 있고 그들의 정치성향은 일관되게 우파정당에 대한 극단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슈별로 본다면 기독교임에도 서슴없이 사형찬성, 총기규제 반대, 소수집단 평등반대, 반이민의 편에 선다.

하지만 결혼만 세 번 한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대통령의 종교에 대한 논의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트럼프는 자기 인생에 용서란 필요 없으며, 예수는 “용감하다는 점에서” 존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인들이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을 원하는 시대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극우와 보수적 종교는 일란성 쌍둥이이다. 그러므로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무종교적인 트럼프와 기독교가 일치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슬람 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 의견의 일치를 볼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슬람이라는 공공의 적이 없는 대신 북한이라는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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