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네일 살롱이 문제라고?! '뭣이 중헌지 알지도 못하면서'
한인 네일 살롱이 문제라고?! '뭣이 중헌지 알지도 못하면서'
  • 유영
  • 승인 2016.08.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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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인네일협회, 지난 8일 [뉴욕타임스] 본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 열어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물러나라', '<뉴욕타임스>는 사과하라', '사라니어 기자를 해고하라'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앞이 요란하다. 500여 명의 한국, 중국계 네일협회 회원들이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보도 정정 및 사과, 뉴욕 주의 행정명령 철회 등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 손에는 각종 피켓이 들렸다. 공정한 행정을 원한다는 내용부터 주 정부가 요구하는 내용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그린 그림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뉴욕에 스타벅스보다 더 많다고 하는 네일 살롱 사업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뉴욕 주 정부와 <뉴욕타임스>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시위에는 뉴욕 한인네일협외와 중국인 네일협회 등 업종 관계자들만 나선 것이 아니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와 뉴욕한인교회협의회 등 한인 단체들도 나섰다. 

뉴욕 한인네일협회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가 왜곡 보도했다며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뉴욕 주 정부를 비판했다. 뉴욕 한인네일협회 이상호 회장은 뉴욕 소수 민족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주 정부의 시각을 지적했다. 그는 “주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와 단속으로 하인과 아시아계 소규모 비즈니스 종사자의 어려움이 커졌다. 네일 업계를 포함한 소규모 비즈니스의 현실을 주 정부가 제대로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과연 뉴욕에 있는 네일 살롱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그동안 뉴욕 네일 살롱들을 대상으로 일어났던 내용을 <뉴스 M>이 정리해 보았다. 

네일 살롱, 작업 환경 바꿔라

뉴욕 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는 주 전체 네일 살롱 종업원과 고객 보호를 위해 새 환기 규정을 오는 10월부터 시행한다는 행정명령을 지난 7월 22일 발표했다. 10월 3일 이후 새롭게 사업 자격을 취득하는 신규 네일 살롱은 반드시 뉴욕 주 규정에 맞는 환기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기존 네일 살롱은 오는 2021년 10월 3일까지 준비 기간 5년이 주어진다. 매장을 규정에 맞게 다시 공사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환기 시설 규정은 지난 2015년 네일 살롱 작업 환경 안전을 위해 시설 기준을 정의한 '국제기계 조항'을 기반으로 했다. 모든 매니큐어 및 페디큐어 작업 테이블마다 화학약품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와 먼지를 빨아들여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배기구는 반드시 매니큐어나 페디큐어 작업 테이블로부터 가로, 세로 12인치 이내 설치해야 한다. 네일 살롱 전체 매장의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환기 시설도 설치하고, 외부 통행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집진기도 갖춰야 한다. 

뉴욕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

쿠오모 주지사는 이러한 규정을 발표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네일 살롱 종업원들은 심한 착취와 위험한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새로운 규정들은 뉴욕의 모든 네일 살롱을 안전한 장소로 만들어 종업원들과 고객을 지킬 수 있게 한다. 주 정부는 환경 규정 외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종업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뉴욕 주 전체 직장을 더 안전하게 할 것이다.”

이날 쿠오모 주지사는 보건부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네일 작업이 기간을 막론하고 작업자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작업장에 있는 제품들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화학 물질이 담긴 제품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주지사가 이러한 규정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네일 업소 종업원의 작업 환경 안전 및 권익 보호를 위한 특별 대응팀을 구성하고 안전 장비 착용, 상해보험 가입 등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기도 했다. 체불임금 400만 달러를 집행하라고 한 행정명령도 포함한다.

<뉴욕타임스>의 첫 우리말 보도

주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활동을 펼친 배경에는 <뉴욕타임스>의 르포 보도가 있었다. 지난해 5월 7일 <뉴욕타임스>는 뉴욕 네일 업계 실태를 취재한 특별 기사를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 4개 국어로 보도했다. 이 신문의 첫 한국어 기사였고, 기자 20명이 1년 동안 취재한 기획 보도였다. 보도에 따른 파장이 크자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가 네일 살롱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와 차별, 환경 실태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네일 살롱의 실태를 고발한 <뉴욕타임스> 기사 인터넷판 갈무리.

이날 보도 내용은 한인들이 장악한 뉴욕 네일 살롱 업계의 노동 착취, 과당 경쟁, 인종에 따른 임금 차별,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직원 건강 악화 등이 담겼다. 신문은 한인들이 네일 살롱 업계를 주도하면서 같은 노동을 해도 한국인 직원이 가장 높은 임금을 받고, 중국인 히스패닉과 비아시아 인종 순으로 임금이 낮아지는 ‘인종계급제도’가 있다고 고발했다. 한인은 식탁에서 식사하지만, 다른 인종은 부엌에 선 채로 한다는 증언도 넣었다. 

이번 행정명령이 내려진 작업 환경도 소상히 보도했다. 장갑도 없이 고객 피부와 접촉해 감염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 매니큐어와 아세톤 등 화학용품을 다루면서 호흡기를 통해 독성 물질에 중독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강하게 지적했다. 

‘왜곡 보도’와 잘못된 행정명령

<뉴욕타임스> 보도에 뉴욕 한인네일협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 성명을 냈다. 협회는 “사실과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20~30년 전 업계가 취약했을 당시 이야기를 현재 사건인 것처럼 과장 보도했다. 중국과 베트남 민족이 운영하는 업소도 많은데 한인들만 네일 살롱을 하듯 보도하며 악덕 업주로 묘사하는 건 인종 차별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한인 네일 살롱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 기사를 왜곡 보도라고 규탄했다. 더불어 왜곡 보도를 기반으로 시작된 뉴욕 주의 행정 명령도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10월 3일부터 시작되는 환기 시설 규정은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지난 3일 플러싱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성토됐다. 네일 업계 관계자들은 먼저 환경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규정 시행에 앞서 종업원들 건강을 해친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주 정부가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환경 조사와 평가도 없이 규정부터 시행하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발표는 앞뒤가 바뀐 잘못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앞뒤가 바뀐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는 내용은 자료 조사 외에도 더 있다. 네일 살롱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모두 FDA 승인을 거친 안전한 제품들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가 인체에 해가 없다고 인정한 제품을 쓰는데 네일 살롱이 환경 단속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기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업주들의 과도한 재정 부담과 설치 가능성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거세다.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한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는 “업소가 들어서는 디자인 단계에서 환기 시설 설치 의무화 규정을 적용하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건물주의 허가 여부와 비용, 공사 규모 등을 감안한다면 기존 업소에 적용 및 시행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건물주가 건물 벽에 구멍을 뚫고 환기 시설을 만드는 대공사를 허락할지 알 수 없다. 실제 못 하나도 박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거기에 1층이나 지하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옥상까지 환기 시설을 올려야 하는데, 비용은 수만 달러를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사를 하지 못하거나 막대한 금액이 없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면 2021년 이후로는 사업하지 못한다. 

주 정부, “지금은 의견 수렴 기간”

지난 3일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주 정부 관계자들은 규정의 세부 내용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며, 일부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데이빗 모사버그 국무부 변호사는 “규정은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제안서 단계다. 네일 업계 종사자 의견을 수렴해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 정부는 오는 10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31일까지 재검토하고 평가한 후, 최종 완성본을 채택할 예정이다. 

네일 업계에서는 주 정부가 시행하려는 행정명령의 부당함을 계속 알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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