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보다 대화로 풀어야 네일 업계가 산다"
"소송보다 대화로 풀어야 네일 업계가 산다"
  • 유영
  • 승인 2016.09.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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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뉴욕 한인네일협회 이상호 회장

한인 사회 경제를 떠받드는 큰 기둥이 몇 개 있다. 그중 네일 사업은 경제적으로 가장 넓은 영향력을 끼친 업종이다. 네일 사업을 통해 들어온 돈이 한인 사회에서 돈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사업이라는 특색이 있다. 물론 실제로는 업주와 종업원 모두 여성이 다수인 업종이지만 말이다. 

숙련도가 높고, 기술이 좋으면 급여도 높아 이민자들이 선호했다. 이들이 번 돈은 식당, 쥬얼리, 슈퍼마켓 등은 물론이고,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 시설에도 많이 흘러간다. 한인 이민이 활발했던 지난 30년 동안 가장 큰 돈 줄이 됐다.

지난 30여 년간 네일 산업은 뉴욕 한인 사회 경제를 돌리는 한 축이었다. 그런한 네일 업계가 정부 규제 등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사업 발전도를 보면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몇 년 전까지 네일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사업이었다. 현재 뉴욕 시에 있는 네일 업소는 6000여 개로 추산된다. 이 중 30% 정도를 한인들이 소유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한인 업소가 주를 이뤘다. 198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한인 네일 업소는 매년 100개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점유율이 깨진 건 10여 년 전이다. 중국인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절반 가격 전략을 펼쳐 밀려나기 시작했다. 현재 맨해튼과 퀸즈 지역을 제외하면 한인 업소 비율이 50%가 되는 곳은 없다. 브롱스와 롱아일랜드, 브루클린 등은 20%넘지 않는다. 이제 뉴욕 시 전체에서 중국인 네일 업소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한인 네일 업계의 위기 상황

그런 네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주들은 카카오톡에 단체 대화방을 열어, 이 사안을 두고 매일 대책을 논해 왔다.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사업의 생사가 설린 중대한 정부 규제 때문이다.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은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 보도로 시작됐다. 임금 체불과 열악한 노동 환경, 인종차별 등을 고발한 기사였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네일 업계 노동자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방안으로 지난해 7월 체불임금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업주들이 웨이지 본드 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고 행정 명령을 내렸다. (웨이지 본드는 체불 임금이 생겼을 때, 보험회사가 대신 임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다만 보험회사는 지급한 임금을 업주들에게 다시 받아낸다.)

한인 네일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웨이지 본드 의무 가입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주 정부가 미용법에 기반을 둔다고 밝혔지만, 미용법 적용 대상 중 의무 가입 대상은 네일 업계로 한정했다. 소송에는 막대한 재정이 들었지만, 뉴욕 주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행정 명령에 소송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할 재정이 부족했던 뉴욕 한인네일협회는 상소를 포기했다. 결국 네일 업소들은 모두 웨이지 본드에 가입해야 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네일 산업 규제에 나선 쿠오모 뉴욕 주지사. 그는 체불 임금 등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행정 명령을 지낸해 7월 내렸고, 1년 후인 지난 7월에는 사업장 환경 개선을 명목으로 환기 시스템을 갖추라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오다

이러한 네일 업계에 다시 한 번 그림자가 드리운 건 지난 7월, 웨이지 본드 행정 명령 1년 후의 일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 주 네일 업소가 시행할 새로운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네일 업소의 환경을 규제 대상으로 내걸었다. 

환경 규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고객과 피부 접촉을 해야 하는 종업원과 관련한 내용이다. 주 정부는 종업원들에게 장갑, 마스크 등을 착용하라고 했다. 다음으로 화학제품과 인조 손톱을 사용하는 네일 업소 공기 정화 문제를 지적했다. 먼지와 화학제품을 환풍기와 집진기를 사용해 업소 외부로 배출하라고 명령했다. 

업주들은 막대한 자금이 드는 환풍 시설 설비 요구를 문제로 보았다. 오염도와 관련한 주 정부의 조사가 미진해 정확한 근거가 없고, FDA 승인을 거친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화학제품 사용이 문제라면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정부와 진행한 공청회. (사진 출처 : 미주한국일보)

반발이 거세자 주 정부는 업주들을 모아 공청회를 열었다. 여기서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정부 규제가 업계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지 못했는지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주정부에서도 의견을 더 수렴해 행정 명령의 최종 내용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만 남겼다.  

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오는 10월부터 네일 업소들은 환풍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5년 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수 있다. 다만 업주들은 업소를 매매할 수 없을까 걱정한다. 유예기간에 매매가 이뤄지면 새 업자는 막대한 돈이 드는 환풍 시설을 당장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소 매매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네일협회 내부 갈등의 심화

뉴욕 한인네일협회는 이 사안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부 갈등도 심화됐다.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소송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대립하는 탓이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소송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회원들이 우세하다. 비소송파는 다른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송파 회원들 소송 준비를 위해 강경하게 나선다. 지난 8월, 소송파 협회원들 주도로 변호사와 간담회가 열렸다. 소송 변호사는 이길 확률이 높지만, 막대한 소송비가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소송 변호사는 협회와 상관없이 소송파 회원들이 물색한 이들이었다. 협회원들은 협회 대응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뉴스 M>은 네일업계가 내외부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뉴욕 한인네일협회장으로 활동하는 이상호 회장을 만났다. ⓒ<뉴스 M> 경소영

이후, 소송파 회원들은 회원들을 모아 회의를 열어 찬반 의견을 듣고 소송여부를 투표로 결정하자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협회는 요구에 따라 자리를 마련했다. 소송파 회원들에게는 협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찬반 회의장에서 결정 내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혼란했다. 강경하게 소송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높았고, 협회는 소송 제기를 자제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강조하는 회원들은 반발했다. 협회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여전히 단체 대화방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스 M>은 네일업계가 내외부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뉴욕 한인네일협회장으로 활동하는 이상호 회장을 만났다. 네일 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소송이 아닌 협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결과로 이어지기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이상호 네일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 사태가 시작되었던 시기 이야기를 듣고 싶다. <뉴욕타임스> 보도 전, 이러한 이슈로 무엇인가 다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기사가 나가기 전에 <뉴욕타임스> 기자가 두 번 인터뷰 요청을 했다. 2014년 10월과 2015년 3월에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러한 내용을 다루리라고 예상하지 못 했다. 네일 업소와 관련한 일반적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협회가 만드는 <네일저널>이라는 회지가 있는데, 그 기자가 2000년에 발행한 걸 가져왔다. 기사를 보니, 화공 약품 냄새가 나서 정부에서 네일업 규제를 준비했다. 당시 회장이 이 사안을 두고 <네일저널>과 인터뷰를 했다. 로비스트를 써서 규제를 적극 막겠다고 말한 내용이 있었다. 기자가 그걸 보여 주면서 현재 네일협회 회장으로 어떠한 입장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그때 <뉴욕타임스>가 무언가 준비하는구나 생각했다.

네일 산업을 강타한 여러 규제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 한글 기사 갈무리.

기자의 질문에는 나는 당시 회장도 아니었고, 이 상황을 알지 못해서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인종차별과 임금 차별이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왜 히스패닉과 중국 사람에게는 임금을 덜 주고 한국 사람만 많이 주는지, 밥을 먹을 때 한국인은 앉아서 먹고, 다른 인종은 서서 먹게 하는지 등을 물었다. 

당연히 그런 적 없다. 우리는 기술공이다. 초보자에게 많은 걸 시킬 수 없어서 손발 씻기는 것부터 시작한다. 숙련도에 따른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5월에 첫 인터넷판 기사가 나왔다. 하루 일당 40불 주면서 24시간 일을 시키는 노예처럼 부려먹는 데가 있다. 업주가 임금을 떼어먹는 곳도 있다.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거기 거론된 사람 한국인 업주는 2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진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 저임금으로 중국인 종업원들을 부리고, 임금체불까지 했다. 결국 단속당하면서 폐업하고 도망갔다. 임금을 체납한 업주 집에는 100만 달러짜리 그림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실제 한인 업주들은 이렇지 않다. 이후의 상황만 봐도 진실을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 후, 쿠오모 주지사가 5월 11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전체 네일가게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조사팀을 꾸려 네일 업소 급여 조건과 임금 체불 등을 조사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안으로 웨이지 본드 가입이 의무로 규정됐고, 네일 업소들은 모두 이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인 업소에서 임금 체불했다는 이유로 이 보험에서 돈이 나간 적이 없다. 임금이 잘 지급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웨이지 본드는 체불 임금이 많다는 걸 상징하는 것 아닌가?

우선 웨이지 본드 가입 정황으로 이야기된 막대한 벌금 지불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상황이 다르다. 한인 업주들의 가장 큰 실수라면 ‘일당’ 지급 문화와 ‘장부 작성 미비’라고 할 수 있다. 한인들이 네일 사업을 한 역사는 30년 정도 된다. 이때부터 급여를 일당으로 지급했다. 당시 한국에서도 일당을 주는 곳이 많았고, 그러한 습관이 그대로 이어진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은 시급 문화로 빠르게 바뀌었고, 지금은 분당으로 계산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단속 당시까지 일당으로 급여를 주었다. 

조사를 받을 때 일당 지급이 문제가 되었다. 노동국에서 나와 규정을 내밀면서 직원들에게 시간당 얼마를 주었는지 물었다. 당시 저숙련 직원들에게는 최소 시급으로 6달러 80센트만 주어도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보다 더 많은 시급을 업주들이 주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일당으로 계산해서 주었기 때문이다. 일당을 시급으로 나누니 10달러가 넘었다. 주정부는 직원들 급여를 시급으로 계산해서 벌금을 책정했다. 급여를 많이 주었는데도 벌금을 받은 것이다. 급여를 많이 준 업주일 수록 벌금도 컸다.

당시에 시위만 진행한 게 아니었다. 뉴욕 한인네일협회 회원들은 뉴욕 주 청사에 가서 시위하며, 웨이지 본드 가입 요구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일당으로 주었어도 장부를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많은 업주가 장부를 정확하게 작성하지 않았다. 임금 대장을 따로 안 적었다. 결국 주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임금을 많이 떼어먹으니 노동자가 피해받는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웨이지 본드 적용 대상이 되었다. 웨이지 본드는 노동자 임금을 많이 체불하는 건설업 등에 적용되던 것이다. 그런데 급여를 더 많이 주는 네일 업소들이 가입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정부를 대상으로 소송했다. 미용법에 근거해서 적용한다고 하는데, 미용실, 마사지 업소 등 다른 사업장들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행은 네일 업소에만 한정한다고 했는데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를 결정한 주정부 인사들, 주지사, 주국무장관, 주재무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유대인 보험회사 잇속을 챙겨주는 꼼수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그런데 법원은 주지사의 행정 명령이 합당하다고 기각했다. 소송에 6만 달러 정도가 들었는데, 소송 하나가 끝나니 남은 돈이 없었다. 이 돈도 회원들이 어렵게 모아서 만든 소송 비용이었다. 연방법원으로 가면 돈이 더 많이 들 텐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재정 부족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웨이지 본드 보험 시장이 새로 생겼고, 보험회사들만 이익을 보는 상황이다. 

인종차별 문제도 큰 문제로 다뤄지는 것 같다. 한인 업소에서 이뤄진다는 인종차별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종차별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문제다. 다만 많은 사람이 한인 업소에서 이뤄진다고 상상하는 인종차별은 없다.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가 편파적이고 왜곡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도된 내용은 주로 중국인 업소에서 일어나는 내용이다. 기사에 중국인들 상황이 나오고, 한인 업소가 70%에 이른다고 해서 왜곡이 일어났다. 실제 한인 업소는 30%도 안 되는 실정이다. 

외국인 직원을 쓰는 곳은 한국 업소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초반까지 한인 업소는 계속해서 증가했다. 당시부터 일하던 직원들은 숙련공이 되어 모두 많은 급여를 받게 됐다. 그런데 새롭게 일을 배우려는 한인은 줄어들었다. 한국인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민자는 계속해서 줄어든다. 학력이 높아지는 젊은 세대는 네일 업소에서 일하는 걸 기피한다. 이 상황에서 중국인과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직원으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임금 문제에서는 대다수 한인 업소는 떳떳하다. 인종에 따른 급여 차별 문제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뉴스 M> 경소영

현재 한인 업소에 한국 사람은 대부분 업주밖에 없다. 숙련공으로 일하던 한인 직원들도 대부분 은퇴했다. 한인 1세대 업주들이 많이 은퇴하면서 몇 년 사이 업주들도 반으로 줄었다. 한인들에게 배운 중국인, 조선족 직원들이 나가서 자기 민족 직원들을 고용한다. 이들은 낮은 급여를 지급해 한인 업소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들이 절반 가격으로 공세를 펼치는 터라 지금도 많은 업주가 은퇴할 생각을 한다. 한인 업소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여튼 인종에 따른 급여 차별 문제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앞서 말한 일당으로 주던 문제로 인한 벌금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주급으로 150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히스패닉 종업원에게 일당으로 150달러는 준다. 실제로 임금 문제에서는 대다수 한인 업소는 떳떳하다. 앞서 말했듯 웨이지 본드 가입 후 임금 체불로 한인 업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에게 지급된 보험은 없다.

지난 7월에 다시 행정 명령이 내려왔다. 이번에는 업소 환경 문제를 거론하면서 환풍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한다. 어떠한 상황인가. 

이번 행정명령으로 네일 업계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환풍 시스템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터졌다. 웨이지 본드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이 역시 미용법에 근거하는데, 또 네일 업소만 대상이 된다. 몸에 좋지 않은 화공 약품은 미용실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먼저 환풍기 설치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걸 설치하면 갈비 구울 때 사용하는 환풍 장치처럼 후드가 작업대까지 내려와야 한다. 작업대는 후두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작업 환경을 조금만 바꾸려고 해도 장치를 전부 다시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할 문제는 아니다. 

지난 8월 8일 뉴욕 한인네일협회와 중국인 네일협회는 공동으로 <뉴욕타임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환경 규제가 실시되면 어떤 작업 환경을 보게 될 것인지 그림으로 표현한 피켓을 들고 나선 업주들.

환풍 시스템 도입까지는 어찌 되었든 타협이 가능할 텐데, 환기 시스템까지 강제로 도입하려고 하는 데 큰 문제가 있다. 2시간 마다 내부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새로운 공기를 내부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때 외부 온도와 내부 온도 차이를 줄이는 장치를 꼭 넣어야 한다. 이 장치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설치하는데 10만 달러 이상 든다. 실제로 불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시행 시기를 정한 것도 업계 상황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다. 행정 명령은 10월부터 적용되지만, 유예 기간이 5년이다. 10월부터 단속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는 5년 후에 시행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가게를 여는 사람들에게는 이 항목이 즉시 적용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는 현재 운영 중인 업소를 사서 새롭게 가게를 경영하려는 사람도 포함된다. 은퇴할 이들도 많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가게 매매를 할 수가 없다. 

협회원들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이야기한다. 협회 차원에서는 소송이 주력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소송을 진행하면 주정부와 대화할 창구가 막힌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금은 주정부 인사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소송이 우리의 억울함을 모두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패소했을 경우가 문제다. 소송을 시작하면 대화의 창구는 모두 막힌다. 여기서 소송까지 패소하면 아무런 것도 얻어내지 못하고 행정명령을 바로 시행해야 한다. 소송했다는 이유로 다른 제재를 가할지도 모를 일이다. 

소송에 모든 것을 걸 수 없다는 건 지난번 행정소송에서 패하면서 우리 모두 알게 되었다. 당시에도 억울한 부분이 있었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소송 비용도 어렵게 모아서 시작했다. 소송하면서 6만 달러 사라지는 건 금방이다. 생각해 보라. 주지사 측에는 여러 정치적 이권을 위해 좋은 변호사들이 무상으로도 붙는다. 우리에게 시간은 금이다. 실제 소송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현재 단체 대화방에서 소송을 강경하게 주장하시는 분은 10여 명 정도 된다. 동조하는 분은 60명 정도로 본다. 반대 의견이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면 무참히 공격당하는 분위기도 심각하다. 고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데, 협상하는 것도 함께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변호사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주최한 사람들도 소송파 회원들이다. 협회와 이 부분에서 생각을 열어 놓고 대화하지 않는다. 강요할 뿐이다. 

지난 찬반 회의를 열었던 것도 이들이 강경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화요일에 찾아와 협회 입장을 물어왔고,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목요일에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해 진행했다. 찾아온 분들에게 협회는 수요일에 모여서 입장을 정리하고 목요일 회의에서 결과를 알리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찬반 의견을 듣는 자리였기에 회원들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협회는 소송 진행에 회의적이라고 알렸다.

강경하게 소송을 주장하는 분들이 주도하는 자리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오기 쉽지 않다. 단체 대화방에서도 말하기 어려운데, 실제 회의에 나와서는 오죽하겠는가. 협회 입장에서는 모든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협회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협회는 단체의 대표성을 띄기에 힘을 더 실을 수도 있다. 현재의 강경한 입장이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협회 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 인권, 환경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지금 한인 네일 업계는 이 세 가지 이슈에 모두 걸쳐져 벼랑 끝에 몰렸다. 인권 탄압, 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에 방치했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인 네일 업주들이 무조건 불리한 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 인권, 환경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지금 한인 네일 업계는 이 세 가지 이슈에 모두 걸쳐져 벼랑 끝에 몰렸다. ⓒ<뉴스 M> 경소영

현재 구도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부는 노동, 인권, 환경 이슈를 모두 들고 나왔다.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건 우리 업주들 외에는 없다. 실제로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가 걸린 이야기지만, 지금 거론되는 환경 부분 역시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정 부분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송하자고 하는 분들은 이게 아시아인 차별, 여성 차별이라고 하는데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특성상 여성과 아시안이 많은 상황인 건 맞다. 그런데 이를 특정해서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 부분을 다뤄서 승리하기 어렵다. 

행정 명령이 미용법을 기반으로 하는데 네일업에만 적용됐다. 이런 상황은 업종차별이 분명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정부가 소비자, 노동자 환경 개선을 이슈로 들고나오면 이기기 쉽지 않다.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앞선 웨이지 본드처럼 절차상 문제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안이 있는가?

그렇다고 우리가 손 놓고 있자는 건 아니다. 부당한 행정 명령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소송과 집단 행동 등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을 무기로 삼아 협상해 가는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시행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앞서 말한 냉난방 환기 시스템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이동식 환풍 방식으로 바꾼다든지, 5년 유예 기간 동안 새로운 업소에도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얻어내려고 한다. 

정부도 제대로 조사한 내용이 없지만, 실제로 우리도 정확한 자료가 없다. 업소 내부 환경을 조사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탓이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조사하려고 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기에 어떠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정부에 보여줄 수 있다. 날짜를 미뤄주면 자발적으로 어떠한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협회는 전체를 봐야 하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불만이 있어도 협회에 힘을 모아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이 있었으면 좋겠다. ⓒ<뉴스 M> 경소영

회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협회가 일방적으로 회원들 의견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의견도 듣고, 좋은 방향이 무엇일지 생각도 모았다. 이를 토대로 협회가 좋은 방향이라고 결정한 내용이 어떤 회원에게는 다소 불합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협회는 전체를 봐야 하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불만이 있어도 협회에 힘을 모아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이 있었으면 좋겠다.

네일업이 경기 침체로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업계만 그런 건 아니다. 현재 소규모 사업이 다 같은 상황이다. 너무 낙담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돌파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상황이 바닥이니 이판사판 가보자’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동포 여러분께도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 작년 네일 사태가 막 시작됐을 때 라디오 인터뷰 등 방송에 나가 알렸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분들의 반응과 말씀에 더 많이 낙담했다. 한국에서 도망가서 살면서 습관을 못 버렸다는 등 근거 없는 댓글에 정말 힘들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미국에 사는 교민만 170만 명에 이른다. 모두 그런 사람일 수 없고,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나라가 힘들던 시기 도망간 사람들이 아니다. IMF 때 도피성 이민한 분들도 있지만, 반대로 그 시기에 외화를 한국으로 보낸 동포들도 있다. 한 상황만 보고, 모든 것을 평가하듯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당한 질타도 필요하겠지만, 어려움을 당한 이들에게 격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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