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세월호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세월호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바라보며
  • 경소영
  • 승인 2016.09.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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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경규 환경부 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뉴스 M = 경소영 기자] 민주주의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무법천지다. 국회에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한 장관 후보는 대통령의 전자결재로 임명이 되었다. 해외 순방 중에 이 일을 처리한 것을 보니 매우 급하고 중대한 사안이었나 보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은 늘 신속하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정부는 없거나 느리다.

2년 전 세월호가 침몰했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을 국민을 정부는 외면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는 참담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궁금했다. 그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의혹이 많다. 그 진실을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국민적 동의를 서명으로 받기도 하고 국회의원을 만나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넘도록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세월호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된 지는 오래다. 이유도 모른 채 자식을 잃은 부모는 내 자식이 어떻게 죽은 것인지 알고 싶다. 그러다 어느새 종북 세력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 규명과 상관없이 세월호는 점점 잊혀가는 듯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세월호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은 늘어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밝혀지지 않은 대통령의 7시간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과 정부는 유가족을 돌아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상트페데르부르크 폴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나온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페이스북)

이에 유가족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주요 언론이 더는 세월호 소식을 전해주지 않으니 SNS를 통해서 그들의 사생 결단 단식과 세월호 청문회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다. 유경근 위원장은 단식 19일 차였던 지난 4일 새벽 단식하는 심경을 SNS를 통해 알렸다. 

“서럽고 화 나는 새벽, 안 먹어서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숨을 쉬는 게 버겁다. 그러나 정말 고통스러운 건 시도 때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서러움을 다스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엄마들 모두 이미 육체적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버텨내는 건 한계가 없는 걸까. 아이들과의 약속 앞에서 엄마는 당당해지고 싶다. 불안하고 두려운 새벽이다”

그로부터 4시간 후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유 위원장의 슬픈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단식 20일을 맞은 5일, 단식 중이던 유가족 네 명의 상태가 확연히 나빠져 급히 병원 응급실에 이송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가능하면 입원 치료를 받기를 권유했지만, 오후 5시(한국시각 기준)에 있을 국민의당의 답을 들을 때까지는 광화문 416광장을 지키겠다고 해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돌아온 엄마 네 명은 가까스로 잠을 청하고 있다고 한다. SNS를 통해 단식 중인 유가족의 소식을 듣는 국민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온 국민은 배 안에서 생명이 사그러져가는 과정을 생중계 당했다.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단식 중인 유가족이 너무 오랜 시간 단식하다가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엄습하는 까닭이다.  

“열흘이 넘는 단식을 하다가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약한 엄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한다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온 네 엄마들은 이미 충분히 강한 엄마, 자랑스러운 엄마들입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3차 청문회가 진행된 2일 오후. 이날로 단식 17일째를 맞이한 유경근 위원장이 해경의 녹취록 내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 최윤석

유경근 위원장은 아마도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지난 3차 청문회 때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보나 씨에게 그는 “보나야, 우리 엄마 아빠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내고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처럼 급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2년 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당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것처럼 지금도 눈을 감고 있다. 세월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곡기를 끊었는데도 말이다. 의지로만 버틸 수 없기에 약해질대로 약해진 부모들은 하나 둘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다시 한 번 국민이 죽고 사는 긴급한 상황에 놓였다. 

무기한으로 단식을 한지 20일이 넘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미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유가족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를 긴급한 상황이다. (사진/유경근 위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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