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류에 찬물 끼얹나?
사드, 한류에 찬물 끼얹나?
  • news M 편집부
  • 승인 2016.08.17 0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됐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중국이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한류에 보복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3년 무대 위에 선 한국 아이돌 그룹 엑소의 모습.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엑소의 두 차례 콘서트는 취소됐다. Credit 스타뉴스, AFP - 게티 이미지 제공

베이징 — 케이팝이 최근 시들해진 한중 관계의 첫 번째 피해자가 될까?

지난달 한국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합의하자 중국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하리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의 가장 화려한 수출품 가운데 하나를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대상으로 삼은 듯한 조짐이 보인다. 바로 케이팝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한국의 대중음악과 널리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그 대상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은 몇 년 사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주 중국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던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됐다. 한중 양국 모두 안절부절못하는 가운데 한국 주요 연예 기획사들의 주식 가격이 급락했다.

어쩌면 행사가 취소된 시점이 그저 우연히 사드 배치 발표와 맞물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미디어 업체 직원들은 한국 관련 프로젝트 일부를 당분간 보류하라는 압력이 실제로 있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향후 협력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인 배우 김우빈과 배수지가 참가하는 베이징 팬미팅 행사도 지난주 돌연 연기됐다. 행사를 기획한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유쿠(优酷)는 베이징 경찰청으로부터 팬미팅 행사를 연기해야 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유쿠측 직원이 말했다.

유쿠는 지난 3일 공식 SNS 블로그 계정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원래 토요일로 예정되었던 행사가 회사 측에서 “통제할 수 없는 사정상” 연기되었다고 밝혔다.

상하이에서 이달 열릴 예정이던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두 차례 콘서트도 취소됐다. 상하이에 있는 공연 티켓 판매 대행업체 fcpiao.com의 한 직원은 엑소의 콘서트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또한,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 두 명도 한중 합작 방송 프로젝트들이 잠정적으로 보류됐다고 말했다.

JYP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진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이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김형우 홍보팀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하게 우려 섞인 시선으로 조심스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행사가 취소되거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한, 싸이나 비 등 유명 케이팝 스타들은 자신들의 일정은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아마도 회사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괜히 휘말리지 않으려고 미리 예방 차원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연예인들이 지역 분쟁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당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높아지면서, 한때 큰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나 보이밴드, 걸그룹이 갑자기 일본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서의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해 나갈 예정입니다.”

사드(THAAD)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지난 6월,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집회 모습 Credit 연합뉴스, 로이터 제공

한국은 가장 큰 교역국이 된 중국과 전통적인 군사 동맹국 미국 사이에서 갈수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사드 배치를 둘러싼 고민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수십 년간 수출 주도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가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 한국 국민과 정책 입안자들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중국과의 통상 관계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이 한국의 높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정치적인 지렛대로 이용해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고 하지는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중국 외교부는 케이팝 콘서트와 한류 스타 행사 취소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보낸 팩스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주 한국인이 주로 사업차 신청하는 중국 상용 복수비자 발급 대행사의 사업 면허를 취소했다는 뉴스에 대해서는 답을 보내왔다.

팩스로 보내온 답변에서 중국 외교부는 비자 발급 정책 자체가 바뀐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인적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잇달아 비판하는 논평과 사설을 내놓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한국 남쪽인 경상북도 성주군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는 한국 국민과 주한 미군을 갈수록 커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자 미국이 구축해 온 미사일 방어 체계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중국 언론은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방송 출연을 금지한 정부의 결정이 중국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 금지를) 결정하면 중국인의 80% 이상이 여기에 찬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인기 있는 연예인보다 애국심을 우선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에서 한국이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에서 한류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공식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이미 궁지에 몰린 한국 방송사들은 비난 댓글 포화에 시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미국의 신발 회사 케이스위스(K-Swiss)는 한국 배우 박보검이 “중국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는 장면을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가 비난의 중심에 섰다.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케이스위스는 중국 SNS 웨이보에 성명을 냈다.

“케이스위스 중국지사 임원진은 최근 해당 케이스위스의 광고 영상이 일으킨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고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해당 성명에 싸늘한 반응을 내놓았다.

“이건 노골적인 도발이다. 나는 앞으로 중국을 존중하는 스타만 좋아하고 따르련다.”

다른 네티즌은 좀 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중국에서 당장 떠나라. 너희 나라 가서 김치나 먹어라.”

번역: <뉴스페퍼민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