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대통령 뉴스 전진 배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KBS의 수상한 대화
"사장님~ 대통령 뉴스 전진 배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KBS의 수상한 대화
  • 선대식
  • 승인 2016.09.0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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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 KBS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참사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의 팽목항 현장 방문 기사를 전진 배치 했다며 길환영 전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날 김 전 보도국장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김 전 사장은 "수고했네!"라고 답장을 보냈다.ⓒ 유성호

김시곤 KBS 보도국장 :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현장 방문 리포트를)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

길환영 KBS 사장 : '수고했네!'

지난 2014년 4월 17일 당시 김시곤 국장과 길환영 사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당초 이 리포트는 KBS 메인뉴스인 <뉴스9>의 13번째 꼭지로 예정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 관련 리포트는 <뉴스9> 시작 20분 내로 방송하라는 길 사장의 지시에 따라, 김 국장은 7번째 꼭지로 끌어올렸다.

이 문자메시지는 1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언론의 추락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증인으로 나온 김시곤 전 국장이 밝힌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이튿날, KBS 수뇌부의 훈훈한 대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두 사람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때는 세월호 참사 이틀째였다. 전 국민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세월호 구조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때다. 같은 시각 공영방송이자 국가재난 주관방송사인 KBS의 수뇌부는 박 대통령을 돋보이게 만드는 리포트 순서를 정하는 데 신경을 썼다.

더 큰 문제는 이 리포트가 박근혜 대통령을 띄우기 위해 현장 상황을 왜곡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현장 방문... "1분 1초가 급해"> 제목의 이 리포트는 "가족들은 탑승자 명단 확인이 안 되는 등 불만 사항들을 건의하자 박 대통령은 즉시 시정을 지시했고 가족들은 박수로 호응했다"라고 보도했다. 반면, 가족들의 거센 항의는 찾을 수 없었다.

김진 특조위원은 "길환영 당시 사장이 뉴스 큐시트를 미리 전달받고, 뉴스 순서와 아이템에 개입했느냐"고 묻자, 김 전 국장은 "네"라고 답했다. 그는 "길 전 사장은 출근하지 않는 토·일요일에도 뉴스 큐시트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제가 몇 번 거짓 보고를 하자, 저를 못 믿으니 비선 라인을 통해 따로 받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현 새누리당 대표)으로부터 보도 내용과 순서를 바꿔 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홍보수석 업무는 정부의 정책을 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식 브리핑을 통하는 게 맞다, 친분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제게 두 번 전화했다, 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이후에는 길환영 사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라면서 "청와대가 사장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역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국장은 "현재 KBS 이사회 구성은 여당 몫 7명, 야당 몫 4명으로 이뤄져있다, 여당 쪽 이사만으로 사장을 선임할 수 있다, KBS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사장을 선임할 때 야당 이사의 동의도 구하도록 특별다수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과 함께, 국가 재난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정부가 세월호 선내 CCTV 영상을 편집·삭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 쪽 증인이 대거 불출석하면서,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정성욱씨는 청문회 직후 취재진에게 "저희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다, 그래서 청문회를 개최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증인 출석을 막고 방해했다"면서 "아이들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려고 힘쓰고 있다, 힘들게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 도중 세월호 침몰 당시 한 학생이 119에 구조 요청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한 유가족이 차마 들을 수 없어 귀를 막고 괴로워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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