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죄만이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진정한 사죄만이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유영
  • 승인 2016.08.12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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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협의를 마쳤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겨울 추위에 떨며 소녀상을 지킨 대학생들의 노력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도, 합의 원천 무효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위안부 합의는 매우 귀중하고 중요한 합의”라는 공허한 답만 반복할 따름이다. 

일본 정부가 합의금을 쥐어주며 요청한 소녀상 이전 문제에도 한국 정부는 애매한 태도를 내비친다. 국민들을 개 돼지로 여기는 관료들의 태도가 반영된 듯 이 사안에서도 정부는 시민들 요구에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지난 10일 열린 제124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에서도 시민들은 강한 어조로 이러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지난 8월 10일 일본 대사관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서 일본과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사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우리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법적 사죄와 배상을 마쳐야 이 운동이 끝날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식민지 시대인 줄 아는 것 같다. 소녀상은 국민이 세운 것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마음대로 옮길 수 없다.”

소녀상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재단을 출범한 정부를 보면 아쉽기만 하다. 출범식 때 할머니들을 초대하기 위해 식사 대접을 명목으로 불러내려고 했던 것도 이해할 수 없다.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 합의를 역사적 사건으로 스스로 규정하면서까지 진행하려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마지못해 동참하는 듯 구렁이 담넘듯 한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의 태도도 의아하기만 하다. 

지난 2013년 미국 글렌데일 시에 건립된 소녀상 제막 행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일본 극우 세력은 전 세계에 걸쳐 위안부 기념비와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고 나서기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 미국 글렌데일 시 정부가 한인 단체와 함께 소녀상을 세우자 그 다음 해에 바로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정부가 외교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소녀상이 미국의 대일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관련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 극우 세력의 태도는 호주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시드니의 한인ㆍ중국인 사회가 공동으로 스트라스필드 역 광장에 소녀상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의회가 반대해 좌절됐다. 일본 극우 세력의 행동은 다음 단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시드니 애시필드연합교회 빌 크루스 목사가 교회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면서 부터 말이다. 

이들은 법률 회사를 통해 크루스 목사에게 인종차별법을 거론하며 소송 압력을 넣었다. 항의 메일이 쏟아져 들어왔고, 일본 총영사는 앞으로 크루스 목사가 일본 입국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일본의 반응을 의식한 호주 정부도 소녀상 건립에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호주 시드니에 소녀상 건립에 결정적 역할을 한 크루스 목사.

“세계 모든 여성이 겪는 고통의 상징”

다행히 글렌데일 시와 크루스 목사가 겪은 문제들은 일단락 되었다. 글렌데일 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한 일본 극우 단체의 소송은 법원이 기각했다. 연밥법원은 글렌데일 시가 소녀상을 외교 문제에 이용하지 않았고, 연방 정부의 외교 방침과도 일치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에 상소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크루스 목사가 한국 중국 이민자들과 건립하기로 한 소녀상은 교회 뒷마당에 예정을 앞당겨 세웠다. 북미를 제외한 첫 소녀상 건립이 이뤄진 것이다. 원래 교회 조경 작업 일정에 맞춰 1년 후에 세울 예정이었지만, 일본 총영사와 만나고 생각을 바꿨다. 한인회관 앞에서 제막 행사를 치르고 교회 뒷마당에 소녀상을 세웠다. 위협이 많은 한인회관 앞보다 37개의 CCTV가 지키는 교회가 안전하다고 여겼다고 크루스 목사는 밝혔다. 

호주 시드니 소녀상 제막식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원복덕 성남시추진위 위원장,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윤미향 정대협 대표, 김서경 작가 등 한국측 참석자들을 비롯해 현지 교민들과 시민, 인권운동가 빌 크루즈 목사 등 모두 4백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소녀상 제작은 성남시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이 후원했다.

외국에서 세워지는 소녀상은 특별한 의미를 담는다. 함께 세우는 외국인들이 소녀상을 세우는 이유에 동의해야 하고 취지 역시 세계적으로 기념하기 타당해야 한다. 글렌데일 시와 시드니 애시필드연합교회에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세계 모든 여성의 고통이 담긴 상징”이라고 평가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소녀상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전쟁으로 착취당하고 억압당한 여성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고통을 기억하며 다시는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여성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소녀상 설립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평화다. 이들이 소녀상을 평화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다. 

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범행을 밝히고, 이를 알리면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범인이다.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싶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려는 사람을 향해 강한 공격성향을 드러낸다. 지금 일본과 우리나라 수구세력의 태도가 그러해 보인다. 최근 한국 정부가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적어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과 소녀상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확실한 말인 것 같다.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에 반대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최근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자위대 창설 기념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진행했다. 한국 정부는 그럴 수 있다고 밝히며,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렇듯 자칭 보수라고 말하는 이들의 친일 행위는 국익에 반할 때가 많다.

한 고위 공직자는 회의 시간에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고,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에 합의했던 경력이 있다. 전쟁할 수 있는 군대를 다시 우리나라에서 세우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천황 폐하를 섬기는 이들은 일본과 소녀상을 이전하려고 한다. 전쟁의 기치를 높이고, 평화를 가리려는 이들이 한통속처럼 보인다. 왠지 조선말기 나라를 넘기려던 사람들의 행태를 보는 듯한 기시감마저 든다. 

소녀상은 평화의 상징이다.

곧 71주년 광복절을 맞이한다. 빛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그림자에 남겨진 이들을 위해 정부는 일본과 잘못한 협상을 파기해야 한다. 위대한 합의란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수준일 때나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정부는 호주에서 소녀상을 세운 외국인 크루스 목사보다 안목이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크루스 목사가 말하는 해결책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구와 다름없다. 

“소녀상 건립 문제는 일본의 주장처럼 사회 갈등을 조래한다거나 일본을 적대하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고통에 관한 문제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새롭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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