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청문회장이 눈물바다가 된 이유
세월호 청문회장이 눈물바다가 된 이유
  • 경소영
  • 승인 2016.09.03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3차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날...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 씨의 발언

[뉴스 M = 경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누나의 애끓는 심정이 청문회장을 가득 메웠다.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 씨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 3차 청문회’ 마지막날 약 6분간 발언했다. 그는 “2년 전 아이를 잃고 식음을 전폐했던 부모님들은 만신창이다. 왜 우리 가족이 또 거리에서 살아야 하고 단식해야 하나. 동생까지 모자라 부모님까지 잃을까봐 무섭고 두렵다”라고 말했다. 목소리는 가볍게 떨렸다.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눈물을 꾹꾹 누른 채 담담하게 미리 써둔 기록을 읽어내려갔다.

박보나 씨(23)는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군의 큰누나로 참사 이후 유가족 부모님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4년에는 세월호를 비방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찾아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는 단상에 올라 “제발 기도만 하지말고 행동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고, 각종 기자회견과 간담회에 참석하며 활동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가족대책위 일도 하고, 전국으로 서명도 받으러 다녔다. 

지난 4월 5일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보나 씨. (사진 제공 창비)

'에어포켓', 정부 거짓말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형제자매를 대표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활동해온 보나 씨, 그를 투사로 만든 장본인들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중요한 진실을 알고 있는 범인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정부 쪽 증인도 없고, 수사권도 없는 세월호 특조위가 어렵게 마련한 이번 청문회에서는 정부의 몇몇 발표들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자가 있을 수 있는 곳에 공기를 주입해 에어포켓을 만들었다’는 정부의 발표는 거짓이었다. 세월호 특조위가 해경 통신망인 주파수공용통신 녹취록을 분석해서 알아낸 것이다. 그것도 전체 녹취록을 받지 못해 부분적인 내용만으로 파악해낸 것이다. 해경은 계속해서 녹취록의 전체 내용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세대'가 본 청문회

보나 씨는 자신을 비롯한 청년들을 ‘세월호 세대’라고 지칭했다. 그는 세월호 청문회를 지켜보며 느낀 희망과 절망의 감정을 동시에 밝혔다. 유가족 부모님께 “힘내시고 포기하지 마세요. 진실은 절대 감춰지지 않아요. 세월호 세대가 자라고 있어요. 우리의 연대는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부모 세대에서 밝히지 못하면 저희 세대가 밝히겠습니다”라는 말로 진실 규명의 길이 앞으로도 여전히 험난할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보나 씨의 발언에 이어 유경근 위원장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엄마 아빠 죽기 전에 반드시 다 밝혀놓겠다. 너무 걱정말아. 다 이겨낼 수 있어”라는 말로 화답했다. 보나 씨와 유경근 위원장은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지만, 이들의 발언으로 청문회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보나 씨의 말대로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정부에게 진정 묻고 싶다. 이번 청문회가 끝은 아닐 것이다. 진실을 향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