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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논의에 앞서 통화정책에 대한 과신에서 벗어나야”

지난달 26일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프린스턴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심스(Christopher Sims)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이하 연준)의 재닛 옐런(Janet Yellen) 총재와 관계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화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세요. 오히려 지금 중앙은행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어요.”

그러면서 심스 교수는 세계 주요 경제 대국들의 경기 부양에 필요한 건 통화정책보다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화정책에만 신경을 쓰는 현재 상황 때문에 재정정책을 과감하게 집행해야 할 정책결정자들이 우물쭈물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즉,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의회의 역할이 중요한데, 모든 관심과 초점이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중앙은행에만 맞춰져 있다 보니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겁니다.

“중앙은행에 계신 분들이 직접 지금은 재정정책이 더 효과를 내는 데 적합하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대부분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기대왔다고 심스 교수는 지적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기업과 가계의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를 다시 살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습니다. 반면 정부 지출은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심스 교수는 통화정책에 기댄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합니다.

중앙은행들이 책정한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예금에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유도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지지부진하고 초저 인플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유럽중앙은행의 베노이 꾸에레(Benoît Coeuré)가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두 배 뛰었다고 말했을 때 청중들 사이에선 실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0.1%에서 0.2%로 늘어난 두 배였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들보다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도 재정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자율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미국도 저성장, 경기 침체,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자문위원이자 백악관 산하 국제 개발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모하메드 엘에리안(Mohamed A. El-Erian)은 최근 발표한 저서 “The Only Game in Town”에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엘에리안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주요 선진국과 경제 대국들이 지출을 늘리고 구조적인 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엘에리안은 지난주 이메일 인터뷰에서 저금리 정책 때문에 나중에 경기가 더 나빠졌을 때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진작하는 방법을 쓰지 못하게 스스로 손발을 묶은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무얼 할 수 있느냐, 무얼 해야 하는가에만 모든 논의가 집중되는 건 위험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중앙은행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이는 미국보다도 유럽이나 일본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중앙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릅니다. 재닛 옐런 의장을 비롯한 중앙은행 관계자들, 그리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의회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수차례 주문해 온 사실을 부각하려 할 겁니다.

또한, 그들은 재정 정책이 아니더라도 중앙은행이 효과를 미치는 방법이 많다는 예의 주장을 되풀이할 겁니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들은 여전히 국채를 매입하는 등 얼마든지 경기 침체를 되돌릴 방안이 있다고 말합니다. 옐렌 의장은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금리가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더라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캔자스시티 연방 준비제도가 그랜드 테톤스 근처에서 개최하는 모임은 사실 늘 이런 식입니다.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부터 꽤 근본적인 방향에 관한 논의도 이어지죠. 올해도 통화정책 자체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에 관한 학계의 발표가 있었고, 청중들 가운데 통화정책을 주관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오히려 통화정책 이외의 것들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질타하고 조언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총장인 피터 블레어 헨리는 연준 이사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중앙은행이 권한과 역할, 그리고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한계에 관해 대중들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설명해왔냐고 물었습니다. 대중들이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연준이 큰 걸림돌이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국제 개발 분야의 전문가인 헨리 교수는 말했습니다.

“사실 통화정책이 핵심이 아닌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이 그저 금리를 비롯한 주요 통화정책 발표만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중앙은행이 정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나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중에게 알리고 논의하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중앙은행은 경제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엄청난 공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앙은행을 필두로 한 통화정책의 안정성을 지향하기보다는) 구조 조정과 개혁을 통해서 새로운 질서를 세워나가야 할 때입니다.”

사실 옐렌 의장을 비롯해 중앙은행은 이런 사실을 자주 언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단서가 붙거나 지나치게 신중할 때가 많습니다. 옐렌 의장은 발언 막판에 가서야 “재정정책과 구조적인 개혁이 미국 경제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도, 힐러리 클린턴도 인프라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정부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문제는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은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점입니다.

이미 미국의 정부부채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준인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성장 단계에서 정부가 빚을 늘려가며 지출을 확대했다가는 다음번 경기 침체가 와서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때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회 예산처장을 지냈던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더글러스 엘멘도르프(Douglas W. Elmendorf) 총장은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루이즈 셰이너(Louise Sheiner)와 함께 쓴 논문에서 일단 정부 지출을 늘려서 경기를 살리고 빚 걱정은 나중에 하는 게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엘멘도르프 총장은 2010년에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무리하게 허리띠를 졸라맸던 게 큰 실수였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총재는 2년 전 미국 연준 심포지엄에서 유럽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을 설명하며 유럽 각국 정부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드라기 총재의 발언과 경기부양책은 끝내 거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막대한 무역 흑자를 거둔 독일이 돈을 계속 쌓아두고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컨퍼런스에서 유럽중앙은행의 꾸에레 통화정책 이사는 유럽 각국 정부가 여전히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데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럽중앙은행은 각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재정정책이 받쳐주지 않는다고 중앙은행이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재정정책과 공조가 이루어진다면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도 낙관과 비관을 아울러 표현했습니다. 수십 년째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저성장을 겪고 있는 일본이다 보니,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취한 일련의 경기부양책은 아마 선진국 중앙은행들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의 공조는 썩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증세안을 발표했습니다. 구로다 총재는 총리를 비롯한 정부 내각과 한 달에 한두 번씩 정기적인 회의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정정책이나 구조적인 개혁 없이 통화정책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어쨌든 일본은행은 정부에 직접 우리 의견을 개진하고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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