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국제정세, 대통령 누구를 뽑아야 하나
안개 속 국제정세, 대통령 누구를 뽑아야 하나
  • 김동찬
  • 승인 2016.09.01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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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년 역사의 미국이 예전에 없는 방식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 와중에 더욱더 복잡하고 난해해진 중동 정세는 그 누구도 풀어보지 못한 퍼즐이 되어 간다. 사실 오바마 8년 정부는 2007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수습하느라 주동적인 외교를 하지 못하고 과거 부시 대통령의 공격적인 외교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정도도 힘들어 했다.

그 와중에 냉전 해체 이후 과거의 치욕을 설복하겠다는 러시아와는 서로 칼을 가는 수준으로, 몰라보게 성장한 중국과는 으르렁거리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여기에 러시아 영향권의 수많은 동구권을 친미 친서구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가장 복잡한 중동에서는 터키를 잃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심었다고 좋아했는데, 이라크는 틈만 나면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이란의 위성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이념대결이 사라진 지구상에서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 되어 또다시 진영이 생기고 있는지, 냉전 때 보다 더 파괴적이고 고통스런 전쟁과 테러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방도가 무엇인지 미국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진단과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것은 실종이 되고 누가 더 흠이 많은지 누가 뽑혀서는 안 되는지가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전세계 정세를 주도하고 외교의 기본을 만드는 미국도 대선에서는 국내 이슈가 먼저다. 무엇보다 살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한 해결방도가 공화ㆍ민주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한동안 가장 공격적인 외교방식을 고집했던 공화당이 오히려 외교 불간섭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부시 공화당의 호전적인 외교를 비판했던 민주당이 오히려 매파적인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 외교는 항상 뒷전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이익을 가장 확실하게 지켜주는 것은 외교정책이었다. 미국이 동맹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해외에 수많은 군사기지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동맹은 단 하나도 없다.

미국의 가치가 민주주의와 인권이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독재정권들과 강력한 동맹관계를 맺었다. 이라크는 중동에서 여성의 인권이 가장 발달했던 곳이다. 중동 국가 중 가장 미국적인 나라였고,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였던 적이 있었다. 미국의 적이었던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할 때는 그랬다.

그런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위해서 미국이 지구상 가장 전근대적인 독재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동맹으로 하면서 이라크를 무너뜨렸다. 미국의 가치에서 사우디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지구상 가장 혹독한 독재 국가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중동 전략상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었다. 물론 사우디도 지금 미국과 상당히 멀어지고 있다.

아울러 중동에서 가장 친유럽 친미국가인 터키가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 러시아로 기울고 있다. 중동의 IS 격퇴를 위한 미국 지상군 역할을 했던 쿠르드에 대하여 아직은 같은 동맹국인 터키의 공격은 미국을 더욱더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전운이 깊어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더욱더 꼬이는 중동의 정세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전선 등 여러 외교적인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데, 이 모든 것이 사실상 차기 대통령의 몫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대선에서 정책논쟁은 실종하고 누가 더 흠이 많은지 연일 공방을 벌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내 뱉은 막말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힐러리는 신중하지 못한 이메일 사용 때문에 곤혹을 치른다. 지금은 오바마 행정부가 버티고 있지만 서로 할퀸 상처투성이로 백악관에 입성하는 다음 대통령의 지도력이 얼마나 발휘 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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