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미래에 닥칠 재앙이 아닙니다” (2)
“기후변화는 미래에 닥칠 재앙이 아닙니다” (2)
  • ingppoo
  • 승인 2016.09.17 0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회는 당장 이 문제로 피해를 본 주정부, 지방정부에 피해복구에 필요한 예산을 보내는 것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인구 25만 명의 노포크 시만 해도 피해를 수습하고 예방책을 세우는 데 총 12억 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구 한 명당 대략 5천 달러에 이르는 적지 않은 돈이긴 하지만, 어쨌든 의회는 이런 논의 자체에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응은 계속 더딘 가운데 국방력까지 약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해수면 상승은 해군에도 손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포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 기지가 있습니다. 이 기지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국방부는 해군 기지들에 홍수조절 능력을 갖춘 수문을 비롯해 수해 예방 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의회의 완강한 반대로 필요한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이번 여름까지는 그랬습니다. (다음번 선거로 구성되는 새 의회는 이 문제를 달리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우리의 국방력을 기후변화에 관한 급진적인 해석에 기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낭비하다 보면 IS 같은 테러 집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군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켄 벅 의원이 한 말입니다. 벅 의원은 기후변화 대책에 필요한 예산을 다 빼고 수정안을 발의했고, 수정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켄 벅 상원의원

현재 미국 국회에는 기후변화 자체를 믿지 않는, 적어도 공식적으로 기후변화는 사이비 과학이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더 많습니다. 대부분이 공화당 의원들이죠. 이들 가운데는 과학자들이 정부가 시민의 삶에 더욱 깊숙이 관여하고 시민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실을 주기 위해 기후변화 이야기를 억지로 꾸며냈다는 음모론을 믿는 이도 있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구체적인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지만, 의회 안에서 기후변화 자체를 날조라고 믿는 사람들의 신념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국방부 등 개별 부처에 기후변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 대응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의회가 허락하지 않는 한 예산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계획은 잘해야 반쪽짜리로 전락해 좌초할 뿐입니다.

해군 내 해양 연구를 총괄하고 해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기후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데이비드 티틀리는 말합니다.

“이 나라에서, 특히 의회에서 이 의제에 관해서 만큼은 어떤 논의도 먹히질 않아요. 문제는 지금 거주하는 해안 지대에서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이 살려면 수십, 수천억, 아니 조 단위의 예산을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죠. 지금보다 1m 가까이 해수면이 높아지면 그때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은 어떨까요? 어떤 준비를 해야 하죠? 1m보다 더 높게 해수면이 올라가면요? 이 문제에 관해서 안타깝게도 저는 진지하게 연구해 대책을 세우려는 시도를 보지 못했어요.”

증거는 쌓이고

플로리다 키즈(Florida Keys) 외딴 섬들의 숲 한가운데서 지반과 화석을 연구하며 기후변화와 해수면의 변동에 관한 실마리를 찾고 있는 플로리다대학교의 더튼 교수를 직접 찾았습니다. 3월의 어느 더운 날, 더튼 교수는 땅에서 갓 발굴한 산호초 화석을 가리키며 지금은 육지인 이 지역(리그넘비태 키)이 예전에는 바닷속이었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재정 지원을 받아 연구하고 있는 더튼 교수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현재 기상 과학에서 가장 시급한 질문이기도 할 겁니다. 바로 '앞으로 해수면이 얼마나 빨리 상승할 것인가'를 두고 말이지요.

“십 년, 백 년, 아니면 천 년이 걸릴까요? 지금 저희가 발굴한 화석을 토대로 시기를 추정해보면 과거에 해수면 높이 변화는 어느 정도 속도로 일어났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겁니다.”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의원들과 그들에게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소수의 연구 단체들은 주류 과학에서 말하는 기후변화 예측이 전부 다 증명되지 않은 컴퓨터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더튼 교수의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자들의 연구는 상당 부분 과거 지구에서 일어났던 기록을 토대로 진행됐습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현생 인류가 문명을 꽃피운 지난 6천여 년은 지구의 역사를 놓고 봤을 때 해수면이 상당히 안정적인 시기였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지질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구의 해수면은 훨씬 더 역동적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지구 궤도가 불안정하게 흔들린 탓에 찾아온 빙하기 때 육지가 얼음으로 뒤덮이고 바닷물도 수축하면서 해수면은 120m가량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따뜻했던 시기만 보더라도 해수면은 지금보다 20m 이상 높았습니다.

더튼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이 주목하는 시기는 가장 최근에 해수면이 고점을 찍었던 시기, 즉 지난 두 차례 빙하기 사이인 지금으로부터 약 12만 5천 년 전입니다.

수년간 당시의 해안선을 조사하고 발굴해 다시 그린 과학자들은 당시 같은 시기 안에 해수면이 7~8m 상승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시기 안이라고 해도 얼마나 빨리 해수면의 높이가 바뀌었냐는 것이 다음 질문이 될 겁니다.

플로리다 키즈 지역은 과거에는 대부분 거대한 산호초 군락지였습니다. 그랬다가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육지가 되었고, 오늘날에는 그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죠. 더튼 박사는 산호초 화석이 발견된 지역과 산호초의 연대를 추정해 해수면이 얼마나 빨리 높아지고 낮아졌는지 측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진행될 연구는 과거에 해수면이 얼마나 빨리 높아졌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과거의 행적을 알아낸다고 앞으로 해수면이 얼마나 빨리 높아질지를 바로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와 남극 서쪽의 빙산이 녹는 속도도 계속 빨라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빙산이 녹는 데 수천 년이 걸리지 않을까 희망 섞인 예측을 해 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 남극의 빙산이 그보다 훨씬 빨리 녹아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2세기 말에는 해수면 상승 속도가 10년에 30cm 정도로 오늘날보다 열 배 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2013년 과학자들은 최악의 경우 해수면이 오는 2100년까지 약 90cm 오르리라는 예측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더욱 비관적인 예측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많게는 2m 이상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그렇게 빨리 해수면이 오르면 기후난민이 속출하고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는 전 지구적인 재앙이 될 겁니다. 결국, 그렇게 빨리 해수면이 높아지는 게 가능한지는 빙산이 녹는 속도에 달려있습니다.

남부 루이지애나 주, 수도 워싱턴 DC 근처의 체사피크 베이(Chesapeake Bay)와 노포크 시를 비롯한 지역의 해수면은 계속 높아지는데 대책은 여전히 미비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입니다. 이미 동부 연안에는 “마른하늘에 홍수”가 훨씬 잦아질 지역이 여럿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미국 서부 연안은 지금까지는 해일 침수 피해 걱정을 덜 해도 됐습니다. 태평양의 환류와 바람이 수십억 톤의 해수를 계속해서 아시아 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인데, 그러한 경향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 오레곤 주나 캘리포니아 주도 가파르게 높아지는 해수면 문제를 고민해야 할 날이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기록을 찾아봐도 홍수가 예전보다 덜 일어난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반대로 홍수가 훨씬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근거는 계속 쌓이고 있죠. 더 많은 지역에서 더 자주, 더 심한 홍수가 일어나고 있어요.”

해양대기청의 스윗 박사의 말입니다.

지난해 각국 정상들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뜻을 모았죠. 하지만 협약은 강제성이 떨어집니다. 당장 미국만 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협약은 바로 휴짓조각이 되고 말 겁니다. 트럼프는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대기 중에는 전례 없는 양의 온실가스가 있습니다. 지구상의 빙하, 빙산은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지켜진다고 해도 현재 얼음이 녹는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온난화 자체를 되돌릴 만큼 획기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더튼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5~6m 정도의 해수면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얼마나 빨리, 언제 그런 일이 인류에게 닥치느냐를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할 뿐이죠.

난제(難題)

포트 로더데일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브래드 턱만 씨는 기후변화 때문에 신경 써야 할 일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집 한 채를 지어도 집과 연결되는 도로의 지대를 높이고 하수도를 사전에 정비하는 등 미리 손을 써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20, 30, 40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기후변화가 정말 큰 문제인 건 엄연한 사실이에요.”

“마른날에 홍수”가 특히 잦은 지역 중 하나가 남부 플로리다 주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지지부진한 정부의 도움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 않습니다. 직접 해결책을 찾아 나섰죠. 먼저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직접 지대를 높이는 등 필요한 공사 자금을 자비로 충당하고 있고, 이런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는 컨설팅 업체도 나타났습니다.

시정부와 지방정부, 지역공동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우선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뉴욕의 록펠러 재단은 (침수 피해로부터) 복구작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뽑아 일을 맡기고 이들의 임금 일부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마이애미 비치, 포트 로더데일은 물론 보스톤이나 뉴욕 등 특히 동부 대도시에는 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건물을 세우고 도시를 확장한 사례가 많습니다. 백베이(back bays)라 불리는 이들 지역이 사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피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일단 간척지의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잠길 수 있습니다. 만조 때 하수도로 물이 역류해 갑자기 도로로 물이 쏟아져나올 위험도 항상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도시들이 특히 간척지를 중심으로 취약 지역에 적극적으로 흙을 쌓아 지대를 높이고 하수도를 정비하며 펌프 시설을 확충하는 건 당연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애미 비치는 2018년까지 4억 달러를 들여 복구 및 정비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산은 재산세와 법인세 등 세금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운티 차원에서도 보조를 맞춰 세운 대책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닥친 지역에서는 이 문제에서만큼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따로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주정부뿐 아니라 연방 차원에서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코랄 게이블(Coral Gables) 시의 공화당 시장인 제임스 카슨은 공청회를 열고 시민들의 의견을 구했는데, 왜 기후변화에 예산을 낭비하느냐는 비판은 한 마디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계획대로 많은 돈을 예산으로 집행해서 기후변화에 맞서 싸워나갈 텐데, 그때도 시민들이 지금처럼 정책을 지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도시에 기후변화 문제는 여전히 난제 중의 난제에 속합니다.

먼저 집주인, 땅 주인들이 방조제를 짓거나 지대를 높이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경우, 이들 때문에 홍수가 난다면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엄격히 법을 집행할 경우 살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나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을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는 데 써도 되느냐는 문제도 남습니다.

개인 주택을 제외하고 도로와 하수도 시설 등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만도 남부 플로리다에서 수십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게다가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해수면이 빠르게 높아지면, 과연 제때 예산을 마련해 미리미리 대책을 세우는 게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사우스 마이애미 시의 필립 스토다드 시장은 동물과의 의사소통을 공부한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1990년대부터 기후변화와 관련된 서적, 자료, 연구를 꼼꼼히 챙겨봤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게 다 거짓이고 기우였기를 바라고 또 바랐지만, 결국 냉혹한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 그는 5천만 달러를 들여 하수관과 정화조 시설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 되잖아요. 미리미리 꼼꼼히 계획을 짜서 필요한 건 손을 봐 놓아야죠.”

그럼에도 스토다드 시장은 미래에 어떤 기적이 일어나 모두가 기후변화로부터 구원받으리라는 식의 환상은 일찌감치 버렸다고 말합니다.

“이미 인류는 너무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어요. 이제 와서 그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바닷물을 뭍으로 보내는 지구를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결국, 우리는 자연을 이기지 못할 겁니다. 그건 이미 정해진 결말 같은 거예요.” (뉴욕타임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